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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민소환법 발의한 박주민 “‘국민 위해 정치한다’는 국회의원들, 국민 눈치 보나요?”

 

다음 총선까지 3년, 그 전에 불량 국회의원 해임할 수 없을까?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17-10-05 09:09:54
수정 2017-10-05 09: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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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열람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열람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정치권의 '막말' 경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적절한 막말 사례를 찾기 위해 포털사이트에 한 국회의원의 이름과 '막말'을 함께 검색해봤더니 그 역사도 유구하다. 처음에는 '막말' 뿐인 기사 제목이 '또 막말', '연이은 막말', '계속되는 막말' 등 수식어도 제법 화려해졌다. 막말 분야도 다양하다. 철 지난 색깔론 공세가 더 이상 먹히지를 않는지 이제는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아무리 '말로 먹고사는 국회의원'이라지만 이 정도면 도가 많이 지나쳤다.

비단 거친 말뿐만이 아니다. 사사건건 발목 잡고 몽니를 부리는 탓에 빈손 국회를 만들기 일쑤고, 다수 국민의 뜻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통해 일부로 국정에 차질을 빚게 한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바로 그 국회의원, 그 의원의 왼쪽 가슴에 달고 있는 금배지를 당장이라도 떼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현재로서는 그 국회의원이 자진사퇴하지 않는 이상 다음 총선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참고로,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은 2020년에 실시된다. 앞으로 3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심지어 대통령도 국민들이 소환하고 탄핵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국회의원만은 내 손으로 끌어내릴 수는 없다. 아무리 자질이 없는 국회의원이더라도, 내 속을 후벼 파는 국회의원이더라도 이들을 파면시킬 '법'이 없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도 국민소환제를 입법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논의로 온 국민의 시선이 국회로 쏠렸던 2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 뜻을 외면하거나 무능하고 부패한 국회의원에게 국민들이 직접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유권자에 의한 직접적인 통제가 가능토록 하자는 게 법안의 취지다. 그러나 법안을 발의한 후 반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국민소환법은 소관 상임위원회 논의 테이블에도 한 번 올라가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말은 국민 위해 정치한다면서…"
쟁점 법안 하나 통과 시키기 어려운 국회 현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제정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한 어린이와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제정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한 어린이와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뉴시스

박주민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정치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회의원 당선 후 수많은 법을 발의해 '박주발의'라는 별명도 얻은 박 의원이었지만, 그가 발의한 개혁 법안들은 번번이 특정 정당의 당리당략에 의해 발목 잡히기 일쑤였다. 평소와 달리 박 의원의 목소리에도 짙은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박 의원은 "국민을 위하는 일이라면 정당이 다르거나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해나가야 한다"며 "그런데 실질적으로 보면 정치적인 이해타산만 따지면서 개혁과제나 국민들이 원하는 일을 안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국민들이 실망한다. 그런데 또 말은 '국민을 위해서 정치한다'고 하니, 정치인들에 대한 괴리감이 더 커 보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박 의원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몸소 느꼈던 아쉬움은 국민소환법 발의로 이어졌다. 박 의원은 "국회라는 곳이 정치 불신의 핵심 대상이 되고 있다"며 "그런데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고, 국회의원들이 말하는 것처럼 국민을 진짜 위한다면 처리해야 하는 법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그것이 잘 안 되다 보니까 저 자신도 무력감을 많이 느끼는 상황이었다"며 "국민소환제가 도입되면 조금 더 국회가 생산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발의 배경에 대해 밝혔다.

박 의원이 발의한 국민소환법의 주 내용은 임기 중인 국회의원이 위헌적이거나 위법한 행동, 부당한 행동을 하면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서 해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 20대 국회에는 국민소환과 관련된 법안은 3건이 발의된 상태다. 박 의원뿐만 아니라 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 바른정당 황영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도 모두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국회의원을 소환할 때 필요한 요건이 조금씩 다른 정도다.

다만 박 의원의 제정안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소환할 경우 해당 지역의 유권자뿐만 아니라 타 지역의 유권자도 소환 청구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 놓은 것이 특징이다.

박 의원은 자신의 팟캐스트를 통해 국민소환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예시를 들었다.

"예를 들어, '춘천' 지역의 의원을 소환할 때 기존에 발의된 법안은 '춘천'에 사는 분들만 소환이 가능할 수 있는데요. 제가 발의한 법안은 '춘천'에 거주하지 않은 유권자라도 소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박 의원이 발의한 국민소환법은 ▲지역구 의원을 소환하는 경우(①지역구 주민이 소환하는 경우 ②타 지역구 주민이 소환하는 경우)와 ▲비례대표 의원을 소환하는 경우로 나눠진다.

이중 해당 지역구 주민이 국회의원 소환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해당지역 투표권자 수×직전 총선 투표율×15/100 명 이상의 서명이 필요하다.

타지역구 주민이 소환하는 경우와 비례대표 의원을 소환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전국투표권자÷지역구 수)×(투표율×15/100) 명 이상의 서명이 필요하도록 규정했다.

이 같은 요건이 충족되면 국민소환투표를 실시하게 되고, 그 투표 결과에 따라 국회의원의 소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박 의원은 기존의 법안과 달리 타 지역구 주민도 지역구 국회의원을 소환하도록 한 이유에 대해서 "국회의원은 해당 지역구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지위가 헌법 기관이고, 전체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지역 정치인을 지역감정에 기반한 정치적 목적으로 소환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한 지역에서 소환 투표를 요구하는 사람이 전체의 1/3을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정을 안전 장치로 마련하기도 했다.

17대 국회부터 잇달아 발의된 국민소환법
번번이 통과는 무산, 대체 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은평구 지역 협의회장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민원지원센터에서 관계자에게 국민소환제 제정 청원서 제출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주민 의원, 오덕수 역촌동 협의회장, 김현수 녹번동 협의회장, 정남형 응암1동 협의회장.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은평구 지역 협의회장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민원지원센터에서 관계자에게 국민소환제 제정 청원서 제출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주민 의원, 오덕수 역촌동 협의회장, 김현수 녹번동 협의회장, 정남형 응암1동 협의회장.ⓒ뉴시스

과거에도 국회의원에 대한 자질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소환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특히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 이후인 17·18·19대 국회에서는 잇따라 국민소환제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결국에는 흐지부지되면서 무산됐다. 당시에도 국회는 민심과는 동떨어진 선택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국회의원 스스로 자기 목에 방울을 다는 법이다 보니까 (국민소환법을) 통과 시키는 것에 대해 썩 내켜 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국민소환제에 대한 국민적인 요구가 굉장히 세기 때문이다. 상황은 달라졌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박 의원의 설명처럼 국민소환제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앞서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국민소환제 도입을 공약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대표도 포함됐다.

그러나 국회 통과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현재 국민소환제 도입을 위한 3건의 법안은 모두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전체회의에서 올라오지도 못한 채 법안을 심사하는 소위원회에서 가로막히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지금 현재 국회 전체적인 상황이 무쟁점 법안 중심으로 통과되는 상황"이라며 "만장일치제인 법안심사 소위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검토해보자'라고 한다면 전체회의에도 못 올라온다. 논의조차 안 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박 의원은 "5개 정당(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의 후보들이 대선 때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따지면 만장일치 아닌가"라며 "그런데 대선이 끝났다고 국민소환제가 또 논의가 안 된다? 그러면 국민 입장에서는 '우리들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차원을 넘어서 '정치인들이 또 거짓말했네'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이렇게 원하고, 또 실제로 대선 때도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통과시키기 위한 노력을 안 하지 않느냐"라며 "그런데 이런 국회의원들을 통제할 장치가 없다. 지금 국회의원들이 국민들 눈치를 크게 보나? 국민소환제가 도입되면 국회의원들이 적어도 국민들 눈치는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국민소환법을 둘러싸고 오남용의 우려나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단호히 일축했다.

박 의원은 우선 오남용의 우려에 대해선 "오남용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면 되는 것"이라며 "그리고 나머지는 이제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것을 기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제 우리 국민들은 단순한 선동과 선전에 현혹돼 일 잘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을 날려 버리진 않을 것 같다"고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국민소환법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로는 국회의원 임기를 4년으로 규정한 헌법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이 조항을 두고 국회의원의 임기 4년은 무조건 보장받아야 한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에는 허점이 존재한다. 국회가 자율적으로 국회의원을 제명하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4년이라는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조항은 국회의원의 임기를 '최대' 4년으로 보장하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며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결의하면 국회의원을 제명할 수 있다. 그러면 이것도 위헌이라고 할 것인가"라고 맞받아쳤다.

20대 국회에서 국민소환법의 운명은?
"이번에 통과 안 되면 사실상 어려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열람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열람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국민소환법 통과를 위해 자발적으로 서명 운동에 나선 시민들도 생겨났다. 벌써 13만여 명의 목소리가 모아졌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국민소환제의 조속한 제정을 위한 청원서가 국회에 접수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소환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박 의원은 지금과 같은 높은 열망을 다시 모으기 어렵기 때문에 20대 국회가 국민소환법을 도입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국민들은 국민소환제 도입을 굉장히 원하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다 찬성한다고 말은 한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는 얼마나 심도 있게 논의될지 자신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국민들이 지금 같은 관심을 계속 표명해준다면, 국민소환법이 통과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며 "이번에 통과가 안 된다면 사실상 (다시금 국민소환제 도입을 위한 열망을 모아내기가) 어렵다. 다음 대선 때 또 대통령 후보들이 국민소환제를 도입한다고 약속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 번 약속을 어겼는데 별탈이 없었으니, 다시는 안 할 것"라고 단호히 말했다.

'너무 험난한 것 같다'는 혼잣말에 박 의원은 쓴웃음으로 답했다.

 

 

 

"험난하다고 느껴지면서 특정 정당이 머릿속에 떠오르죠. 그분들을 소환하고 싶죠. 그러면 국민소환법을 위해 조금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요. 트위터든, 페이스북이든, 기사 댓글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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