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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힘] 01.1.15

 

민주노총 3기 임원 선거 울산 유세

  2001년 1월 9일 저녁 울산 근로복지회관에서는 400여명이 대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민주노총 3기 임원 선거 합동 유세가 열렸다.

  7시 40분부터 부위원장 후보들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기호 10번 이규재 후보는 통일운동을, 기호 8번 심일선 후보는 금융 정책 능력을, 기호 1번 김창희 후보는 금융산업 구조조정 반대투쟁을, 기호 9번 황성근 후보는 훼손된 민주노총의 전투적 기풍 회복을, 기호 4번 배종배 후보는 노동위원회 개혁을, 기호 2번 김태일 후보는 공공부문 투쟁을, 기호 7번 박문진 후보는 힘있고 강력한 민주노총을, 기호 3번 차수련 후보는 현장과 민주노총을 연결시키는 산별 위원장을, 기호 11번 허영구 후보는 구체적 정책 능력을, 기호 5번 김예준 후보는 투쟁을 조직하는 부위원장을, 기호 12번 정인숙 후보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조직화를 강조했다. 부위원장 후보들 가운데 김예준·황성근 후보는 기호 2번 유덕상 위원장 후보와 함께, 김태일·차수련 후보는 기호 3번 강승규 위원장 후보와 함께 공동 선대본을 꾸려 출마했다.

  저녁 9시부터 위원장-사무총장 후보의 유세가 이어졌다.

  기호 3번 강승규 위원장 후보와 이석행 사무총장 후보는 "민주노총을 바꿔내기 위해서는 기풍과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포문을 연 뒤 "택시 노동자를 총화하듯이 통 큰 통합력을 발휘할 것"이며 "단 한번도 져본 적 없고 반드시 끝장내는" 투쟁력으로 "전체 정권에 맞짱 뜰 수 있는 사회개혁의 대안세력으로 민주노총을 다시 세워내겠다"고 강조했다.

  기호 2번 유덕상 위원장 후보와 윤성근 사무총장 후보는 "지도부의 결단 부재가 민주노총의 좌초 위기를 불러왔으며 흩어져 싸우는 투쟁을 모아내고 대중투쟁의 역동성으로 전민항쟁을 이끌어갈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예고되는 자본의 위기를 항쟁의 계기로 삼자"고 주장했다. 그리고 "투쟁 때마다 단사 위원장들은 구속되는데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전국적 차원의 정치총파업을 힘있게 벌여낼 것이라고 밝혀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호 1번 단병호 위원장 후보와 이홍우 사무총장 후보는 "대안없이 바꾸자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오랜 투쟁과 경륜으로 대안을 내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를 과감히 받아 안을 것"이며 "모든 의결-집행과정을 공개하고 대의원 직선과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규약을 개정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면서 "단병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다시 한 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후보들의 유세가 끝나고 저녁 9시 55분부터 10시 45분까지 질의 응답이 이루어졌다.

  단병호 후보에 대해서는 서울지하철 석치순 전위원장이 런닝메이트 제의를 거부한 이유, 98년 현대자동차 김광식 집행부 불신임 공방 때 퇴진하지 말라고 개입했는지 여부, 98년 민주노총의 6.10 총파업 철회 과정에 대한 의혹 등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단병호 후보는 사뭇 '예민한' 질문들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분명한 태도로 변호했다. 98년 6.10 총파업 철회 과정에 대해서는 당시 금속산업연맹 위원장으로서 금속의 투쟁 동력이 총파업을 도저히 담보할 수 없었다는 점을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사실대로 알려줄 의무가 있었다고 강변했다. 그리고 당시 자신이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가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주장한 적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강승규 후보에 대해서는 지난 4.13 총선 때 구로을 선거구에서 한광옥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는지 여부와 민주노동당에 대한 태도, 통일운동에 대한 견해,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다. 강승규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라고 직접 지시한 적이 없으며 민주노총을 주축으로, 민주노동당을 보조축으로 대정부 전선을 강하게 치는 것이 올바른 정치세력화라고 답변했다.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계급적 단결을 중심에 놓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이라고 강변했다.

  유덕상 후보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의 신뢰 회복 방안,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관계, 국제연대투쟁 방안 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유덕상 후보는 98년 노사정위원회-정리해고 직권조인-대의원대회 부결-비대위-비대위의 총파업 철회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조합원에 대한 약속을 저버린 것이며 여기서부터 신뢰가 무너졌다고 진단하면서 조합원에 대한 약속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야 하며 이로부터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관계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노동자 정치 총파업을 통해 정권을 타격하는 방식과 합법의회주의를 양립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지금처럼 상호 요구하고 상호 지지하는 내용이 되어서는 안되고 민주노동당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세 후보 진영의 마지막 발언으로 유세는 밤 11시에 끝이 났다.

  이번 민주노총 3기 임원 선거는 이른바 중앙파-현장파-국민파의 3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록 이 3분립이 노선과 조직에서 여전히 불완전하고 불충분하다 하더라도 객관 구도와 지형은 그렇게 형성되어 움직이고 있다. 단병호-이홍우 후보는 "바꿔야 한다"는 다른 후보들의 공세에 대해 '대안'을 강조하고 있다. 그 대안이란 다름 아닌 '노동운동발전전략'(안)이다. 유덕상-윤성근 후보와 그 혁신·현장 선대본은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가 이번 선거에 공식 결합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른바 범좌파 진영을 총결집시키지 못한 한계를 안고 있지만 현실 선거에서 '현장파적 경향'을 대변하고 있다. 강승규-이석행 후보는 '국민적 노동운동의 불완전한 좌우분해'의 산물이다. 민주노동자전국회의는 반(反)개량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변혁적 노동운동 진영의 선거연합을 공식 제안하면서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의 극복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은 그 내부에서 폐기된 것이 아니라 '왼쪽으로 약간 쏠린' 모습을 하고 살아 남았다. 불완전한 3분립 구도는 이번 선거에서 홍보물 두 가지로 선전을 제한하는 선거관리 규정과 간접선거라는 한계 때문에 우리 노동운동의 사회개량노선, 사회변혁노선, 민족(해방)주의노선 사이의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논쟁으로 전화·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 대해서 현장에 붙은 대자보를 철거하라고 강요하는 '민주'노총 선거관리위원회를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총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세가 어느 때보다 거세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노동자와 민중들이 투쟁에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 3기 지도부는 닥쳐오는 총자본과 총노동의 전투를 지휘할 '야전사령부'가 되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바로잡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현장을 살리고 총연맹을 강화해야 한다. 3기 지도부에게 주어진 '객관'적 임무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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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10:44 2005/02/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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