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7/10/31 20:52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1.

 

너무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기.

 

#2.

 

2년만에 아작이 난 현장. 지회가, 간부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던지 간에 무너지지 않는 현장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현장은 아작이 난 걸 수도 있지만 억눌려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다시 차근차근 시작하기.

 

#3.

 

아.. 아.. 이 팔랑귀를 어찌하란 말이냐!

 

#4.

 

진득한 기다림이 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에라~ 모르겠다. 될데로 되라지!

 

#5.

 

1년차의 초록 작성을 위해 하루 저녁을 홀라당 보내고, 입원한 4년차의 초록 2개를 마저 정리를 해주고, 내 초록 하나까지 정리해서 보내고 나니 벌써 새벽 2시. 이놈의 초록의 홍수 때문에 수영장을 못간게 이틀. 에휴~ ㅠㅠ

 

#6.

 

지하철 역사마다 들어서는 편의점. 시급 3천 얼마짜리 아르바이트생은 그 돈 받으며 햇빛 한 점 들지않고 공기 나쁜 지하에서 날밤새고, 술취한 지하철 취객들을 상대해야 한다. 역무실에서 멀쩡히 일하던 역무 노동자들을 어딘가로 내몰고, 시급 3천 얼마짜리 알바생한테 역무원의 업무까지 떠 넘길 속셈인 도시철도 공사.

 

#7.

 

결국 그 좁디 좁은 CCTV 탑으로 목숨을 걸고 올라갔구나. 차가워진 강바람이 그의 온 몸을 갈갈이 흩어놓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진다.

 

#8.

 

저 높이 아찔한 CCTV 탑을 쳐다보며, 혼자여서 더욱 외로울 그 동지의 생각에 눈가가 찡해진다. 집회를 하는 와중 그 높은 곳을 쳐다보며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는 한 동지의 어깨를 감싸 안아본다. 제발.... 건강하게 내려올 수 있으면 좋겠다.

 

#9.

 

결국, 이 가을 또 한 노동자가 분신으로 자신의 목숨을 버렸다. 4년전 이용석 열사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고난 후 가을은 그리고 비정규노동자대회는 설핏한 불안감으로 남아 있었는데, 오늘도 역시 그러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식, 새카맣게 타들어간 한 노동자의 몸...

 

여의도의 단풍은 흐드러지게 물들었고 밤의 조명을 받아 그 명암은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데 무대위, 연사들의 발언은 서로의 가슴을 찌르고 그 또렷한 울긋불긋함이 몸을 흠씬 두드려 맞은 후의 멍자국처럼, 시체에서 나타나는 시반처럼 느껴진다.

 

이 가을이 정말 춥다.

 

#10.

 

'오래간만이네'

이 한마디를 하지 못했다. 그저 먼저 말을 걸어주기를 바랬다.

그래도, 슬쩍 보기에 괜찮아보여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참 이기적인 인간이다. 미안해요.

 

#11.

 

전원 복직이라는데, 기쁘기보다 앞일이 걱정이 된다. 복직도 그대로 좋아라 할 수 만은 없는 우리의 현실이라니.. ㅠㅠ 그래두 언니들은 끝까지 화이팅하겠지? ^^

 

#12.

 

분노가 사라진 자리는 냉소와 무관심으로 채워졌다. 이 상황을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13.

 

아.. 가고 싶다. 겨울 지리산

 

#14.

 

분신한 노동자의 살이 타들어 가는 매캐한 그 냄새... 4년전 종묘 바닥에서 맡았던 그 냄새가 생생하게 다시 난다. 설명하기 힘든... 그... 냄새...

 

정말, 미치겠다.

 

#15.

 

시월의 마지막 밤... 열사들의 목소리가 단식자들의 한숨이, 고통받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이 차가운 밤을 채우고 있다. 그들과 함께 하지 않는 노동조합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어떤 대가를 치루고 있는지 그들은 알고나 있는 걸까? 사진에 찍혀있는 얼굴만 봐도 속이 울컥거리고 가슴에서 뭉클한게 올라온다. 테러단이라도 조직해야 하는게 아닌가 분노가 차 오른다. 그런적이 없었던거 같은데 화병이 생길거 같다.

 

개별의 투쟁같지만 절대 개별이 아닌 그들의 투쟁, 그 투쟁을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 춥고, 괴로운 시월의 마지막 밤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10/31 20:52 2007/10/31 20:52
TAG : ,

트랙백 주소 : http://blog.jinbo.net/ptdoctor/trackback/36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흐린날 2007/11/01 0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그...그러다 또 쇠주 한병 까는 거 아녀요???

  2. 염둥이 2007/11/01 14: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을을 댁이 타는 것 같소

  3. 해미 2007/11/01 1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린날/ 최근의 과도한(?) 음주로 절주 모드 진입 예정임다. 부채질하지 마삼!
    염둥이/ 나만 유쾌발랄하면 안 될거 같아서... 블로그만 가을 모드~ ^^

  4. hajiyo 2007/11/01 1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월 갔다..더 시린 11월이되겠지..힘내자 얍..
    덕분에 맛난 과자 먹는다고 집사람이 좋단다....

  5. 해미 2007/11/02 1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ajiyo/ 좋아라 한다니 다행이네요. ^^

About

by 해미

Notice

Counter

· Total
: 419555
· Today
: 105
· Yesterday
: 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