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7/10/19 01:26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교육 때문에 대구를 왔다 갔다 하는 KTX 안에서의 4시간,

 

파워포인트 파일을 하나 이쁘게 만들고, 티원 연결해서 인터넷으로 메일 확인 하고, 뉴스 보다가 노트북의 밧데리가 다 된 순간, 한참을 들고 다니던 김훈의 남한산성을 결국 다 읽었다.


 

김훈의 다른 소설책은 한권도 읽어보지 않았었다.

 

주로 소재로 삼는 역사는 워낙에 젬병이고 기본 소양조차 부족한지라 잘 손이 안 갔기 때문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제일 싫어한 과목이 국사와 세계사였다. ㅠㅠ 그리고 노무현이 추천하는 책을 썼다는 사실과 한-미 FTA에 대한 입장과 과거 기사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 따위는 완전 짜증이었기 때문이었다.)

 

남한산성이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다는 주변 사람들이 너무 많았는데, (책을 거의 사지 않는) 동생의 책꽂이에 이 책이 꽂혀 있는 것을 보고 갑작스런 호기심에 꺼내든지 벌써 한달은 된 것 같다. 아마도 나에게 역사를 소재로 한 주제는 잘 안 읽히는 글임에 틀림없다.

 

하여간 남한산성을 읽으면서, 이런 (일종의 실패담) 이야기도 빅 히트하는 소설이 되는 세상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언제나 우리에게 익숙했던 승리의 역사가 아니라 민족주의자나 국가주의자들이 치욕이라고 느낄지도 모르는 '조선 임금이 어떻게 청에 복종하게 되었나?'의 과정을 그린 소설이니 말이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김훈의 글쓰기 방식이었다. 겅중 겅중 건너뛰면서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것 같으면서도 문장과 문장 사이에 디테일을 담아내고, 그 사이를 독자에게 던져버리는... 그런 글이라고나 할까?

 

병자호란 와중에 남한산성이라는 폐쇄된 성에 갇혀, 살기 위해 굴욕을 택할 것인지 말것인지를 둘러싼 임금과 조정 신하들의 언사와 행동이 씁쓸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한 그런 묘한 매력이 있는 글이다. 

 

단어 하나 하나가 온 힘을 다해 꼭꼭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그런 깐깐함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분명히 글을 잘 쓰는 사람이고 글에 혼신을 다하는 사람인것 같기는 했다. 그 자세와 기술은 심히 부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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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9 01:26 2007/10/19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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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염둥이 2007/10/19 09: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못할 짓이 없고, 약한 자 또한 살아남기 위해 못할 짓이 없는 것이옵니다.

  2. 해미 2007/10/19 14: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염둥이/ 역쉬 같은 구절이 기억에 남았군요. 정말 처절하지 않나요? ㅠㅠ

  3. 곰탱이 2007/10/19 17: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중에 시간 되시면 <칼의 노래>도 읽어보세요. 전 이 소설에서 이순신이 전투에서 승리한 장수일지는 몰라도 전쟁에서는 패배한 장수라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4. 해미 2007/10/21 1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곰탱이/ 책을 사지 말고 빌려 읽어야겠다는 결심이.. ㅋㅋ

  5. 곰탱이 2007/10/26 16: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필요하심 말씀하세요, 빌려 드릴게요^^ㅎㅎ...

  6. 해미 2007/10/31 2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곰탱이/ 일단 급 보고서들을 마감하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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