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03/30 12:43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엄청 바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잠깐씩 나는 시간에 보고 싶은 영화도 챙겨보고, 연극도 보는 내가 스스로 참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던 3월이다. 다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생기는 영화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꼼꼼히 그걸 글로 적기에는 여유가 없어 메모 정도로 남겨야 해서 아쉬움이 있는 3월이었다.

 

뭐랄까 참 꿀꿀한 영화와 참 웃긴 연극, 떠나고 싶음을 반영하는 책 읽기를 동반한 3월이었다고나 할까?

 

#1. 추격자

 

 

씨네21의 이 사진 한 장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영화라고나 할까? 거울에 비친 하정우를 김윤석과 함께 찍은 이 사진이 영화에 흐르던 긴장과 초조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동안 어찌나 몰입을 했던지 수퍼에서 미진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 '안돼! 이제 그만 좀 해!'라는 외침이 저절로 터져나왔다. 이미 생리혈의 비릿함으로 뱀이 몸을 감싸는 것과 같은 섬뜩함 느꼈을 수퍼밖의 여형사에게도 '얼릉 들어가!'라고 외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지영민의 웃음에 소름이 쫙 돋고 두근반 세근반 뛰는 가슴을 어쩔줄 몰라했다. 긴장감과 대사 하나하나가 보는 사람의 신경을 예민하게 건드리는 영화였다. 특히 아마도 여성이었다면 오감으로 전해지는 그 기분 나쁨에 완전 공감할 것이다.

 

약간씩 포커스가 나가는 화면은 오히려 뛰는 사람의 시야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주고 상황의 답답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처럼 좋았다. 숨돌릴 틈을 주지 않고 계속 몰아치는 통해 보고 나면 온 몸에서 진이 빠져 나간것 같았던 영화였다. 긴장감 넘치는 촬영과 편집, 죽음조차 주목 받지 못하는 여성들과 똥탄을 맞는 시장 후보와 같은 사회적 클리셰들의 적절한 활용이 담긴 시나리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처럼 죄의식이라고는 없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평범하고 착한 인상의 살인마. 절대악도 절대선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위의 사진처럼, 지킬과 하이드처럼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양면성이 느껴지는 섬뜩한 시나리오가 좋았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는 단연 발군이었다. 김윤석의 연기도 연기지만 피해자처럼 착해보이는 얼굴로 뱀과 같은 말은 내뱉는 눈빛의 지영민을 연기한 하정우는 정말 최고였다. 용서받지 못한 자 때부터 눈여겨 보기는 했는데, 이번 영화를 계기로 나는 서른살 그의 팬이 됐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서늘함과 황당함 속의 공포를 준다면 이 영화는 땀과 피가 넘치는 끈적한 공포를 준다. 사람의 마음 한 구석에 그 지하방의 괴기한 그림과 같은 어두움을 스멀스멀 퍼지게 하는 그 힘이 단연 최고였다.

 

 

#2. 4개월, 3주... 그리고 2일

(이건 길~게 이미 썼으므로 생략)

 

#3. 밤과 낮

 

 

구질구질한 남성상을 보여주는데 천재적인 홍상수의 2008년 신작.

 

자신 때문에 6번이나 낙태를 했다고 하는 결혼한 옛 연인의 유혹을 성경구절을 인용하며 회피하고 예전에 대마초를 한번 피웠다는 이유로 파리로 도바리를 칠 정도로 순진한 척하지만 자신의 욕망에는 비굴한 남자가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파리에서 만나 여자가 자는 동안 발가락을 빠는 정도의 성폭력에 대한 환상으로 구질구질하게 찝쩍대고 '임신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말과 '임신을 했다'는 부인의 말에 주저없이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비겁한 놈이다. 

 

순진한 것 같지만 섹스를 위해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팔기도 하고 하지만 자신의 안정적인 틀을 깰 생각은 전혀 없고 죄책감 따위는 더더구나 없는, 그저 도망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홍상수의 비루한 남자 김성남은 다시 생각해도 짜증나는 홍상수의 인간형이다.

 

홍상수의 영화 중에서 엔딩이 가장 답답한 영화였다. 침대위에 걸려있는 파란 하늘 그림이 그 답답함과 자신의 일상을 지키고자 하는 견고한 보수성을 보여주는 영화라고한 할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이라는 도발적 그림과 여성의 성기를 닮은 굴, 그리고 역시 노동의 진실을 보여준다고 하는 쿠르베의 돌 깨는 사람들의 이미지까지 그리고 하늘을 화가라는 주인공의 직업까지... 이미지가 넘치는 이 영화는 회화적 이미지를 통해 감추려고 노력하지만 내재되어 있는 욕망과 깨기 싫은 일상의 틀에 대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오! 수정 이후 구질구질함으로 치면 최고로 구질구질하고 영화 자체를 보자면 그의 필모에서 조금 독특한 구조를 가져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영화다.

 

덧니> 일요일 아침부터 씨네큐브에서 4개월, 3주... 그리고 2일과 밤과 낮을 연달아 봤었다. 낙태와 남성들의 비겁함에 대해서 어찌나 많은 생각이 나던지... 정말 무거운 일요일이었다.

 

<쿠르베, 세상의 근원>

<쿠르베, 돌깨는 사람들>

 

(2부는 일단 보고서 작업을 좀 하고 포스팅 해야겠다. 번역과 보고서, 써야할 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왜 이리 놀고 싶은건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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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30 12:43 2008/03/3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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