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7/04/21 21:40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지금까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특수건강검진에 대한 노동부의 감사결과와 현장의 반응 및 우리의 대안을 살펴보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이제는 특검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과 드러난 문제점, 그리고 우리의 대안이라는 구슬을 꿰어야 할 때이다. 어떻게, 무엇을 실천하고 구슬이 보배가 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미 민주노총 총 연맹 차원에서는 특수건강검진에 대한 거부 지침이 내려가 있다. 다만 문제는 그저 ‘거부’만을 할 뿐이지 특검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할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장의 노안간부가 일단 ‘거부’는 했는데 그 다음은 어찌 해야 할지 안절부절하고 있는 곳도 많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차원의 공동 대응을 조직하자.

 

특수건강검진의 문제는 개별 사업장의 문제라 할 수 없다. 특수건강검진 기관이 지역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고 노동부 역시 지역을 기준으로 감시 활동(?)을 하는 만큼 노동자들의 대응 역시 지역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에 속해 있는 사업장들이 특수건강검진을 받은 기관을 조사하고, 개인 결과표를 수거하여 직업성 질환인데 일반 질환으로 판정한 것은 없는지 또는 질환이 있는데 정상으로 판정한 것은 없는지를 살펴서 사례를 발굴해야 한다. 한편 유해한 물질을 다루고 있는 노동자 중에서 특검을 받지 않은 노동자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또한 노동부의 감사 결과 중 검진 결과의 판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사업장들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지역차원에서 특검기관을 항의 방문하고 부실 판정 사례와 누락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그 동안 검진기관의 유착관계 속에서 제대로 건강검진을 감시하지 못한 노동부에게 공동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방안을 노동부와 검진기관 모두에게 요구하고 노동부의 관리․감독에 대한 항의 방문과 타격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렇게 사례 발굴과 투쟁 조직에 힘쓰는 한편, 지역차원의 공동 선전물과 유인물을 만들고 공동 교안을 개발하여 조합원에 대한 선전을 강화해야 한다. 쓰레기나 다름없을 정도로 부실한 특검 결과표를 검진기관에 반납하거나 불태우는 등의 대중 행동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특수건강검진 제대로 받기 운동을 전개하자.

 

특수건강검진 기관의 선정에서 과정, 그리고 결과의 보고에까지 노동자들이 참여를 조직하자. 특수건강검진 기관은 노사합의로 결정을 해야 한다. 물론, 지금도 노사합의로 결정하고 있는 사업장들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검진기관에서 할 것이냐에 대한 합의가 아니라 ‘무슨’ 건강문제와 위험요이에 대해서 ‘어떻게’ 건강검진을 할 것이며, ‘무엇을’ 노동자들과 나눌것이냐에 대한 결정이다.

 

즉, 특수건강검진 대상의 선정에서 검진 과정, 그리고 검진 이후의 결과까지의 과정에 대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 특수건강검진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 검진시 노동조합과의 동반 현장 순회를 바탕으로 한 검진 대상자의 선정, 시행전 작업환경 및 유해노출인자와 예상되는 건강영향에 대한 설명회의 시행을 요구해야 한다. 유기용제나 중금속을 다루는 경우 작업 시간에 따라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 소변과 혈액 채취를 할 것을 요구하고, 검진과정에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의사가 노동과정과 작업환경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질문을 하는지를 감시하고, 모든 검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해야한다.

 

검진 이후에는 개인 결과표뿐만이 아니라 해당 사업장의 검진결과와 관련 작업환경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전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집단 설명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하여 검진이 개인의 몸상태를 점검하는 수준을 넘어서 작업환경에 대한 진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힘든 결과표를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결과에 대한 상담과 작업환경과 관련된 사후관리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노동안전일상활동을 제대로 진행하자.

 

노동조합의 일상적 노안활동이 바뀌어야 한다. 사실 현재의 노안활동은 산재 상담과 그의 처리에도 급급한 것이 사실이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건강검진과 작업환경측정은 그저 매년 하면 되는 일로 알고 있었을 뿐이다. 현장 노동자들이 왜 그런걸 하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에 제대로 고민을 하거나 응답을 하지 못한 우리의 책임도 있다.

 

특수건강검진과 작업환경측정에 대해 조합원들과의 열린 토론을 진행하자. 아무리 한 공정에 수십년 일한 노동자라도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현장의 노동자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몸의 어디가 안 좋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특수건강검진이나 작업환경측정에 대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특검을 진행할 것으로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현장의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작업 환경과 건강에 대한 의문을 묻고 해소할 수 있는 장으로서의 노동안전일상활동이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노동안전보건 서비스의 공공화를 요구하자.

 

사실 특수건강검진 부실의 문제는 전체 일상 노동안전관리 제도의 부실의 문제이다. 특검만 문제인 것이 아니라 작업환경측정이나 보건관리대행, 안전관리대행 등이 모두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현재 산업보건서비스를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병원과 검진기관등에서 대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벌어야 하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한명이라도 더 검진을 해야 하는 것이고 이러한 돈은 사업주가 준다. 결국 사업주의 입맛대로 덤핑도 해야 하고, 결과도 조작해줘야 하는 것이다. 작업환경측정도 사업주의 입맛에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사업주가 싸고, 자기 말을 잘 듣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기관과 거래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계약을 하는 대가로 일부 회사 고위급 임원들의 귀족검진을 요구하거나 담당자가 리베이트를 받고 직업성 판정에 대해서는 수정을 요구하고 노동부는 부실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접대를 받는 등등의 행위는 빈번하게 자행되고 있다. 검진과 측정 시장을 둘러싼 사업주와 기관, 그리고 노동부의 유착관계 속에서 노동자들의 몸은 병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검진과 측정을 포함하여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조치들은 공적 영역의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산업보건서비스의 공공화를 요구하며 실천투쟁을 벌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 본 것처럼 현재의 특수건강검진의 문제는 결코 그 자체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특수검진제도 자체의 문제로 국한되거나 단순히 검진 방법 등 기술적 문제나 일부 특검기관의 도덕적 해이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다들 모르는 척 하고 있었지만 특수건강검진이 부실하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지 않았는가? 노동자들은 ‘이런 형식적인 검진을 왜 받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했었고, 일부 양심있는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검진을 하기가 힘들다’며 하소연을 하고 있었고, 노동부는 이주 노동자들의 노말헥산 중독이나 DMF에 의한 간독성 사망 등 연이어 터지는 사건․사고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하지 않았는가?

 

특수건강검진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 대책과 개선 역시 노동계의 관점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서 구체적인 해결 지점과 함께 장기적인 전망을 세워야 한다. 산재보험제도 개악을 꾀하면서 노동자들의 건강을 자본의 이윤과 맞바꾸기 하려는 정부의 흐름속에서 특수건강검진이라는 대표적인 노동안전보건제도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따라서 현장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모아내어 노동안전보건제도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묻고 이를 통해 자본과 기관의 이윤을 보호해 주려고 애쓴 신자유주의 정책의 파탄을 폭로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이다.

[일터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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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1 21:40 2007/04/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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