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11/08 19:23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일요일 하이텍의 지역순회투쟁에 결합했다. 겨울을 재촉하는 차가운 비가 오고 있었다.

 

그렇게 내리는 비처럼 마음 한켠이 추웠다.

 

다름아닌... 하이닉스 동지들을 만나고 생긴 감정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오래 싸우고 있는 동지들에게서 '생기'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생계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해고된 상태에서 계속 '투쟁'을 하기에는 생활이 안 되서 얼마전까지 '생계 투쟁'을 했다고 한다.

 

그날도 비가 오는 바람에 노가다를 할 수가 없어서 우연찮게 순회투쟁단과의 자리가 낮에 성사된 것이었다.

 

한 사업장의 '생계'조차 책임져주지 못하는 우리의 운동이,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 점점 힘들어져 가는 동지들의 모습이, '웃음을 잃어버렸어요'라고 얘기하는 동지들의 눈빛에서 이른 겨울을 느꼈다.

 

하이텍 지회장 언니가 그런다. '우리도 1년쯤 됬을때 저랬어. 웃지도 않고, 얘기도 안 하고, 힘빠져 하고...'

 

무수히 많은 투쟁사업장들이, 그리고 장투 사업장들이 처해 있는 어려움은 '외로움'이 큰 것 같았다.

 

하이닉스 동지들은 월요일부터 도청 농성투쟁에 돌입한다고 했다. '마지막 투쟁'이라고 생각하면서 간다고 했다.

 

하이닉스를 둘러싸고 이야기되는 지역안의 많은 대중운동의 한계와 문제를 떠나서 동지들이 '외롭'지 만은 않게 했으면 좋겠다. 싸움의 끝이 어떻든 투쟁하는 동지들이 웃으면서 즐겁게 할 수 있게, 그리고 '동지'를 느끼고 만들 수 있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발... 그것만이라도 잘 했으면 좋겠다.

 

덧니> 이번 주말 노동자대회 전야제에서 또 하나의 장투사업장인 풀무원이 재정사업을 한다. 추운 겨울을 목전에 두고 따뜻한 오뎅과 라면을 파신다고 한다.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서도 100인 단식, 500인 단식에 같이 하면서 안타까운 헛웃음만을 날리던 위원장님의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 거린다. 이번 노대 전야제에서는 따뜻한 라면이라두 한 그릇 나눠 먹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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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8 19:23 2005/11/0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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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재유 2005/11/08 2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미님이 말하는 웃음을 찾기 위해서는 계급투쟁의 진지가 필요한데, 우리에게는 그런 진지가 아주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런 진지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 이제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진지 없는 싸움은 외로운 섬과 같은 싸움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진지가 될 수 있는 싸움이기를 바랍니다. 해미님은 그런 싸움을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콩님도 마찬가지시고요, 아니 모든 투쟁하는 동지들이 그런 것 같습니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의식적으로 진지를 구축해 나갈지, 이 진지를 마련하는 투쟁에서 누가 선도적인 주체가 될지인 것 같네요. 부안투쟁에서의 여성 분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모두 힘내요, 해미 동지!!! *^^*...

  2. 행인 2005/11/08 2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대... 또 그렇게 한 해가 정리되는군요. 먼 길 가는데 웃음이라도 간직할 수 있다면 아직 절망하지 않은 것이겠죠. 희망 든든히 가지고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힘찬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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