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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마라톤 “이건 달리기가 아니에요”

‘2018 평화나비:RUN’…“할머니들과 함께해요”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18-03-17 18:13:12
수정 2018-03-17 18: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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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도심형 기부 마라톤 2018 평화나비:RUN'에서 참가자들이 출발선을 지나고 있다. 평화나비가 주최한 이번 마라톤행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이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도심형 기부 마라톤 2018 평화나비:RUN'에서 참가자들이 출발선을 지나고 있다. 평화나비가 주최한 이번 마라톤행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이다.ⓒ임화영 기자
 

“2018 평화나비 RUN! 5. 4. 3. 2. 1. 출발! 와~!”

17일 서울광장에서 ‘2018 평화나비:RUN’ 마라톤 행사가 개최됐다. 함성 소리와 함께 연보랏빛 맞춤복을 입은 1700여명의 학생·시민들이 달리기를 시작했다.

마라톤이 시작됐지만, 누구하나 경쟁하며 달리지 않았다. 기록에는 욕심이 없는지 어떤 이들은 옆 사람과 담소를 나누기도 하면서 뛰었다. 기록을 세우기 위한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1등을 해도 특별한 혜택은 없었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이 행사를 즐겼다.

평화나비 RUN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인권 회복을 위해 달리는 행사다. 그래서 기록보단 ‘함께 한다’는데 의의를 뒀다. 행사를 담당한 평화나비 네트워크 간사 김샘씨는 “빠르게 달리기 보단, 함께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모였다”며 그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행사의 참가비는 학생 2만5000원, 일반인 3만5000원이다. 평화나비 RUN 관계자는 “참가비와 후원금 등 이날 행사를 통해 모은 수익은 모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 김복동 평화기금’에 기부된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도심형 기부 마라톤 2018 평화나비:RUN'에서 참가자들이 출발선을 지나고 있다. 평화나비가 주최한 이번 마라톤행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이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도심형 기부 마라톤 2018 평화나비:RUN'에서 참가자들이 출발선을 지나고 있다. 평화나비가 주최한 이번 마라톤행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이다.ⓒ임화영 기자
17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도심형 기부 마라톤 2018 평화나비:RUN'에서 참가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평화나비가 주최한 이번 마라톤행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이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도심형 기부 마라톤 2018 평화나비:RUN'에서 참가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평화나비가 주최한 이번 마라톤행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이다.ⓒ임화영 기자

“아픈 역사, 함께 나눌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올해로 3번째 열리는 ‘2018 평화나비 RUN’은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와 서울시 등이 후원하고 ‘평화나비 네트워크’와 ‘프랜트립’이 주관했다. 전국 주요 대학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 및 학생 단체들도 ‘평화나비:RUN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200여명의 서포터즈들을 모으고 행사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짜는 등 행사 준비·진행을 함께했다.

평화나비 RUN 서포터즈 총괄을 맡은 곽지민씨는 “많은 학생·시민들과 함께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행사를 만들 수 있게 되어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곽지민씨는 “콘서트 등의 행사는 수동적인 형태를 띠기 쉽다”면서 “성취감도 있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형태를 기획하다보니 마라톤을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많은 분들이 즐겁게 참가해주고 있고, 서포터즈로 참가했던 친구들도 활동을 계속하고 싶어서 평화나비 회원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행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서포터즈로 참여했다는 한태균(24) 연세대 학생은 “준비할 때 솔직히 힘들었다”면서도 “하니까 보람도 많이 느끼고, 무엇보다 마라톤에 참여한 분들의 즐거운 표정에 저도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도심형 기부 마라톤 2018 평화나비:RUN'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화나비가 주최한 이번 마라톤행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이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도심형 기부 마라톤 2018 평화나비:RUN'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화나비가 주최한 이번 마라톤행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이다.ⓒ임화영 기자

마라톤이 시작된 뒤 20여분이 지나자 참가자들이 종착지점인 서울광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라톤을 완주하고 서울광장 잔디밭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학생들을 만났다. 서울과기대 4학년 학생 이정인씨는 “평소 역사책이나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항상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에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에 참여할 수 있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씨는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라는 질문에 “다 같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픈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나누는 모습 같아 좋았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시절 봉사활동 단체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직장인 류건혁(28)씨도 행사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류씨는 “사실 ‘위안부’할머니들을 위한 행사로만 알고 왔다가 마라톤이어서 좀 당황했다”면서도 “오랜만에 뛰어서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뛰고 나니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평화나비 RUN은 서울광장을 출발해 청계천 일대를 돌고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구성됐다. 평화나비 RUN 준비위원회는 아쉽게도 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까지 코스를 짜진 못했다. 이날 극우단체들의 집회 및 행진코스와 겹치지 않도록 마라톤 코스를 짜야했기 때문이다.

2018 평화나비 RUN은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평화나비 RUN 관계자는 “3월 중으로 경기도와 제주도, 충청지역에서도 각 지역 평화나비 단체들이 주관하여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도심형 기부 마라톤 2018 평화나비:RUN'에서 참가자들이 마라톤을 하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평화나비가 주최한 이번 마라톤행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이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도심형 기부 마라톤 2018 평화나비:RUN'에서 참가자들이 마라톤을 하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평화나비가 주최한 이번 마라톤행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이다.ⓒ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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