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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한 단체 혹은 반(半)한 단체"

"반(反)한 단체 혹은 반(半)한 단체"
:모든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몰아가는 보수정치권을 바라보며~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반한 단체 구성과 테러조직 연루설이 제기되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13일 국정감사에서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등의 자료를 인용해서 지난 4월 반한 단체 조직(원)을 적발해 이중 3명을 강제출국 시켰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 조직원에 대해서도 수사를 펴고 있으나 나머지 조직원은 잠적했다고 밝혔다. 김재경 의원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슬람 테러조직과 연관성을 거론해서 가뜩이나 테러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인들을 긴장하게 했다.

그리고 이 발언의 여파는 단순한 긴장감을 넘어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적대감과 이주노동자 단체(조직)을 모두 테러조직, 반한 단체로 보는 편향된 시각을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김재경 의원의 주장은 전혀 다른 현상을 '침소봉대' 해서 본질을 왜곡하는 지나친 비약이다. 이것은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이 발언 이후에 곳곳에서 쏟아지는 비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이 언급하고 있는 반한 단체의 구체적인 내용과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테러조직이라는 증거는 전혀 없다. 국가정보원에서는 외교문제를 고려해서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이 반한 단체라고 지적하고 테러조직과 연계되어 있을지 모른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예로 들었던 방글라데시 단체는 아주 평범한 방글라데시 친목모임 일 뿐이다. 또 4월경 강제 출국시켰다고 하는 반한 활동가들은 반한 활동가가 아니라 바로 노동조합활동을 한 평범한 노동자였다. 오히려 그들은 노동조합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공권력에 의해서 피해를 당한 노동자일 뿐이다.

 



사실 반한 단체 이야기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도 아니며 그리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그나마 언론에 자극적인 주제를 터트리지 못하면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국회의원들의 밥벌이 수단으로 과대 포장되어 다시 한번 등장했을 뿐이다. 반한 단체에 관해서 보도되었던 내용은 '한국에서 일하고 돌아간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에서 반한 단체를 만들었다 그러니 해외여행을 조심하라' '반한 단체가 한국 내에도 존재한다'는 정도였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 하지만 그 구체적인 실체와 활동 내용은 단 한번도 들어 난 적이 없다. 아니 존재한 적이 없다.

반한 단체의 문제는 어떻게 보면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에게도 원죄가 있다. 일반인들의 경우 반한 단체라는 개념과 존재 자체를 모르고 지냈다. 그런데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에서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탄압이 극단적인 경우에는 반한 단체가 만들어진다고 경고하면서,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보호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반한 단체는  하나의 예였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자극적 목적의식'을 가졌을 뿐 증명된 실내용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등장한 반한 단체라는 개념은 TV토론회 각종 인쇄매체와의 인터뷰, 기고에서 사용되었다. 하지만 결국 이것은 양날의 칼이 되어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보호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반한 단체가 기정사실화 되어 갔다. 그렇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반한 단체는 그 실체를 의심하게 하는 존재였고 이주노동자들에 의한 어떠한 반한 행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보수우익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반한 단체 운운하며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을 위협요소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전 민중의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한 이라크 파병 때문에 테러위협이 증가하자, 오히려 반 이슬람정서를 조작하면서 모든 이슬람 노동자를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몰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을 자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철군의 당위가 아니라, 안보강화라는 구시대 이데올로기를 찾고 있다. 그리고 그 희생양으로 이주노동자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이 문제를 접하면서 아주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첫째는 반 이슬람 정서를 조장이다. 이것은 이주노동자를 모조리 테러리스트로 몰아 가려고 하는 보수주의자들의 음모다. 그리고 이 음모는 우선 한국군의 이라크 철군보다는 안보강화의 명분으로 나타날 것이다. 두 번째 이런 반 이슬람 정서는 더 넓게 이주노동자운동에 대한 탄압의 구실로 이어질 것이다. 민주노총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활동가들을 탄압했던 경우와 같이 한국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주)노동운동가들을 탄압할 때 적절한 구실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이런 탄압의 근거를 더 확실히 하기 위해 여론 조작을 통한 테러방지법과 같은 악법을 통과시키려는 의도가 지금보다 더 거세질 것이다.

우리는 이주노동자 지부 활동을 하다가 출국 당한 비두, 샤말과 같은 노동자들이 한국정부에 의해서 테러리스트로 둔갑되었던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이번 국정감사에서 예로 들었던 추방당한 반한 단체조직원은 진짜 반한 단체 조직원이 아니라 바로 이들이었다. 앞으로 강제추방반대 농성이나 노동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테러리스트들, 반한 조직이 개입한 불순한 투쟁으로 몰아갈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권과 자본에게 적절한 탄압의 구실이 또 하나 생기는 것이다.

결국 이런 악 선동은 이주노동자들과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대해서 시민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게 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테러방지법과 같은 반 인권 악법 제정이 힘을 얻을 것이다. 아직도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탄압을 받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또 다른 편견과 싸워야 할지 모른다.

우리는 정의와 인권,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험난한 길에서 수많은 갈등, 혼란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혼란의 많은 부분은 우리 내부를 분열시키기는 것이다.  노동자계급 내부에서는 비정규직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이번에 발생하고 있는 "반한 단체, 테러조직연관 가능성"이라는 혼란은 단순하게 보수정치인의 '아니면 말고!'로 그칠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는 자칫 반전평화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대중의 의식 속으로 안보강화 이데올로기가 침투할 혼란을 안고 있다. 또한 이주노동자와 단결해야할 노동자운동 내부의 또 다른 분열의 싹을 제공할 수도 있다.
혼란을 탈출하느냐 그 혼란에 빠지느냐는 앞으로 우리의 활동에 달려 있다. 노동자운동 내부에서부터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 차별을 없애기 위한 투쟁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하며, 이주노동자운동단체와 조합, 그리고 자치적인 조직들에 대해서 테러단체, 반한 단체로 규정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강력하게 투쟁해야 한다. 또한 반전평화투쟁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한국의 이주노동자들 모두가 한국인들에게 서운한 감정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같이 노동하고 생활하는 한국의 민중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10여년 한국에서 생활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한국을 이해하면서, 한국에 동화하면서, 또 나름대로의 문화를 지키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종교모임과 친목모임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 노동조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반한 조직이고 테러조직이라면 할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불의와 억압에 저항해온 한국노동자 운동, 민중운동의 전통을 알아 가는 가장 한국적인 모습으로 변해간다고 볼 수 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들은 "반(反)한 단체가 아니라 반(半)한 단체다". 이제 지배권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그들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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