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7/11/06 16:30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오늘 영어 선생이 나한테 던진 질문이다.

 

'널 환장(나쁜 의미로)하게 만드는게 뭐니?'

'음... 난 낙천적이라서 특별히 그런건 없는데..'

 

그 대화가 끝나고 약 10분후

 

 

#1.

 

15일전에 맡긴 자료 정리를 어제서야 시작하고 그 양에 화들짝 놀라 다른 사람들한테 부탁했으니 알바비를 주는게 좋을거 같다는 연구원의 전화를 받았다. 이미 프로젝트가 완료되고 보고서가 나간 것이고 내가 책임연구원도 아니어서 알바비를 줄수 있는 능력이 내게는 없고 마땅한 돈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자료는 이번주 목요일 있을 학회에서 발표해야 하는 매우매우 중요한 자료다. 6만개의 데이터를 하나하나 살펴야 하는 완전 단순 노가다라서 15일 전에 부탁하고 다 못할거 같으면 꼭 미리 얘기하라 했거늘, 연구원은 그 사실을 까맣게 까먹고 지난주 확인을 위해 보낸 나의 문자에 '학회 전까지 해야하는 거였어요?'라고 물어왔다.

 

다른 일로 바빠서 못하겠으면 '다른일로 바빠서 못하겠다'고 미리 얘기해야 했다. 그래야 대응방법을 찾으니까. 내가 화가 나는 것은 나한테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2주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틈틈이 내가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하여 해결방법이 없는 엄청난 상황에 직면했다.

 

#2.

 

자료가 이상해서 일일히 손으로 점검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2주전에 벌써 노티했고 매주 의국회의에서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고 보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에서야 알바비를 묻는 내 전화에 짜증내는 책임연구원...

 

좀더 꼼꼼히 챙기지 못한 나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30분 넘게 전화로 어찌하면 좋을지 생각하다 얘기하다를 반복하는 교수님도 왕짜증이다. 혼자 생각해보고 정리해서 '이렇게 하는게 어떻겠니?'라고 물어보면 어디가 덧나나?

 

같은 이야기를 말만 바꿔서 30분씩 얘기하는 그의 전화를 받느라 중요한 강의를 집중해서 듣지도 못하고, 중요한 전화를 받지도 못하고, 결국 결론은 같은 상황이라니... 진짜 안습니다.

 

#3.

 

자료의 구성을 재확인하기 위해 자료의 출처 관리자와 유선상의 통화를 시도했다. 그자는 저번에 나랑 통화할때도 젠체를 하면서 정보도 주지 않고 나를 무슨 말단 비서쯤으로 반말 섞어가면서 이야기하던 자이다.

 

아마도 전화로 들리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에 책임연구원이 밑에 있는 비서쯤을 시켜서 전화하는 줄 알았겠지...

 

오늘도 역시 '아직도 안 끝났냐?', '그런거 어디어디에 물어봐라'며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전화를 받는다. 몰라서가 아니라 확인을 하기 위해 '이리저리 된 것이 맞냐?'라는 질문을 던지는데도 말이다.

 

아마 책임연구원이 직접 전화했으면 절대 태도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내가 비서라고 오해받는거는 상관없지만 비서라도 예의바르게 대화할 줄 아는 염치를 지니는게 당연한거 아닌가?

 

젊은 여자라고 일단 반쯤 반말부터 섞고 보는 인간한테 '내가 교수니 말좀 똑바로 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전에 그런 일이 있을때 책임연구원한테 말하니 '뭐 그럴 수도 있으니 니가 참으라'는 이야기를 30분 넘게 하는 통에 지대로 짜증이 났었다.) 기분 나쁜 통화를 끝냈다.

 

#4.

 

이런 상황에 작년에 업무관련성 소견서를 써 주었던 컴퓨터 사용 작업자의 요추추간판탈출증이 불승인되고 이에 대해 법원에서 사실확인 요청서를 보내 시급히 의견을 달라 했단다.

 

써 줄때부터 불승인날 가능성이 많고 법원까지 가도 안 될수도 있다고 이야기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빌어먹을 근로복지공단은 한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하필이면, 오늘이란 말이냐!

 

#5.

 

이 와중에 잠시후 있을 학회 리허설 준비는 표지만 만들고만 나의 상황이 있다. 이미 전문의가 된지 2년차인 내가 리허설을 꼭 해야하는지도 의문이긴 하지만 결국 또 밤새 퀭한 눈으로 발표 준비를 해야하고 오늘 리허설 담당 교수(위의 교수와는 또 다른 사람이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는 내 처지가 짜증난다.

 

#6.

 

그리고 이런 상황에 아무한테도 화를 내지 못하는 내가 참으로 driving me crazy다.

 

#7.

 

흑흑 심지어 아끼는 볼펜도 오늘 어디선가 잃어버린것 같다. ㅠ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11/06 16:30 2007/11/06 16:30
TAG : , ,

트랙백 주소 : http://blog.jinbo.net/ptdoctor/trackback/371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해미 2007/11/06 19: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염둥이/ 정말 훈늉하지 않소?

  2. 해미 2007/11/07 1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푸헐헐~ 글애두 오늘 아침 볼펜은 찾았으니 좋지 아~니한가~

  3. 낙타 2007/11/07 2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떤 상황인지 눈에 선합니다... 나만 알고 있겠습니다... 괜히 훔쳐본다고 걱정하지 말기를^^^

  4. 해미 2007/11/08 0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낙타/ 선생님... 선생님만 알고 계셔야 되요. 비밀이여요~ @.,@

About

by 해미

Notice

Counter

· Total
: 420854
· Today
: 41
· Yesterday
: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