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4/14 13:32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모 기관지에 쓴 글... 2주마다 반복되는 흐름이 이번에는 정말 끝날수 있을까? ㅠㅠ

 

--*--

 

“갑자기 병원에서 요양 연기가 안 된데요. 어려울 거 같다는 데요. 어떡하죠?”

“병원에서 1년 이상은 쉬기 힘들 거래요. 아직도 아픈데 어떡하죠?”

“승인이 안 나면 병원에서 치료를 못 해준다는데, 원래 그런 건가요?”


요새 부쩍 많이 받는 전화의 내용 중 일부이다. 작년 말부터 승인 여부를 묻는 전통적인(?) 상담전화 뿐만이 아니라 요양연장이나 재요양, 요양종결과 관련된 질문들이 유독 많아졌다. 이유는 2004년 11월,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이름으로 제출된 요양업무처리규정 개정안 때문이다. 2003년 경총의 기업안전보건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핵심적으로 잡은 사안중에 하나는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관리 전략과 함께 이로 인한 비용의 감소와 규제개혁이라는 이름하에 진행될 자본에 유리한 법안 만들기였다. 그것의 성과 중 일부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 요양업무처리규정개정안이다.


개정안의 제안 이유를 살펴보면 요양 및 요양연기 결정시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처리기한 7일을 초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의 구체화, 산재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강화, 의료기관의 과잉진료와 환자의 무분별한 장기요양방지 및 자문의 확충을 통한 전문성의 강화 등이다. 소위 효율성과 전문성·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도는 철저히 자본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마치 침대가 작으면 다리를 잘라 죽였다는 프로크루테스의 신화처럼 비용이 많이 들면 병의 치료도 중단하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이는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볼수록 분명하게 드러나고, 환자의 치료권을 침해하는 행태까지 나타날 가능성을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7일이라는 기준을 초과할 수 있는 이유로는 1) 사업주 확인이 안 된 경우, 2) 산재보험가입이 안 된 경우, 3) 지사장이 재해 내용 및 의학적 소견 등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4) 집단요양 신청서 등 지사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요양신청서, 5) 진찰 요구중인 경우를 신설하였다. 

둘째, 재해인 경우에도 자문의사 자문결과 재해경위와 상병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재해 또는 사업주가 날인을 거부한 재해, 근로자 여부가 불분명한 재해에 대해, 자살인 경우에는 재해조사를 시행하도록 하였다.

셋째, 전원사전승인 의무화를 도입하였다. 전원을 할 때에는 연고지 사유, 수술 및 전문적 치료의 필요성 등 전원요양을 받고자 하는 구체적인 사유를 명시하고 전원 승인이 나지 않은 경우에는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으며, 사업주에게 통보하는 한편 전원 기관에 대해서 공단이 권유 또는 직권 강제 할 수 있다.

넷째, 요양연기를 위해서는 임상 증상 및 상병상태, 수술이 필요한 경우 그 사유와 수술명·수술시기, 치료내용, 향후 예상되는 입원 및 통원요양기간, 약물 또는 물리치료 예정기간 및 필요성, 취업 치료 가능성과 가능 예정일 및 취업치료가 필요한 경우의 사유, 치료종결예정일 등을 명시하여 승인기간 만료 7일전에 신청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문의 협의회를 강화하여 해당 상병의 전문의 3인 이상을 위촉하고 그것이 불가능 할 경우에는 지역본부로 넘기기로 하였다.


이런 내용의 핵심은 산재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통제와 관리이며, 자본의 노동 재해로 인한 비용의 최소화를 의미하는 한편, 산재 환자들의 조직화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도발이다. 자문의 협의회의 강화를 통해 인정 여부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한편 승인 난 환자들을 전원시, 요양 연기 시 더욱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싸움, 음주에 의한 경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요양에 관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 부정한 행위에 의해 요양급여를 받거나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에 신고 의무까지 부과 하였으니 이게 환자인지 죄수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엄청난 규모의 노동재해와 직업병이 자본의 비용부담으로 다가올 정도로 발생한 것은 엄청난 노동강도와 현장통제 때문이다. 그런데 경총에 놀아난 정부는 예방을 위한 조처들을 내지도 못하고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벌칙을 부과하지도 않으면서 비용에 맞춰 환자의 다리를 자르겠다는 프로크루테스식의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좋다. 백번 양보해서 비용 절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수는 있다고 하자. 하지만 이 대책이 환자들의 치료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뼈 빠지게 일하다가 다치고 죽어가는 것도 억울한데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치료권과 인권마저 침해 받는 상황이다. 자본의 도발이 도가 지나쳤다. 결국 나그네의 다리를 자르던 프로크루테스는 테세우스에 의해 마찬가지 방식으로 작은 침대에서 다리를 잘려 죽게 된다. 자본은 이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4/14 13:32 2005/04/14 13:32
TAG :

트랙백 주소 : http://blog.jinbo.net/ptdoctor/trackback/73

댓글을 달아 주세요

About

by 해미

Notice

Counter

· Total
: 425079
· Today
: 238
· Yesterday
: 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