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힘 6호] 02.5.5
울산지역 노동자 '총투표'가 남긴 것들
4월17∼19일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와 민주노동당은 합동총회를 열어 6.13 지방선거에 나설 36명의 후보를 선출했다. 시장후보는 송철호 변호사가 19,965표(46.7%)를 얻어 19,591표(45.8%)를 얻은 김창현 민주노동당울산시지부장을 근소한 표차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동구청장과 북구청장 후보에는 각각 이갑용, 이상범 두 후보가 당선되었다.
송철호 변호사는 총투표가 임박할 때까지도 무소속 시민후보로 나설 뜻을 계속 비추다가 총투표 직전에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 이렇게 된 사정은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에서 송철호 변호사가 무소속으로 총투표에 나선다면 이갑용 전위원장을 시장 후보로 내세우겠다고 압박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송철호, 김창현, 이갑용의 3자 경선으로 총투표가 치러진다면 송철호 변호사나 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산시지부장의 경우 결코 유리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막판 '조정'이 이루어졌는데, 송철호 변호사가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고 이갑용 전위원장이 동구청장 후보로 나서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는 지방선거 방침에서 "민주노동당, 사회당, 노동자의 힘, 시민사회단체 등 지방선거에 후보를 출마시키고자하는 모든 민주진보세력은 민주노총 조합원 총회를 '부분개방형 예비선거'로 인정하고 후보를 출마시켜 그 결과에 승복한다"고 결정했지만, 실제 총투표는 '부분개방형 예비선거'가 아니라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만'의 합동총회로 치러짐으로써 애초 노동자 민중운동세력의 총의를 모아나가는 총투표로서의 의미가 퇴색되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조합원 중에는 기존 보수정당뿐만 아니라 진보적 정치 성향(노동자의 힘, 사회당)을 가진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민주노동당이라는 획일적 공간 속에 가두어 민주노총 조합원은 민주노동당이 아니면 안된다는 정치방침은 이번 총회를 기형적 경선으로 만들었는데 이중 민주노총 조합원이면서 민주노동당 당원이 아닌 조합원은 무소속으로 입후보하여 조합원을 제외한 당원 득표를 합산한다는 것인데 애초 당원이 아닌 후보인 경우 처음부터 불공정한 출발을 하는 것"(현대자동차 민투위 신문 '노동자의 길' 107호)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중간제목) 태광 정투위에 투표권을 주니마니 논란할 만큼 선거와 투쟁을 철저히 분리시킨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의 지자체 선거 총투표가 끝났다. 국가권력과 자본가계급이 노동자들이 지자체 선거에 후보로 나서는 것을 총파업을 결의하는 것보다 더 두려워하던가?
이번 총투표에서는 또한 태광 정리해고저지투쟁위원회(정투위)에 투표권을 주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뜨거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는 태광 노동조합이 민주노총을 탈퇴했기 때문에 투표권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고 태광 정투위는 민주노조를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민주노총이 투표권까지 박탈할 수 있느냐는 입장이었다. 태광 정투위는 "민주노총이 우리가 얻어 터져가며 싸울 때 해준 게 무언가? 민주노총이 필요할 땐 실컷 이용해먹다 이제 노조가 망하니까 버린 것 아니냐? 민주노총 탈퇴 이후에도 계속 정투위 사무실로 집회 참여 요청 공문이 팩스로 날라왔는데, 이건 도대체 뭐냐? 팩스 보여줘야 되나?"(4월 8일 태광정투위 민주노총울산본부 항의방문기)며 거세게 항의했고 결국 태광 정투위에도 투표권을 주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의 '행패'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컸다. "울산본부장의 행패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금속노조 최용규 울산지부장은 울산본부 운영위였다. 한데 지방자치선거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하루 앞둔 3월7일 갑자기 일방적으로 운영위 자격을 박탈당한 바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알칸사(구 현대알루미늄)가 금속노조를 탈퇴함으로써 금속울산지부의 조합원이 2,000명이 안된다는 이유"라는 식의 '폭로'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번 총투표는 '화섬 3사·중소영세사업장·비정규직 투쟁 연대 및 투쟁지원금 결의'가 함께 진행되지 못함으로써 우려했던 대로 '선거용 거수행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말았다. 그리고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만의 합동총회로 치러짐으로써 민주노총 정치방침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지 못했다.
"자본가계급으로부터 심각한 공격을 당하고 있는 노동자계급이 대립 전선을 형성해가고 있는 와중에, 부르주아 정치일정 참여 과정에서 나타나는 선거와 투쟁의 분리현상은 자본가계급의 공세에 노동자계급이 무차별적으로 당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울산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당장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국가권력과 자본가계급이 노동자들이 지자체 선거에 후보로 나서는 것을 총파업을 결의하는 것보다 더 두려워하던가?"(조돈희 울해협 의장)
(box) 현대중공업 현장조직 공투체 '민주연대' 출범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을 아끼고 사랑하는 현장민주조직 연대투쟁위원회'(민주연대)는 현대중공업 자본의 힘을 한발짝이라도 밀어내야 한다는 민주적 활동가들과 조직들의 절박한 여망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지난해 13대 노조 임원선거 이후 어용세력 250여명은 '노동자민주혁신투쟁위원회'(노민투)를 출범시키고 '실리, 합리, 복리' 노선을 주창하는 등 급속하게 민주세력을 위협해왔다. 이에 긴장한 민주세력은 '전진하는 노동자회'(전노회)를 중심으로 민주세력의 통합사업에 시동을 걸었고 02년 단임투를 앞두고 공동투쟁체로서 민주연대를 출범시켰다. 현장투가 빠지고 전노회, 현노투(추), 현노회, 청년노동자회, 희망 등 5개 조직이 모인 민주연대는 그 규모가 약 230여명으로 예전에 비해 민주적 활동가들의 숫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주연대는 4.10 총회, 4.12 출범식, 4.20 단합체육대회를 거쳐 4.22부터 일주일간 각 정문순회 출투를 진행했으며 공동으로 발행하는 선전물을 배포하고 대자보 선전전을 실시하면서 활동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분쇄 울산지역 공동투쟁 실천연대'(공투련)에 참여하여 사업장 현실의 어려움은 있지만 지역 연대를 실천하는 사업도 병행해가고 있다. 민주연대는 5월 2∼3일 중식시간 오토바이 경적시위를 벌이고 7,8,9,10일 식당 선동투쟁을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