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10/27 23:23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모 기관지에 쓴 글... 담달부터는 마감의 압박에서 기필코 벗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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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시사저널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최근 입적한 조계종 총무원장인 법장스님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로 기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거나 담배를 많이 피워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 심근경색으로 ‘스님’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것이었다.


전통적인 심혈관 질환의 원인은 저밀도콜레스테롤(LDL)로 알려져 있었다.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참으로 가상(?)하여 제약회사는 엄청난 연구비를 투자했다. 연구결과들은 이를 줄이기 위한 약물복용의 기준을 제시하고 의사들은 약을 처방했다. 그런데 문제는 제약회사에 엄청난 매출을 올려주며 약을 먹어 정상으로 수치가 유지됨에도 불구하고 심혈관 질환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 기사에서는 ‘다른’ 원인으로 ‘대사증후군’이라는 것을 소개하고 있었다.


대사증후군은 ‘두꺼운 허리둘레(여성의 경우 88cm, 남성의 경우 102cm이상), 높은 중성지방 (>150 mg/dl), 고밀도콜레스테롤 40-50 mg/dl 이하,  수축기 혈압 130mmHg 이완기 혈압 85mmHg 이상, 공복혈당 110 mg/dl 이상’이라는 여러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에 정의내리는 질병이다. 보통 비만이나 스트레스와 관련이 많다고 한다. 이 대사증후군이라는 녀석은 한 연구에 의하면 심근경색의 발생률을 남자에서 2.4배, 여자에서 5.9배를 올린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놈임에는 틀림없다.


근데 문제는 이 무시무시한 놈이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공무원 집단에서의 ‘급’의 차이나 아버지의 사회계급, 육체/비육체 노동, 영아기 주요 영양상태의 지표로서의 다리 길이(!)가 영향을 준다고 한다. 물론 안 좋다고 생각하는게 대사증후군을 높인다. 우리나라의 연구 결과를 보면 남성실업률, 육체노동가구의 비율, 고등학교 졸업비율로 계산된 지역박탈정도가 심할수록 대사증후군의 유병률이 높다는 연구가 있었다.


또 정의를 만족시키기 위한 기준을 놓고 보면 ‘비만하지 않기 위한 생활 습관’과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 ‘생로병사의 비밀’이란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비만의 주된 원인인 야식증후군(하여간 요새는 정말 이상한 ‘병’들이 많다.)의 예방 방법을 살펴보자. △ 밥은 흰쌀 대신 잡곡으로, △ 언제나 아침을 먹자, △ 잠들기 4시간 전부터 음식 섭취 금지, △ 멜라토닌이 많이 나오는 밤12시부터 아침 7시 사이에는 수면을 취할 것, △ 불가피하게 야식을 먹게 된다면 야채 위주로, △ 밤에 식욕이 몰려올 때는 따뜻한 물을 마시거나 평소보다 긴 시간 목욕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위의 연구결과와 아래의 예방지침을 보면서 동지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아마도 “젠장, 죽고 사는 건강의 문제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와 ‘급’이, 부모의 계급이,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해 볼 수조차  없는 영아기의 영양상태와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내가 어느 동네 사는지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가”라는 분노였을 것이다.


근데 그 예방대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비만관련 습관으로 언론에 소개된 것을 보니 더 화가 난다. 잔업·특근에 교대근무하고 밤에는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저런 예방지침을 수행할 가능성이란 전혀 없어 뵌다. 소위 웰빙족들이나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여기에 대사증후군의 예방을 위해서는 음주습관과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조직 활동하는 사람들한테는 언감생심 꿈도 꾸기 힘든 일이다. 나날이 배는 나오고 소화는 안 되고 맨날 피곤한 노동자들한테는 갑자기 대사증후군이 무슨 ‘숙명’처럼 느껴진다.


대사증후군에 안 걸리고 ‘건강’하게 살려면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인다. ‘웰빙’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노동조건을 만드는 것 외엔 없다. 다들 12시에서 7시에는 숙면을 취하고 8시 이전에 저녁을 먹고 운동할 수 있게 일찍 일찍 퇴근 할 수 있어야 하고, 술을 마시지 않으려면 직무스트레스도 낮아야 한다. 야간 노동따위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이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는 우리의 유일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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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7 23:23 2005/10/27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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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재유 2005/10/28 1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말이 그말이라니까요^^ 도대체 병원가면 하는 말이 스트레스 받지 말아라, 푸욱 쉬어라, 운동 많이 해라... 등... 이런 말 들을 때마다 열 받아요. 그래서 한번은 따져 물었는데요. 하루 벌어 하루 먹구 사는 사람이 태반인데, 어떻게 그렇게 하며 사냐고요. 그랬더니 의사 선생님 왈, "그게 그렇다는 얘기죠.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의사 선생님 한 개인이 어쩌겠습니까! 그래서 담부턴 그런 쓸데없는 얘기 안 하고 병원도 거의 가지 않으려 하지요^^.

  2. kong 2005/10/29 14: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재유-해미 같은 의사를 만나셨다면 이렇게 답했을텐데요. "방법은 있습니다.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는 겁니다"라고요. ^^

  3. 해미 2005/10/30 1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재유/ 콩이 한 얘기가 바로 제가 할 이야기임다. ㅋㅋ

  4. 이재유 2005/10/30 16: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kong-ㅋㅋ 백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는 방법 외엔 없죠^^.
    해미-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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