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11/05 16:25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많은 동지들이 지역순회투쟁을 떠난 금요일 저녁 하이텍 공장에서의 집중집회가 진행되었다. 많은 동지들이 지역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통에 하이텍 조합원들과 서울에 남아있는 일부의 사람들만이 모인 집회는 단촐했다.

 

한 언니의 얼굴색이 좋지 않다.

 

"언니, 오늘 화장이 잘 안 받았네... 뭔일 있어요?"라고 슬쩍 물었다.

 

"오늘 최후진술하면서 울어서 그래..."라고 대답한다.

 

7-80명이 넘는 구사대 놈들이 10여명 조금 넘는 여성 조합원들한테 폭행을 당했다고 고소를 했다고 한다. 마치 '품행제로'에 나오는 '전설'처럼 힘도 얼마 없는 언니들이 1대 8로 싸웠고, 구사대 놈들이 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인게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누가봐도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재판하고 앉아 있는 재판부도 참 한심하다 싶다.

 

검찰이나 경찰이나 너무 한가한가 보다. 이런 일을 가지고 재판을 벌이고 있다니... 언니들이 무슨 원더우먼이나 '무쇠팔~ 무쇠다리~ 로케트 주먹~~'인걸로 아는건 아닌가 의심스럽다.

 

언니들은 어쩌면 전과자가 될 지도 모른다. 억울하고 분하면 눈물부터 쏟아지지만 이렇게 전과자가 되는 건 하나도 무섭지 않다. 하이스코를 봐도 연행해서 조사부터 하는 놈들인데 오죽이냐 하겠냐며 헛웃음이다.

 

가리봉역에서 하이텍으로 걸어오는 길... 노조탄압공장이라는 하이텍 공장 경비실 위의 간판이 앞에 있는 커다란 수출의 다리와 겹친다. 주변이 최신 건물로 변해가는 동안 노조탄압공장의 이름을 달고 수출의 다리를 건너 제 배를 채운 자본이 얼마나 많을까 싶다.

 

그리고 노조탄압을 지나 수출의 다리를 넘으면서 자본이 살찌는 동안 하이텍 언니들처럼 눈물 흘려야 했던 언니들이 그리고, 노동자가 얼마나 많을지 끔찍하다. 저물어가는 석양에 기괴하게 어울려 있는 하이텍의 '노조탄압공장' 간판과 '수출의 다리'는 '지금'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집회가 끝나고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 흐드러지게 물들어 떨어지는 은행이 서럽게 느껴진건 괜한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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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5 16:25 2005/11/0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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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재유 2005/11/06 16: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상식이 상식으로 통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회...ㅠㅠ... 할 말이 없네요...

  2. kong 2005/11/07 08: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에 무혐의 판결이 났는데 사측에서 항소한거래요. 손배 2억원도 모자라 폭력전과라는 '딱지'를 붙이려는, 부당해고 판결 받아도 절대로 복직시키지 않으려는 자본의 집요함이 징그럽지. 그 징그러운 끈질김보다 더욱 끈질긴 노동자의 집념이 귀중하고. 나는 늦게라도 그 싸움을 만나게 되어 다행이라 느낀다. 어이, 힘내.

  3. 해미 2005/11/08 19: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재유/ 글게 말입니다.
    콩/ 그러게... 언니두 힘내소. 보고서 땜시 거의 죽어나가구 있더만... 오늘은 끝나는 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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