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7/20 05:29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근로자가 행복한 세상?


1995년 노동절에 공식적 설립을 한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운영하고, 산재 노동자 및 일반 노동자의 복지사업을 수행한지 10년이다. 산재보험이라는 보장성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보험의 목표에 맞게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 근로복지공단이었다. 그리고 2003년 신년사에서 이사장은 근로복지공단의 최종 목표는 ‘근로자가 행복한 세상’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의 홈페이지에는 환한 웃음을 보이는 노동자와 '근로자의 행복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근로복지공단이 함께 합니다'라는 문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근로복지공단은 10년의 세월동안 노동자들의 행복을 위해서 일해 왔을까?

 

 



 

1991년 원진레이온에서 8년간 일한 뒤 1983년 퇴사한 김봉환씨는 이황화탄소 중독의 직업병 인정을 요구하다 사망했다. 당시 정부는 직업병 인정을 거부하고 있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근로복지공단은 늦장 인정, 불승인, 강제 종결을 남발하면서 노동자들을 탄압해 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1999년 155일의 근로복지공단 본부 앞 농성투쟁을 하게 만든 이상관 사건이었다. 허리가 아파 산재 요양 중이던 고 이상관 동지는 근로복지공단의 강제 종결을 비관하여 세상을 저버렸다. 당시 27살의 젊은 노동자가 죽음을 택한 것은 진행되는 증상에 대해 ‘퇴행성’이라는 이유로 입원연기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근로복지공단은 ‘자살’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체 유족급여조차 지급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또한 97년 휴업급여를 중지 당한 박광제씨가 자살을 했고, 2000년에는 현대중공업의 하청노동자가 산재 불승인을 비관하여 자살하였고, 2003년에는 우울증으로 자살한 현대 설비의 이종만씨에 대한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 신청을 기각했다.


계속 되는 만행


이러한 근로복지공단의 만행은 끊임 없이 계속되고 있다. 보험 재정의 ‘효율’과 ‘합리’를 근거로 시행된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인정기준 및 요양업무 처리 지침에 따라 많은 환자들이 승인도, 전원도, 연기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노조탄압으로 고통받아온 하이텍 노동자들의 정신질환을 전원 불승인 하는 등의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


불승인 사유를 듣겠다는 노동자에게 폭언과 욕설 퍼붓기, 재해조사 없이 불승인 내기, 부서 이동 기간에 요양연기를 신청한 노동자에게 결과 확인 안 해주기, 지게차에 허리를 치어 한 달간의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노동자에게 보름간의 통원치료만 인정하기, 요양중인 노동자에게 취업해서 돈을 벌라며 휴업급여 지급 안하기, 증상과 상관없이 무리하게 수술을 권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자 증상고정 상태라며 치료를 종결하기... 등 하나씩 얘기하는 것이 벅찰 지경이다.


방용석 이사장, 노동 탄압 전문가가 되다.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인 방용석은 그 유명한 원풍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1970년대 유신 치하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세 차례나 구속된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70년대 한국 노동운동의 산증인인 방용석은 1995년 국민회의 당무위원을 거쳐 15대 민주당 국회의원(전국구)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그는 새천년 민주당 원내 부총무도 역임하고 한국 가스안전공사 사장도 했으며, 노동부장관까지 역임했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의 자리에 안착했다.

노동부 장관을 역임하던 시절 방용석 장관은 발전노조의 생존권을 건 투쟁을 ‘정치투쟁은 용납하지 않겠다’며 발전파업이 한창이던 3월24일 노조와 발전회사, 산자부 사이에 잠정합의가 거의 이뤄진 시점에 돌연 '협상결렬 성명'을 발표해 노조의 뒤통수를 때리는 등 신자유주의 노동 정책의 대표 주자로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에는 '월드컵 노사평화선언'을 채택하도록 유도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이후 방용석은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된 이후에도 전공(?)을 살려 노조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 노사갈등으로 다친 경비원들에게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한 후 구상권을 발동시켜 금속노조에 급여금액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노동조합의 총회에 대해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제목으로 띄운 글을 띄우고, '공기업 노조가 순수성을 잃었다'고 이야기하고, 대구본부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 반대 집회로 집행간부 15명을 징계했다. 전공을 살려도 이렇게 잘 살릴 수가 없다.


방용석 이사장과 재해 노동자의 역사


또한 방용석 이사장과 산재환자와의 관계의 역사 역시 오래된 일이다. 1999년 이상관 동지의 문제로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근로복지공단 감사에게 방용석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이것은 산재적용이 안된다고 계속 이야기해 가지고 소송에 가 가지고 지면 주고 지면 주고 이래왔지 않아요. 이런 행정을 계속 해가지고 근로복지공단이 개혁되겠습니까?”


“‘근로복지공단에서 해온 것을 그 동안 믿지 못 합니다’하는 불신을 씻으려면 지금까지 해 왔던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한단 말입니다. 그것을 누가 해야 되냐? 물론 이사장이 해야 합니다.”


“손가락이 세 개 잘려 가지고 우울증에 걸려 죽을 수도 있고 또 무릎이 아파가지고 척추가 다쳐 가지고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는 것인데 어떤 부분은 우울증이라고 인정해서 주고 어떤 것은 아니라고 해서 안 주고 그러면 되겠습니까?”


이러던 방용석 이사장이 작년 산재로 비관 자살한 여종엽 동지의 자살을 불승인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최근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자들의 노조 탄압으로 인한 정신 질환을 "발병 사실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 아닌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전원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더 나아가 면담을 요청한 조합원들에게 "니들이 깡패집단이지 노동운동하는 인간들이냐"는 폭언을 퍼붓고 폭행을 행사했다.


산재보험의 보장성을 확장하고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공단이 산재 환자들에 대해 도덕적 해이 운운하며 가짜 환자 신고 포상금 제도를 만들어 노동자들을 거짓말쟁이로 매도하고 노동재해를 인정받기 위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과격집단민원'으로 정의하고 관할 경찰서와의 유기적 협조체제 하에 CCTV와 카메라를 가지고 고소·고발을 미리 준비했다. 정말 안 하는 게 없다.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 투쟁으로 열어가자!


근로복지공단과 이사장의 만행은 끝간 데 모르고 진행 중이다. 10년의 역사 속에서 눈물 흘리고, 가슴 아파하고, 심지어 자살을 택한 노동자들의 분노와 원한 위에 지금의 근로복지공단과 방용석 이사장이 있다. 이미 공단 본부 앞에는 한달이 넘게 농성장이 만들어져 있다. 하이텍 동지들이 투쟁의 선두에 선 이상 이번에는 노동자들의 힘과 분노를 보여주어야 한다. 강력한 연대투쟁과 지역투쟁의 전국화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창원에서, 통영에서, 경인본부에서, 울산에서, 대구에서, 부산에서,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을 전국화하고 가까운 지역의 투쟁을 조직하고 적극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이 땅에 자본주의가 들어온 이후 자본이나 정부는 한번도 진심으로 ‘근로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적이 없다는 우리의 뼈 아픈 경험을 다시 한번 되새기자.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은 노동자가 투쟁할 때만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어느 누구보다 동지들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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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인 2005/07/20 07: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는 넘이 더한다고... 열받는 일 천지군요... 근로자가 행복한 세상??? 역시 결론은 노동자가 투쟁하는 세상이 필요하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2. 해미 2005/07/22 05: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인/ 노동자가 투쟁하는 세상이 행복해지는 길이지요. ^^

  3. 동지 2005/07/22 22: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로복지공단에 관한 글을 피플타임즈에 써 주시면 안될까요? 그렇지 않아도 산추련 동지들 투쟁에 관한 글이 (더)필요한데... 근로 복지공단 관련해선 전빈련, 전철연 동지들의 <구상권> 관련 문제, 그리고 풀리지 않은 이용석 열사 문제등, 현재 <방씨 축출>구호 정도로 해서 많은 이들의 한번 치자라는 분위기입니다만, 선배가 피플타임즈에 글을 쓰면, 그걸 토대로 한번 방씨 한번 치자라는 여론을 만들 수 있을 듯 한데요.
    투덜만 대서는 안될 문제 아니겠수?
    피플타임즈(www.peopletimes.net)

  4. 해미 2005/07/22 2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지/ 투덜만 대고 있는건 아니지... 근로복지공단 관련 글들을 여기저기 너무 많이 써대서리... 피플타임즈에서 글이 필요하시다면야 언제든지 쓸 수야 있어. 정식 원고청탁을 해주기 바람. 분량, 기조, 기한 등등 해서.

  5. 동지 2005/07/24 0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고 우린 그렇게 복잡한 동네가 아니라우. 그냥 손 가는대로, 쓰고 싶을 때 와서 쓰시구랴. 글고 김석진 동지 승소 했다우. 대법원이랑 이제 고소인의 입장으로 한판 붙을 결의를 다지고 있다는 소식. 게다가 하이닉스 전원 불파...

    아 오늘은 산재 노동자에게 "산업 쓰레기"운운했다는 말이 들리더구만, 정말 맛 갔다니까요.

    모 기조야 글쓰는 사람이 정하는 거구, 분량은 지맘이고, 기한이야 시간 날때. 아님 딴 사람에게 밀어두 되구, 딴 데 쓴글 퍼날라도 되구
    피타는 아마추어 환영이라구요. 박미경 동지글 후속정도라면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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