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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미국 대북협상준비 각 분야별로 박차

문정인, 미국 대북협상준비 각 분야별로 박차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5/08 [02:39]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18년 5월 7일 JTBC뉴스룸에 나와 대담을 진행중인 문정인 특보 

 

최근 미국을 방문하여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은 물론, 버시바우, 키신저 등 영향력 있는 미국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온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7일 JTBC뉴스룸에 나와 북미정상회담 관련 미국의 기류에 대해 느낀 몇 가지를 밝혔다.

 

손석희 사회자와 꽤 시간 대담을 나누었는데 그중 핵심은 일정은 거의 합의에 이른 것으로 느꼈으며 장소문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협상단이 각 분야별로 북과 조율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전언이었다. 요즘 언론의 우려와 달리 북미정상회담 조율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었다.

더불어 문정인 특보는 중미관계를 정상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이번 면담에서 그가 '남북정상회담이 아주 잘 되었다'며 '설령 북미정상회담이 잘 안 되더라도 남북관계는 독자적으로 발전해갈 수 있게 하여 북미관계까지 아울러 낼 수 있게 해야한다'고 조언했다는 말도 전했다. 의미심장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 현재까지 북미정상회담 준비 잘 되어가고 있어

 

먼저, 문정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철수문제는 북미회담 탁자에 없다면서도 미군감축 혹은 철수를 언급하는 이유에 대해 주한미군문제는 북미 사이에 논할 문제가 아니라 미국제일주의에 따라 해외파병미군 비용을 줄이려는 자체의 계획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일 본지에 소개된 한호석 소장의 개벽예감 연재기사의 맥락과 비슷한 진단이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445)

 

다음으로 문정인 특보는 현 북미정상회담에 전망에 대해 강경파 온건파 상관없이 미국 정계의 80%는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두 가지로 그 이유를 정리했는데 그간 북과의 협상에서 늘 미국이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이라는 점과 트럼프 정부가 북과의 협상 경험도 부족한데다가 준비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었다. 이란과의 핵협상 같은 경우에는 미국이 상당히 오랜 시간 준비를 했고 그와 관련된 문건만도 거의 10만 쪽을 만들었다고 할 정도인데,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그렇게 아주 세밀하게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에 나가니까 우려가 된다는 얘기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주변의 우려 때문에 회담추진에 난관이 조성된 것은 아니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의 우려에 신경쓰는 지도자가 아니라며 그 예로 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제가 미국 쪽에서 들은 얘기인데 우리 특사단이 워싱턴에 가서 김정은 위원장이 초청장을 전달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당시 참모들은 상당히 그것을 반대를 했답니다. 왜냐하면 지금 북한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초청장을 보낸 것 같은데 그것을 덥석 받는 게 좀 문제가 있다고 하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 부시 행정부, 오바마 행정부가 왜 북한 핵문제를 못 풀었는 줄 아느냐. 참모들 말 열심히 듣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그래서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 그렇게 해서 아주 흔쾌히 초청장을 받고 5월 내에 북·미정상회담을 하겠다라고 하는 그 입장을 표명했대요. 그렇기 때문에 참모들이 역할을 하기는 하겠지만 그러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다', 그게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일종의 패턴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건 제가 볼 때는 그렇게 큰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문 특보는 그러면서 북미 사이에 일정 조율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장소는 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 트럼프 정부에 강력하게 판문점을 제안했다고 말해다. 킨텍스에 3,000명의 내외신 기자가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고 보도했다면서 북미정상회담 성과를 극대화하고 곧 남북미 3자정상회담으로 연결시켜 그 이행을 가속화할 수 있는 장소가 판문점이라면 상징성이나 여러 측면에서 싱가포르보다 낫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은 장소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을 파탄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무리 미국이 원하는 장소라고 해도 사전 조율이 안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준비에 미국 행정부가 모두 나서서 노력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벌써 미국에서는 보니까 국무부, 에너지부 그다음에 국방부 할 것 없이 다 팀이 구성이 돼서 상당히 밀도 있는 분석과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미국이라는 나라를 우리가 그렇게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우선 협상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을 짚고 넘어갈 것은 다 짚고 넘어가고, 그다음에 어떤 문건을 채택하게 되면 그 문건도 아마 북한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깊게 짚고 넘어가고 미국이 손해보지 않는 그러한 행태를 보일 겁니다."

 

이런 문정인 특보가 전한 미국 기류를 보면 북미사이의 물밑 조율이 현재 구체적 단계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정상회담은 이미 사전에 조율을 다 마치고 서명을 하는 절차일 뿐이다. 그 사전 의제조율과 합의가 관건인데 그 합의에 지금 북미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북은 그 어느 때보다 국력이 강해진 상황이다. 완전한 핵보유국 선언에 이어 경제개발집중 결정서까지 발표하였다. 지금도 날로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데 이제는 핵억제력구축에도 비용을 투자할 필요 없이 경제개발에 주력할 상황이 되었으니 북미관계가 어찌되건 북은 날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와 관계가 날로 강화되고 있는데 북중관계까지 호전되고 있어 북은 이미 양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하고 있는 중이다.

 

그에 비해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국가 위기가 심각하다.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밀려난 미국이 시리아전쟁에서도 패배를 당했다. 유럽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날로 커가고 중동에서는 이란의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미국들은 예멘반군도 제압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거기다가 중국의 경제 군사적 영향력을 날로 커져가고 있어 미국의 패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어 이제는 중국의 영향력을 어떻게든지 막아내야할 절박한 상황에 처했는데 미국 내부의 경제사정은 최악으로 악화되어 세계 경찰국으로서의 해외주둔 미군을 유지할 돈이 바닥을 드러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전 즉 사실상 전쟁상태에 있는 북이 핵무장력을 날로 강화해가고 있으니 이를 막기 위한 북미정상회담을 어떻게든지 성사시킬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이기에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성사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본다. 그런 기류를 문정인 특보도 미국에서 느끼고 온 것이다.

 

▲ 키신저가 두번째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는 모습 

 

 

✦ 키신저, 한국정부의 자주성 강조

 

손석희 사회자가 이번 방문 중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문정인 교수에게 '너무 트럼프한테 올인하지 마라'는 말을 했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의미가 무엇이었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문정인 특보는 이렇게 답했다.

 

"그분이 95세시거든요. 그런데 저랑 1시간 담소를 했는데요. 정말 지혜가 넘치는 그런 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foreign affairs에 제가 쓴 글을 읽어봤노라고 이렇게 말씀하셨고, 그러면서 참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역사적 사건이다. 대단한 일을 해 놨다. 한국 사람들을 존경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한다는 이런 말씀을 하시고 그다음 여러 가지 주제를 다뤘는데, 그중에 아주 흥미로운 대목은 아까 우리 손 앵커님께서 말씀하신, 왜냐하면 제가 이런 질문을 했거든요. 지금 우리 남북 정상회담이 상당히 성공적으로 끝났는데 북·미회담이 어려워지면 우리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들도 상당히 어려워진다는 얘기를 하니까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이 잘 안 될수도 있다라고 하는 것을 준비할 필요가 있고, 그리고 이런 것을 짤 때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전략을 갖고 그래서 미국과 북한을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어떤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하는 게 상당히 좋다는 그런 말씀을 한 게 인상적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중국 문제를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쓴 글 하고 또 다른 뉴욕타임스 기사들 이렇게 보니까 중국이 지금 포함되지 않은데, 중국은 한반도 옆에 있는 아주 가깝고도 큰 나라다. 그 가깝고도 큰 나라를 배제한다고 하는것은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종전 선언 과정에서도 그렇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중국이 개입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위해서 훨씬 바람직하다.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의 뒷동산 중남미에 친미정권을 세우기 위해 수많은 쿠데타와 반미진보진영 대살육작전을 지휘했으며 베트남전 종전과 중미수교를 맺는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미국의 유대계 이익을 관철하는 핵심 인사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남북관계의 독자성을 강조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북미관계가 악화되더라도 남북관계를 계속 잘 관리해서 북미관계를 다시 좋게 할 수 있도록 아울러 내야한다는 지적은 충격적이기까지 한 내용이다. 

 

1차 남북정상회담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이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우리 대통령을 미국으로 불러 "This man"이라고 비난하고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사사건건 방해해왔던 것과 완전히 다른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노무현 대통령의 2차정상회담도 탐탁치 않게 여겨 결국 집권 말기에 가서야 겨우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런데 키신저 장관이 남북관계는 북미관계가 악화되더라도 계속 발전해갈 필요가 있고 나아가 그 북미관계를 다시 호전시킬 중재자역할을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우리 청와대에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중요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판문전 선언'을 발표한 후 만찬 건배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가는데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면서 그에 결코 주저앉지 말고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똑같은 입장을 키신저가 밝힌 것이다.

 

이는 그만큼 미국의 핵심 수뇌부에서 한반도위기를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북미대결전이 거의 갈 데까지 간 상황이기에 여기서의 상황악화는 돌이킬 수 없는 북의 핵무장력 구축으로 연결될 것이 자명하고 자칫하면 전면전 유발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현재 북미사이에 대화를 진행하고 있고 그 과정에 밀고 당기기가 연출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에서 남측이 과거처럼 미국의 대북압박에 무조건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안전망과 중재자 역할을 해주기를 미국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부부의 양위안자이(양원제) 오찬 기념 사진

 

 

✦ 중미대결전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

 

키신저의 발언 중에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중국이다.

 

종전선언에 중국을 꼭 포함시켜 주기를 바라는 입장을 키신저 전 장관이 밝혔는데 이는 중국이 미국에게 유리한 작용을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중국은 종전선언에 꼭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하는 데서도 발언권을 얻고자 하고 있다. 이런 중국에게 아주 듣기 좋은 말을 키신저 전 장관이 내놓은 것이다. 

 

미국은 북과의 관계는 개선하면서 중국과 본격적인 대결전을 펴나가고 있는 중이다. 대만에 첨단 무기 수출은 물론 대사관을 열겠다는 입장까지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 중국을 심각하게 자극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 호주는 물론 베트남, 인도와 협력을 강화하여 남중국해, 인도양에서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는 일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미 무역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미수교를 막후에서 주도했던 키신저 전 장관이 중국 달래기 차원에서 내놓은 발언이 아닌가 싶다. 한편에서는 달래고 어르면서 다른 쪽에서는 때리는 양면전술의 한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물론 키신저 전 장관이 긴 인생을 총 정리하는 과정에 그간 미국의 패권정책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진심으로 중국을 위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말일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미국과 중국의 대결 양상을 보면 그의 말이 중미관계를 다시 되돌리는데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본지 해외 기고가 한호석 소장은 최근 연재기획기사에서 미국이 인도양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본격적인 패권다툼을 위해 북미관계를 일단락지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극이 너무 커져서 당장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인데 미국이 더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진 북과 대결전을 펴면서 중국까지 상대하는 것이 너무 버거워 결국 북미대립관계를 이제는 정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도 이것을 알고 있기에 이번에 북중정상회담에서 북중혈맹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켜갈 결심을 밝힌 것이라고 본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은 지정학적 측면에서만 봐도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이다. 

북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런 국제정세의 흐름을 읽고서 주동적으로 북중관계, 남북관계 나아가 북미관계까지 풀어가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북은 유리한 고지에서 주변국과 협상을 진행하는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북미정상회담은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겠지만 추진될 가능성이 높고 한반도 운명과 세계사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합의들이 발표될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언론에 흘러나오는 이런저런 불협화음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한국의 독자적 역할을 주동적으로 전개해갈 내용 준비를 잘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국민들은 북미관계,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수구반북, 사대매국세력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과 트집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며 우리 정부가 주동적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가도록 저극 밀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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