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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北 '장사정포 후방 철수' 화답?

국방부, '장사정포 후방 철수' 보도에 애매한 부인
2018.06.17 16:31:27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또는 남북간 평화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북미 간 논의되고 한국이 뒷받침할 비핵화 파트는 아직 구체적 진전이 없는 상황인 반면, 남북미 3자가 모두 관여된 군사적 긴장 완화 등 평화체제 부분은 의미 있는 실제적 조치가 논의되고 있는 것.

먼저 한국과 미국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방안을 양국 국방부 간 논의하고 있으며, 6월 3주 중 공동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5일 고위 관계자를 통해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한미 간 이미 협의가 시작됐다"며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지만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조만간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1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미 군 당국이 연합훈련 문제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논의 결과를 금주 내 한미 국방부가 공동으로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 중단 범위는 한국군과 주한미군 간 통상적으로 행해온 모든 훈련이 아니라 북한과의 전면전을 가정한 대규모 훈련, 즉 키리졸브(KR)·을지프리덤가디언(UFG)·독수리(FE) 등 3대 훈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 기간 실시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도발적'이라고 언급한 대상은 대규모 전쟁을 상정한 '워 게임(war game)'"이라며 "따라서 전면전을 가정한 대규모 연합훈련의 중단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워 게임들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한 의미가 뭐냐는 논란이 있었는데, 이날 한국 정부 당국자의 발언에 비춰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워 게임'이란 용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을 뜻하는 군사용어가 아니라 '대규모 전쟁 연습'이라는 비유적 표현으로 사용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아울러 한미가 연합훈련 중단·연기를 발표하더라도,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가 중단되거나 북한이 합의 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훈련은 곧바로 재개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한편 이런 가운데 북한이 수도권을 겨냥해 배치하고 있는 장사정포의 후방 철수 문제를 논의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연합뉴스>는 이날 '복수의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남북 군사당국이 군사분계선(MDL)에 배치된 북한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철수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즉 △지난 14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당시 우리 측이 북한에 장사정포를 30~40킬로미터 후퇴시키는 안을 제시했고, △북한도 이에 대해 즉각 거부감을 표하지 않은 채 한국군과 주한미군으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다면 상호주의에 입각해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같은 보도에 대해 즉각 "이번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우리측이 북한 장사정포 후방 철수를 제안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다만 취지는 '부인'일지언정, 남북 간 장사정포 관련 논의가 아예 없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남북 간 논의가 있었지만 그 기회가 '이번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아니라는 것인지 또는 남측이 먼저 제안한 게 아니라는 것인지 등은 분명치 않다.  

아무튼 국방부의 애매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장사정포 문제는 정부 당국자의 언급 자체만으로도 폭발적 관심을 받을 만하다. 한국 여론 일각, 특히 보수층에서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안보가 불안해졌다는 염려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의 핵과 장거리미사일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것이고, 한국에 대한 북한의 직접적 안보 위협 요인 가운데 가장 첫손에 꼽힌 것은 바로 장사정포였다.  

앞서 남북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 선언'에서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는 점에 합의하고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만약 실제로 북한이 장사정포를 후방 철수한다면, 이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버금가는 또는 그 이상의 획기적 조치로 평가될 전망이다. 북한은 과거 김대중 정부 당시 개성공단 가동을 위해 일명 '종심'의 최전방에 있던 조선인민군 2군단 6사단 및 62포병연대를 10~15킬로미터 후방으로 재배치한 바 있지만, 한국 수도권에 최대의 위협이 돼온 장사정포 철수의 의미는 이에 비길 바가 아니다. 향후 남북 간 추가 논의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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