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1/09 03:02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몇년전이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타인의 취향'을 본게...

영화를 보다가 살짝 잠이 들었던 기억이 있어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사람을 관찰하고 관계를 뜯어보는 감독의 섬세함이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감독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면밀한 관계의 묘사가 가능했던 이유를 어렴풋이 알거 같았다.

 

그런 야네스 자우이의 두번째 영화 '룩앳미'

 

'나를 봐 달라'는 직해처럼 영화는 뚱뚱하고 못생겨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롤리타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롤리타의 아버지는 유명한 글쟁이이다. 하지만 이뿐 여자만 좋아하고 (심지어 같은 딸인데도 뚱뚱한 롤리타한테는 신경을 거의 안 쓰고 이쁘게 생긴 둘째딸내미만 좋아한다.), 호색한인데다가 남의 얘기는 들을 줄 모르고 질문만 해대고 그것조차 금방 잊어버리는 일방향 인간이다. 심지어 그런 권력을 적절히 자기중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비열함도 갖춘 인간이다.

 

하지만 그의 권력은 타인의 취향을 바꿔놓을 만큼 위력적이어서 토끼고기를 못 먹는 사람이 토끼고기를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게 만들고 두고 온 와인을 찾으러 두 시간이 넘는 운전을 감내하게 만든다. 거기다가 남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없으니 개그의 한 꼭지처럼 앞뒤가 연결이 안되는 대답과 질문만을 날리는 소통이 불가능한 자기 중심적 인물이다. 또 롤리타 주변의 사람들은 에티엔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앎과 동시에 그녀를 '보게' 된다.

 

누군가를 '보는'것, 단순히 빛이 망막에 맺히는 과학적 사건이 아니라 그 화학신호가 뇌로 전달되어 '인식'하게 되는 것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그 자체'의 아우라가 아니라 곁가지로 달려있는 주변의 조건이라니.. 안타까운 인생이다. 롤리타는...

 

하지만 그녀는 (투덜거리기도 하고, 연약하기도 하고, 조건을 이용할 줄도 알지만...) 노래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권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을 표현한다. 그녀의 동반자는 에티엔으로부터 무시 당하는 젊은 새엄마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세바스티앙, 그리고 마지막 집안 가득 롤리타가 부른 슈베르트의 음악을 틀어놓고 퇴장하는 롤리타의 음악선생님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롤리타를 롤리타 자신으로 '보게'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보게'된다.

 

언제 그렇게 남의 취향을 무시하는 권력에 저항하게 되었는지는 시기상 조금씩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소심해보일 정도의 평범함이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들이라는 사실이다.

 

자본에 포섭되어서 비열해 지는 프로들의 권력과 예술... 그리고 권력은 없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어설플지언정 자신의 길을 가는 아마추어들의 애정과 열정...

 

그리고 그렇기에 가능한 아마추어들 사이의 소통과 관계...

 

영화는 그렇게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 우리의 목소리로 이야기 하자.  

 

 

덧니 ; 영화를 보러 가는데 앞에서 OST를 그냥 나눠줬당~~ 이게 웬 횡재야. ㅋㅋ

         참고로 클래식한 성악이 많이 들어있는 OST는 아마추어의 미덕이 살아있는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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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9 03:02 2005/01/0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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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룩앳미 - 아네스 자우이(2004)

    Tracked from / 2005/01/11 00:22  삭제

    * 이 글은 해미님의 [[룩앳미] 내 목소리로 말하기] 에 관련된 글입니다. 한가한 토요일, 집에 있으면 뭐하나싶어 그냥 혼자 나가서 봤다.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등장인물을 보니 어디

  2. Subject : 룩앳미 - 아네스 자우이(2004)

    Tracked from / 2005/01/16 13:51  삭제

    * 이 글은 해미님의 룩앳미 내 목소리로 말하기, 사슴벌레님의 룩앳미, 리버미님의 룩앳미-인간관계내 권력들여다보기에 관련된 글입니다. 한가한 토요일, 집에 있으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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