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7/27 06:07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1.

 

둘째주 강의는 진짜루 힘들었다. ㅠㅠ

 

교수님의 말도 너무 빠른데다가 정책에 가까운 수업이라 우찌나 토론이 많은지 미칠 지경이었다. 30분으로 시작한 토론은 거의 하루 종일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딴 생각도 많아져 집중도 잘 안돼는데 너무나도 뻔한걸 질문하는 학생들과 (한국이었으면 교과서도 안 읽구 질문한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이다.) 초콜렛 동전을 가지고 연구 예산을 나누게 하는 유치원식의 수업방식에도 기가찼다. 앉아서 30분만 하면 될 것을 세시간 넘게 토론하구 이야기하구... 'good idea!', 'great!', 'good!'등을 외쳐대는 그들의 오바질에 적응이 안돼 죽을뻔했다.

 

정말 이 동네의 수업방식은 독특하기 그지 없다. 이렇게 스스로 생각하고 머리속에서 정리하고 정확한 term은 못 쓰더라도 자신만의 언어로 모든것을 기억할 수 있게 만드는 그들의 수업방식이 낯설고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이런게 장점이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2.

 

지난주에는 감시 관련된 글을 쓰고 일터 원고 마감하니라 정신이 없었다. 감시와 노동자 건강권 관련된 글을 노기연에서 청탁받아 우연히 간만에 A4 네장분량의 장문(?)의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이 글을 쓰려고 준비하면서 소위 한국의 '좌파교수'들이 궁금해졌다.

 

이미 CCTV, ERP, IC 칩, 출퇴근 기록부 등 다종다기한 감시체계가 도입된지 10여년이 되어 가는데 이에 대한 해석과 대안등을 정밀하게 분석한 논문이 없었다. 여러 시민단체들이 모여서 만든 '노동자 감시 근절을 위한 연대모임'에서 집중적으로 작업한 보고서와 '현장에서 미래를'에 실린 논문이 전부였다.

 

안타까웠다. 이런 자료들이 시기를 조금만 앞서가면서 발표되면 필요할때, 정말 필요할때 요긴하게 쓰일텐데... 이런 자료를 미리 만들고 쟁점을 만들고 주장의 근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소위 '지식인'들의 역할일진데... 아쉬웠다.

 

심지어 세계에서도 몇 편 없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호기심이 챙겨 세계화,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와 같은 단어를 키워드로 해외 논문을 검색해도 몇 편 되질 않았다. 도대체 소위 좌파라는 학자들이 무슨 연구를 하고 어떤 쟁점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나보고 '넌 공부 열심히 하는게 도움되는 일이야'라고 이야기 했던 선배에게 다시 묻고 싶어졌다. 다른... 유명하다는 교수들도 못하는 일인데...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공부만 열심히 하는게 정말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 한발 앞서 쟁점을 만들어 가고 미래를 예측하고 근거를 만드는 일, 할 수 있을까?

 

정말... 고민만 날로 커진다. ㅠ.,ㅠ

 

#3.

미국이란 나라는 정말 이해가 안 가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앤아버를 떠나오기 몇일전 내리는 비소리를 들으며 술을 마시고 있던 내 앞에서 폭탄이 터지는 굉음과 함께 불꽃놀이처러 환한 불길이 타올랐다. 그러더니... 일순간 어둠...

 

쏟아지는 비에 누전인지 벼락을 맞은 건지... 암튼 정전이 된 것이다. 헉...

 

근데 더 심각한건 잠시만 기다리면 될 줄 알았지만 근 12시간동안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이놈의 나라는 공공 서비스로 해결되는 것두 없구 빨리 빨리 해결되는 것두 없다.

 

오늘 한국신문을 보니까 폭염에 10분 정전된것두 기사가 되던데... 여기는 12시간이 넘게 정전이 되도 신문에 한줄 나오지도 않는다. 뉴스는 하루종일 런던테러, 이집트테러, 스포츠 관련 뉴스밖에 없다. 하루종일 Security라는 말을 수백번은 들을 거 같다는 선배의 얘기가 농담이 아닌거 같다. 글게 왜 겁날 짓을 하냔 말이다. 어떻게 굴러가는지가 궁금한 사회가 미국이었다.

 

#4.

미국은 보존과 추억의 나라인것 같다. 역사가 짧은 그들의 컴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함인지 아무리 소소하고 작은 것일지라도(심지어 한국의 30년된 장독같은) 소중히 여기고 깨끗이 보관하고 전시한다. 미시건 대학의 자연 박물관에는 온갖 종류의 화석과 박제, 인디언 의상등이 전시 되어 있었다. 그들의 소유욕과 수집욕... 안타까우면서도 무서웠다.

 

 



#1. 인류의 진화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물. 간만에 해골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정말로... 고릴라랑 골격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육식공룡의 벌린입. 섬뜩하다. 특히 그 차가운 뼈의 감촉이라니... ㅠㅠ


 

#3. 인디언 의상중에 하나. 그들의 앞서가는 패션감각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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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7 06:07 2005/07/2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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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ong 2005/07/27 0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검색될만한" 학술지에 논문을 싣는 일이 과연 얼마나 중요한 일일까. 연구의 성과를 넓게 풀어내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학술논문 검색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그들이 뭘하고 있나 반문하는 건 비약이라고 봐.
    - 공부는 다들 열심히 해야지. 공부 안하고 뭘 할 수 있겠어. 근데 글에서는 '공부 열심히 하는게'에서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로 바뀌어 있어. 왜 그런걸까?
    - 세상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건 강박아닐까 싶어.

  2. jaspis 2005/07/27 09: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국엔 언제까정 있는감? 8월중순에 서부에 2주동안 가있을 예정인데...

  3. 해미 2005/07/28 08: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콩/ 건 아마두 제가 두개다 잘 하는건 정말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잘 할 줄 알았는디... 가서 함 얘기해봐요.
    야스피스/ 이번 주말에 귀국합니다. 한국날짜로 1일이지요. 짐 덕곤이 만나 한잔하는 중.

  4. 미류 2005/07/30 1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민이 많겠다. 반년, 이제... 뭐, 근데 꼭 반년이라고 생각할 필요 있을까. 그런 게 더 고민을 감당하기 힘들 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
    올 때 거의 다 됐네. 선물 잊지 마라~ ㅋㅋ
    (참, 토요일 격주 건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계속 얘기하고는 있는데 그게 표적감사를 받을 수도 있는 거라 난감하신가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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