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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평화올림픽 되려면 특단의 평화행동 있어야"

강원평화통일포럼, "올림픽정신으로 전쟁위기 막아야"
춘천=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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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1  18: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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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부 주최의 2017 강원 평화통일포럼에서 넉달이 채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정책전환과 함께 특단의 평화행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2부 라운드토론, 왼쪽부터 김기석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장,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최완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임강택 민화협 정책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우리 땅에서 열리는 인류 평화의 축전인 올림픽 개최가 채 넉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축제 분위기는 커녕 주요 당사자인 북한의 참가 여부도 불투명한 가운데 한반도 군사긴장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고  안팎의 심려가 크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까지 불과 110일을 남겨둔 10월 20일 오후 통일부가 주최하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이 주관한 '2017 강원 평화통일포럼'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은 내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특단의 평화 행동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평창, 강원의 비전·한반도 평화번영의 새로운 지평을 열자'는 주제로 열린 포럼은 20일 오후 강원도 춘천 강원대학교에서 열려 '평창 동계올림픽과 남북협력의 새로운 모색' 주제의 포럼과 '2018 평창,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발전전 전환을 위한 마중물' 주제의 라운드토론으로 진행됐다.

"어떤 형태로든 북한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평화올림픽이 되려면 강원도에서도 잘해야 하지만 먼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제2, 제3의 평화의 촛불을 들어야만 될 것으로 본다."

   
▲ 최완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부 라운드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최완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는 "평창동계올림픽은 노무현 정부에서 유치하기 시작해 3번의 시도 끝에 이명박 정부에서 유치에 성공하고 박근혜 정부에서 준비해 왔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동안 남북관계는 암울했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대가 있었지만 사실 나빠졌다"고 평가하고는 "지금도 늦지는 않았지만 레토릭(수사)만 있지 정부를 비롯해 관련 당사자들이 실제 치열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기대만 야무지게 한다"고 질타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잘 치른다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나라 같으면 사고없이 무사히 치뤄지면 성공적인 올림픽이라고 하겠지만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나라, 거기서도 또 남북으로 나뉜 분단도인 강원도에서 열리는 성공한 올림픽이란 북한이 어떤 형식으로든 우리와 많은 걸 공유할 수 있을 때 붙일 수 있는 이름"이라며, "지금과 같은 정치·군사·안보 상황에서 북한은 평창에 올 수 없으며, 오히려 온다면 이상한 일"이라고 꼭 찍어 말했다.

상당한 수준의 상황 변화, 또는 북을 설득할만한 상응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북의 참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는 평화를 바라는 촛불행동 등 특단의 실천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한국의 대북정책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종속변수가 되면 위기를 풀 수없다. 본질적으로 북미관계가 한반도 문제의 핵심이라고 하더라도 핵없는 한반도의 운명은 남북한이 쥐고 있다는 것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 예로 북의 핵·미사일 발사에 대해 대개 '시험'보다는 '도발'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정치적 의미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유의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전통적인 개념의 안보개념으로는 남북관계를 전환할 수 있는 모멘텀을 이루어낼 수 없다"며, 과거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쿠바를 방문하면서 '쿠바가 세계에 문을 열 것을 요구하기에 앞서 먼저 세계가 쿠바에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던 언급을 소개했다.

   
▲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지난 8~9월 격화되는 정세를 경험하고 10월 들어 전쟁의 문턱을 넘었다고 인식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코 앞에 다가온 평창올림픽이 참 답답해지고 있다. 이번에 뭔가 평화를 위한 돌파구가 열리지 않으면 깜깜하지 않나"라며, "내년 2월 평화와 화합을 실제로 말할 수 있는 정세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평화 올림픽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또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계기에는 스포츠가 정세를 적극적으로 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남북관계 개선 정세에 힘을 받아서 스포츠 교류가 탄력을 받고 때로는 거꾸로 스포츠 교류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 선순환 구조의 제대로 정립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1971년 4월 미국의 탁구선수단이 중국에 들어가 교류의 테이프를 끊고 난 3개월 뒤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담당보좌관이 비밀리에 방중 '긴장완화'의 개막을 알리고 난 이듬해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이후 미중수교로 이어진 핑퐁외교의 사례도 소개했다.

특히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열흘간 열리는 동계패럴림픽대회 기간에는 적어도 강원도민이 먼저 나서서 매년 진행하는 한미합동 '키리졸브·독수리'군사연습 중단을 요구할 것을 주문했다. "강원도는 평화가 없으면 못사는 곳"이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이밖에 "미국이 지난 9~10년간 몰두해 온 제재가 북한의 태도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면서도 왜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정책수단으로 검토할 생각을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북미수교와 불가침협정을 지렛대로 하는 협상제안 등 근본적인 발상전환이 필요할 때"라고 주장했다. 

   
▲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강원도 인제에서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을 운영하는 정성헌 이사장은 '민족의 평화를 여는 것이 강원도의 발전'이라며, "이미 돈벌기도 어렵게 됐으니 이번엔 돈벌 생각말고 평화를 위해 애쓰자"고 경제적 손실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다독였다.

이어 "세상은 늘 변하는 것이니까 바깥 이야기를 잘 듣고 분석해서 우리가 잘하면 바뀌게 되는 것"이라며, 3년전부터 평창올림픽을 위해 준비한 140여명 규모의 'DMZ 평화풍류예술단' 활동을 소개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84세 노인회장까지 세대를 통합해 '고구려 북' 공연을 하는 팀을 구성해 지난 6월항쟁 30주년 행사에도 나가 호평을 받았으며,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도 초청을 받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또 아주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인제군 노인회에서도 평창올림픽을 평화의 올림픽이 되도록 잘해보겠다는 다짐을  받았으니 강릉과 춘천에서는 무엇을 하겠느냐고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북이 오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올림픽 정신을 느꼈다고 해야 성공적일 것이니 어렵게 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 잘 보살피고 돈버는 이야기 대신 정도를 가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각별히 당부했다.

1부 포럼에 패널로 참석한 구자열 강원도의회 의원은 "평창동계올림픽은 인구 등 주요지표에서 3%의 벽을 넘지 못한 강원도의 발전을 위해 세차례에 걸친 도전끝에 지난 2011년 확정되었지만 1조 5,600억원의 알펜시아 투자사업의 여파로 지금도 하루에 4천만원의 이자가 빠져나가는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구자열 의원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세운 경제, 문화, 환경, 평화 관련 4대 목표 중 경제를 포함해 문화, 환경 분야 목표도 이미 다 꺾였다며,평화 목표만은 꼭 찾아야겠다고 말했다.

개막까지 110일 남았지만 △남북 고성군을 경유하는 평화봉송과  △남북 고성군을 오갈 수 있는 통문 개방으로 비록 한정된 시기이지만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한반도 분단을 알리고 평화를 호소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 이 두가지는 이번 만큼은 꼭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동선수단은 물건너갔지만 남북 공동응원단은 추진할만 하지 않느냐고 적극성을 보였다.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대표는 지난 4월 프레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단 응원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남북공동응원단 사업을 적극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991년 4일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이 그해 말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으로 이어진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남북공동응원을 통해 평화의 분위기를 새로 만들어내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통일부에는 '우리는 하나다' 등 일부 응원 현수막 제재를 이번에는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고 국회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적자폭이 워낙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통일비용으로 인정해 보전대책을 세워달라고 협조를 당부했다.

   
▲ 프란치스코 수도외 윤종일 신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라운드토론에서는 객석에 있던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윤종일 신부가 정 이사장 등의 권유로 마이크를 잡고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유투브 동영상 강론에 대해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윤종일 신부는 현재의 한반도 위기와 관련해 유엔조차도 제재 당사자이기 때문에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에게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핵미사일 발사유예'를 내용으로 격화된 군사적 긴장을 중재해 줄 것을 요청하는 강론을 유투브에 올리고 이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윤 신부는 "한반도 평화가 있어야 올림픽도 잘되는 것이고 평창올림픽이 성공해야 한반도 평화도 공고하게 되는 것인데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축제 분위기는 커녕 선전포고도 없는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며, "평화의 올림픽 정신으로 전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절박한 위기감을 호소했다. 

이어 임진왜란 당시 서산대사가 '이판(理判)은 가부좌를 풀고 사판(事判)은 붓과 호미를 던지고 총궐기하라'고 한 격문을 인용해 강원도지사와 강원도민부터 광화문에 나가 국민에게 호소하고 한국올림픽위원회도 평화올림픽을 위해  떨쳐 일어나라고 촉구했다.

한편, 관심이 쏠리고 있는 북한 선수들의 경기 참가는 최근 격화되는 정세가 불투명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유엔 등의 제재와 무관하게 국제스포츠 무대에 참가를 장려해 온 만큼 규모가 문제일 뿐 참가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많다.

장웅 IOC 위원은 지난 9월 16일 IOC올림픽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와 올림픽은 별개의 문제이며 참가자격이 된다면 북한 올림픽위원회가 참가를 결정할 것이다. 선수들이 출전권을 자력으로 얻는다면 평창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피겨 페어 종목에 출전한 렴대옥-김수식조는 지난 9월 29일 독일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최종 6위를 차지하며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와 별개로 IOC는 오는 12월 20일부터 내년 1월까지 IOC 각 경기연맹별로 진행되는 회의를 통해 와일드카드로 3개 종목 경기단체에만 가맹되어 있는 북한선수들의 출전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박지용 민화협 사무처장이 진행한 2017 강원평화포럼에서는 육동한 강원연구원장이 1부 포럼, 김기성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장이 2부 라운드 토론의 사회를 맡았다.

1부 포럼에서는 박영호 강원대학교 초빙교수가 '평창 동계올림픽과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 최용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을 주제로 발표했으며, 구자열 강원도의회 의원과 김재한 한림대학교 교수,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대표, 이윤영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매니저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2부 라운드 토론에는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민화협 정책위원장인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최완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가 참석했다. 

한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여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에서 30년만에 개최되는 세계인의 축제는 강원도민의 희망이자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협력의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진행된 1부 포럼, 왼쪽부터 이윤영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매니저,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대표, 최용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박영호 강원대학교 초빙교수, 구자열 강원도의회 의원, 김재한 한림대학교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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