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2/14 22:18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1. 프롤로그 & 에필로그

 

최근 나를 둘러싸고 벌어진 몇 가지 일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일부는 외면하고, 일부는 쌩까고, 일부는 도망쳤다.

 

뭔가 심하게 어지러운 느낌을 가지고 제주로 향했다. 이렇게 살면 안 될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뭔가 심각한 정도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놀고, 쉬고, 친한 선배가 파견가 있는 틈을 타 제주를 다녀오고 싶어 잡았던 일정이 이래 저래 흐트러진 정신을 정리하는 여행이 되었다.

 

여행하는 내내 많은 혼란의 끄트머리들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고,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기로 했다. 도망치치도, 외면하지도, 쌩까지도 않을거다. 내 속을 들여다 보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꼭꼭 씹기로 했다.

 

잊을 것은 잊고, 덮을 것은 덮고, 부딪힐건 부딪히고, 다시 색을 칠해야 할건 색을 칠하기로 했다. 잊은 듯, 덮은 듯, 색을 칠한 듯 지내지 않으려고 한다.

 

이렇게 혼란스러워 하는 사이 놓쳐 버린 많은 것들이 있다.

 

놓쳐 버린 것들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 때문에 오늘... 눈물이 핑 돌았다.

 

이런 기분 잊지 말아야겠다. 차근 차근 하나씩 중심 잡고 풀어가야겠다.

 

 

#2. 바람, 돌... 그리고 담

 

혼자 조용히 다녀보리라 계획한 첫날... 제주에서의 일정은 선배들과의 시끄러운 해후로 시작되었다. 바람이 많다는 제주는 현무암의 검은 빛 담이 어디나 야트막히 쌓여 있는 곳이 었다.

 

밭에도 집에도 길가에도 얼기 설기 쌓아 놓은 담들이 격리와 단절이 아닌 소통과 여유를 느끼게 하는 아기자기함이 묻어 나는 땅이다. 제주는...

 

 

바람에 실려 돌에 부서지는 파도... 시원한 바람이 머리를 치다.

 

 

 

남한의 제일 남쪽... 마라도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바람으로 나를 맞이 했다.

타박타박 조그마한 섬을 바람을 맞으며 한 바퀴 도는 사이... 살 것 같아졌다.

 

파란 바다와 파란 하늘... 사진속에 숨어 있는 바람


 

 

마라도에서 돌아오는 길...

뉘엿 뉘엿 넘어가는 해는 빛 줄기를 바다에 드리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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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22:18 2005/02/1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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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njang_gongjang 2005/02/14 23: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미님은 한라산 산신령님에게 텔레파시를 보내지 아니하였나 봅니다. 구름이 잔뜩 끼어있게... 저희는 맑은 하늘이 었답니다.
    바다는 볼만 하네요... 나도 한번 가봐야 겠다. 빛이라도 내야 할려나.... 사진 잘 구경하고 갑니다.

  2. 해미 2005/02/15 10: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장공장/ 한라산 올라가는 날은 맑았답니다. 다음 사진을 확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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