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토요일이 엄마 생신인데 학회에 노동자대회에 (예년과 다름없이) 정신이 없어 챙길수 없을 듯 하야 오늘 아침, 약간의 시간을 내어 오마니와 대화를 시도하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어디 온천이라도 담주에 갈까 하고 있었는데 이런저런 일정에 밀려 그것도 실패...
- 나 : (매년 그랬으면서 새삼스레) 이번 주말이 엄마 생일이던데, 난 바빠서 못 챙길거 같다. 어쩌지?
- 엄마 : (매년 그랬으면서 올해는 얘가 왜 이러지? ) 괜찮아 뭘...
- 나 : 담주에 겨울옷이나 한벌 사러갈까?
- 엄마 : 옷 필요없어. 맨날 내가 니 돈 많이 쓰는거 같아서... (최근 엄마는 30만원짜리 거실 원목 탁자와 비슷한 가격의 세탁기를 지르셨다. ㅠㅠ)
- 나 : 그래두 뭔가 필요한게 있을거 아냐?
- 엄마 : 그럼...(잠시 머뭇 거리시다.) 이러저러하게 생긴 겨울옷 하나 사줄래?
- 나 : 그래 그러지 뭐. 돈이야 쓰라고 있는 건데 뭐... (그냥 온천값이라 생각하자 ㅠㅠ)
- 엄마 : 근데 XX(남동생)이랑 시간 맞춰서 걔한테는 저녁 사라구 해라. 자식이 그런것도 챙길줄 알아야지 말야... (울엄마 부라보!)
(잠시후)
- 엄마 : 오늘 까르푸 갈건데, 뭐 필요한거 없어?
- 나 : (허거덕.. 평상시에 안가시던 홈에버를 왜?) 엄마 그거 되게 나쁜 회사야. 가지마.
- 엄마 : 왜? 이랜드가 하잖아.
- 나 : 이랜드가 엄청 나쁜 회사거든. 일하는 노동자들 막 짜르구... 얼마전에 면목점(우리집에서 제일 가까운 대형 마트다. ㅠㅠ)에서 노동자들 질질 끌려나왔다잖아.
- 엄마 : 이랜드 좋은 회사인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네? 그럼 홈플러스 갈까? 산책삼아 걸어서 갔다오면 되는데.
- 나 : 거길 어떻게 걸어가? 완전 멀잖아. (대략 4km 쯤 떨어져 있다.)
- 엄마 : 괜찮아. 니가 시집갈 생각이 없으니 옆에서 빨래라두 해주고 밥이라도 해주려면...(건강해야지 싶어서) 요즈음 그 정도는 맨날 걸어다녀.
- 나 : (홈플러스는 좀 나은가? 싶어서 잠시 고민하다가...) 엄마 그냥 동네 수퍼가.
대화 속에 느낀 점
첫째, 여전히 울엄마는 나를 편애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둘째, 여전히 나는 울엄마의 가사 노동을 착취하면서 살고 있다.
세째, 왜? 우리가 갈만한 대형 마트들은 도대체가 없는거야? 어디서 생필품을 사란 말이냐!
마지막으로... 나는 왜 이렇게 바쁠때만 불질이 열나 땡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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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다바리 2007/11/07 14: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쁘게 만든 일이 하기 싫은 거지 뭐...
해미 2007/11/08 0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다바리/ 역쉬, 형은 참으로 훈늉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