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11/24 10:30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배아줄기 세포 연구와 황우석, 그리고 난자에 대한 일련의 뉴스들을 접하면서 드는 단상들이 있다. 간략하게라도 끄적여 놓아야 이후에라두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거 같다. 모호함을, 그리고 헤깔림을 드러내기...

 

#1.

 

'매매'는 분명히 잘못인것 같다. 더군다나 매매의 주체가 '빈곤'한 여성이거나 혹은 '권력'적 으로 하위에 있는 연구원이라는 사실은 더욱 그러하다. 큰 틀에서의 '몸의 상품화'에 대한 나의 막연한 저항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떠오르는 고민은 '성노동자'에 대한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나의 입장과 모호함이 여기에도 겹친다는 것이다. '몸'이 상품화 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분명한데 '성'이나 '난자'가 상품화 되는 것은 분명히 반대할진데, 이미 현실에서 상품이 되어버린 성에 대한 노동자의 운동을 반대할 수는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문제는 '그렇다면 성 노동자의 요구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릴 때이다. 인정할건 인정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자는 것이어야 하는가?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난자를 팔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에게 요구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빈곤철폐여야 하는가? 적당한 보상을 해 달라는 것이어야 하는가?

 

#2.

 

학교를 다닐때의 일이다. 불임치료로 유명하다는 병원에 실습을 나갔다. 그곳 불임 클리닉에서 목격한 과배란 과정과 난자채취 과정은 끔찍했다. 물론 남성들의 정자채취 과정 여성들 보다 덜하기는 하지만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차례 과도한 호르몬을 맞고, 마치 풍선처럼 커진 난소안의 십여개의 난자들을 길고 가느다란 바늘처럼 생긴 튜브로 꺼내는 과정이라니... 불임부부들의 고통은 너무나도 깊고 커서 그런 시술이나 불편함 따위는 기꺼이 감수할 만한 것이라고 했다. 그 불임클리닉의 산부인과 의사는 그랬다. '그래도 이렇게 본인들의 난자와 정자로 인공수정이라도 할 수 있는건 정말 행운입니다.'

 

켁! 당시 인간의 유전자 전달 본능에 너무나도 섬찟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복잡하고 아픈, 그리고 여성의 몸에 무슨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시술을 감내하느니 나 같으면 차라리 입양을 하고 말겠다고 생각했다. 왜 사람들은 꼭 자기의 유전자가 전달된 자식을 원하는 걸까? 그게 정말 이기적인 유전자 때문일까?

 

#3.

 

황우석을 둘러싼 일련의 뉴스들을 접하면서 만약 황우석이 산부인과 교수이거나 했다면 연구원들 뿐만이 아니라 '전공의'들이 난자 기증(?)의 대상이 되었겠다는 생각에 끔찍해졌다.

 

사실 일부 의과대학에서는 '정자 기증'이 이미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실습을 하는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자 기증이다. 불임치료나(대부분의 불임의 원인은 '놀랍게도' 남성에게 있는 경우가 많으며 따라서 정자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연구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그것을 하지 않으면 진급이 되지 않는다는 소문이 떠돌고 모든 남학생들은 일률적으로 '정자'를 기증한다고 한다. 그렇게 정자를 기증한 의대생들은 '어디선가 내 자식이 자라고 있을지도 몰라'라고 농담삼아 이야기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난자도 기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정자기증 경험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난자채취과정이 힘들고 어려운만큼 적당한 대가나 보상은 필연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성이 난자 기증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빈곤이 또는 권력관계가 그녀의 정당한 '거부'권을 막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의대의 남학생들이 진급을 위해서든 그냥 의대에 팽배한 가벼움에 기대서든 또는 왕따 당하지 않기 위해서든 정자기증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4.

 

난자 구하기가 힘든 황우석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난자기증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자발적으로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그녀들의 행동이야 탓할 것은 없지만 왠지 '오버질'이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라는 것이 마치 모든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인양 이야기되어 어찌할 수 없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나 가족들이 그 '운동'에 동참한다는 사실이 더 안타까웠다. 굳이 인간의 '난자'를 사용해야만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 상용화가 될지 알 수도 없다. 더군다나 이미 황우석은 특허권을 받은 상태이고 상용화가 되는 순간 엄청난 부자가 될 것이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장이 논문에서는 이름을 빼더라도 특허권의 지분을 많이 가져간 사실을 보면 더 명확하다.

 

상용화된 배아줄기세포로 치료받기 위해 신장이라도 내다 파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글리벡의 경우에서도 보았듯이, 결국 이를 상용화하는 제약회사와 연구자만 배불리는 일이될 것이고 많은 불치병 환자들은 또 다시 고통속에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오히려 그 돈이면, 장애인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하고, 있는 치료약도 비싸서 못 먹는 민중들에게 약을 푸는게 더 시급한 문제 아닐까? 배아줄기세포가 상용화되고 특허권이 소멸되서 많은 민중들이 혜택을 받기전에 죽어나갈 수 많은 민중들은 어쩌란 말인가. 모른다. 그 안에 혹시 지구가 멸망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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