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7/08/11 08:48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매년 습관처럼 사게 되는 것중에 하나가 이상문학상 작품집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여기에 실리는 소설들을 하나씩 읽어보는게 일종의 연례행사가 되었다.

 

2006년의 작품집은 읽어보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해서 못 읽어본 상태이긴 하지만 말이다.

 

읽기 시작한지 꽤 오래된것 같다.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만 읽다보니 은근 운전하는 날이 많았던 최근에는 읽는 속도가 나지를 않았다. 그리고 간만에 읽는 소설이라서 그런지 그 화려한 은유와 비유의 호흡이 적응이 안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고민을 주고 생각을 많이 할 필요가 없는 글들을 읽고 싶어서 골랐던 책이다.

 

작품집을 보면서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글이 실린 8명의 작가 중 딱 한명만이 남성이라는 사실이었다. 문학계에서도 '여풍' 어쩌구나 '알파걸' 어쩌구 하는 논란이 있는 것은 아닌지 잠깐 궁금해졌더랬다.

 

하여간 대상수상작인 전경린의 '천사는 여기 머문다'와 그녀의 자선 대표작 '천사는 여기 머문다 1', 공선옥의 '빗속에서', 한창훈의 '아버지와 아들', 김연수의 '내겐 휴가가 필요해', 권여선의 '약콩이 끓는 동안', 천운영의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 편혜영의 '첫번째 기념일',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가 올해의 수상작이었다.

 

전경린은 어렸을 때는 좋아했던거 같은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 화려한 상징과 비유, 은유 문체가 그닥 편하지 않아 호감도가 많이 떨어지고 최근에는 거의 그녀의 글을 읽지 않았던것 같다. 물론, 소설자체를 읽는 일 자체가 매우 드문일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여간 이번의 수상작도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사랑'이란 이름에서 행해지는 폭력 속에서 병들고 다쳐가는 여성을 긴장성 있게 그려낸 것은 좋아보였다. 자선으로도 같은 제목의 숫자를 붙인 소설을 꼽은 걸로 봐서 그녀는 이제 '천사'를 찾는 일에 매진하려는 속셈인가 보다.

 

읽은 여러편의 소설들 중에서 내가 젤루 좋아한 것은 권여선의 '약콩이 끓는 동안'과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였다.

 

'약콩이 끓는 동안'은 한 공간에 살지만 전혀 서로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고, 소통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팽팽하게 써내려갔다는 느낌이 신선해서 좋았다. 글을 참 꼼꼼하게 쓰는 사람이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는 80년생이라는 그녀의 나이에 걸맞게 요즈음 젊은 것들의 생활과 일상을 생생하게 살려내면서도 그 안의 미묘한 무엇인가를 잡아내는 실력이 맘에 들었다. 아는 선배가 그녀의 '달려라 아비'를 칭찬했던 적이 있는데 그 소설책을 읽고 싶어졌다.

 

간만에 소설을 읽어서 오는 신선한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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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1 08:48 2007/08/1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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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콩!!! 2007/08/11 0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미의 서평에 공감. '천사는 여기 머문다'랑 '아버지와 아들'은 심사위원들이 이런 걸 좋아하나부다 생각할 수밖에 없을 만큼 실망. (아버지...는 청일점을 하나 만들려고 준걸까 하는 생각까지도 ㅋ) 이상문학상 수상집은 격년 꼴로 출장길에 사 읽곤 하는데, 솔직히 올해엔 돈이 아까웠다규~

  2. 이유 2007/08/11 15: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해미님의 글을 보다가 저도 이상문학상작품집이 읽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한창훈님도 남자지만, 김연수님도 남자잖아요.

  3. 콩!!! 2007/08/11 16: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유님의 글을 보니 아까 쓰다가 나오느라 지웠던 걸 추가해야겠네요.
    몇 작품은 읽는 즐거움이 컸어요.
    이 느낌 역시 해미의 말에 공감한다는 거였는데 길어져서 지웠네요.
    저는 '침이 고인다', '소년J의...', '약콩...'이 그랬구요.
    돈이 아깝다고 말한 건, 대상 수상작에 공감할 수 없다는 나름대로의 심술어린 표현이자, 책을 그리 많이 사읽지 않는 저 자신을 기준으로 보면 좀 그렇다는 말이죠. *^^*
    근데 나는 내집 두고 해미 블로그에서 노네~~

  4. 해미 2007/08/13 1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유/ 앗! 그런가요? 책에 간지로 끼워져 있는 사진이 여성인것 같았는데.. 잘못봤나보네요. ^^
    콩/ 우리집 재미있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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