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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다 높은 이자에, 선물까지? '사기꾼' 아닙니다

'임팩트 투자'로 사회혁신기업을 지원하는 P2P 플랫폼 '비플러스'

18.06.29 19:55l최종 업데이트 18.06.29 19:55l

 

 

 비플러스는 공유경제 ·친환경 ·지역 재생 · 취약계층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들과 투자자를 연결해준다.
▲  비플러스는 공유경제 ·친환경 ·지역 재생 · 취약계층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들과 투자자를 연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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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정기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20대 청년 이정진씨의 말에 친구들의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리워드 상품도 주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지."

 

요즘 이씨는 투자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출형 P2P(개인 간 거래) 플랫폼 '비플러스'를 홍보합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비플러스가 진행한 '세상을 이롭게 하는 프로젝트' 12곳에 투자했습니다. 

"최소 금액 1만 원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아직은 수입이 많지 않아 큰돈을 투자하지는 못하지만 제가 공감하는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어 좋아요."

이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투자로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예비사회적기업 '만인의 꿈'을 손꼽았습니다. 그는 여기에 50만 원을 투자했습니다. 

"제 또래 청년들의 문제라 가슴에 와닿았어요. 일반 P2P 금융보다 금리는 낮지만 리워드 상품도 있고 매달 이자 상환이 이뤄져 좋아요. 사회를 이롭게 하는 사업에 투자한다는 뚜렷한 미션이 있어서 제가 투자한 기업들에 대해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사회혁신 기업 자금 조달의 새 창구
 
 비플러스는 지난 2년 동안 총 46차례에 걸쳐 15억이 넘는 대출을 진행했다.
[출처] 임팩트 투자로 사회혁신기업을 지원하는 P2P 플랫폼 ‘비플러스’
▲  비플러스는 지난 2년 동안 총 46차례에 걸쳐 15억이 넘는 대출을 진행했다. [출처] 임팩트 투자로 사회혁신기업을 지원하는 P2P 플랫폼 ‘비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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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플러스는 국내 유일한 임팩트 투자 P2P 금융 플랫폼입니다. 시민투자자와 공익 목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과 단체들을 연결해줍니다. 

도시 양봉을 전파하는 사회적기업 '어반비즈서울'의 박진 대표는 비플러스를 통해 세 차례 총 5300만 원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운영비로 급전이 필요할 때가 많아요. 일반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려면 서류도 많이 준비해야 하는데 반드시 받는다는 보장도 없지요. 스타트업들은 신용이 낮거든요. 비플러스는 대출 심사 절차가 간편하고 신속한 데다 펀딩 과정에서 저희를 지지해주는 응원군들이 생겨나 무척 매력적입니다." -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

비플러스는 2016년 창업 이래 공유경제·친환경·지역 재생·교육·문화·취약계층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이슈를 소재로 해결책을 모색해보는 다양한 기업과 단체들과 총 46차례에 걸쳐 15억 원이 넘는 대출을 진행했습니다. 올해 목표는 50억 원 돌파입니다.

재무 건전성은 기본, 대출심사에 사회적 가치 반영
 
 박기범 비플러스 대표
▲  박기범 비플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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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플러스는 투자 대상을 평가할 때 재무적 지표를 기본으로 삼지만 기업가에 대한 평판이나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상환에 충분한 영업 실적을 보유했음에도 금융권 거래 이력이 없거나, 담보나 보증의 어려움으로 대출 자체가 거부되거나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사회혁신기업과 단체들이 대상자들입니다. 이 같은 평가 방식으로 대출이 부도가 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대출 금리는 프로젝트별로 부담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됩니다. 일반 P2P 금융 수익률이 15~20%로 두 자릿수인 데 반해 비플러스의 수익률이 6~8%에 그치는 이유입니다. 

"투자 수익은 다소 낮더라도 투자가 갖는 또 다른 의미 즉, 당신의 투자가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비플러스는 '기부=후원'이라는 공식을 벗어나 투자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임을 알려주는 플랫폼입니다. " - 박기범 비플러스 대표

개미들도 참여할 수 있는 가치 투자

개인 투자자들은 최소 1만 원, 최대  500만 원까지 투자할 수 있습니다. 비플러스 페이스북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적은 금액이라도 함께 힘을 보태면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며 "큰 손만이 아니라 개미 후원자들이 모여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든다"는 댓글이 많습니다. 

비플러스 회원 수는 약 1000명. 이 가운데 약 60%가 십시일반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경제를 전혀 모르고 고수익을 좇아 움직여 왔던 전문투자자들도 동참해 큰 힘을 실어줬습니다.

"무작정 높은 수익률만 좇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수익률만 보장된다면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자신의 돈이 쓰이길 바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기부나 후원의 형태가 아니라 투자를 통해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도움이라는 생각이죠."

사회적기업 제품을 리워드 상품으로 제공
 
 사회적기업 동구밭의 천연비누
▲  사회적기업 동구밭의 천연비누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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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플러스에 투자한 사람들은 수익금 이외에도 리워드 상품이라는 깜짝 선물을 받습니다. 박 대표는 이때 되도록 사회적기업 제품을 제공합니다. 2017년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한 사람들은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 동구밭이 만든 천연비누를 선물 받았습니다. 

"보통 기업들이 당사의 물건을 리워드 상품으로 주지만 태양광 발전기처럼 곤란한 경우에는 사회적기업 제품을 선별해 제공합니다. 사회적기업을 잘 모르거나 품질이 낮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사회적기업 상품을 써 볼 기회를 주는 거죠. 저희 페이스북에는 동구밭이 만든 비누를 써본 투자자들이 좋아서 따로 구매했다는 댓글이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사기꾼 아냐?" 불신과 편견을 이겨내려고 발로 뛰었다

투자자와 영세한 기업을 연결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의심의 눈초리가 묻어나는 전화 공세와 악플에 시달릴 때도 많았지요. 

"사회적기업이 뭐라고 우리가 낮은 이자를 받아야 하나요? 그렇다고 리스크(손실 위험)가 적은 것도 아닌데..."
"임팩트 투자가 뭐야? 당신 사기꾼 아냐?"
"사회적기업이라는데 정말 사회에 유익하긴 한 건가요?"
 

박 대표는 "아직도 대중들 사이에는 '사회적기업 하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근근이 지탱해가는 존재'라는 인식이 깔려있다"며 "이 벽을 깨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 높은 벽을 깨기 위한 방법은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는 것이었습니다. 기업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오프라인으로 만나고 'SOPOONG'이나 '함께일하는재단' 같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출 상담을 진행하며 전략적으로 쫓아다녔습니다. 

박 대표는 회계사 출신이라는 전문성을 발휘해 비플러스가 아니더라도 여러 통로로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재무적인 조언을 해주면서 신뢰를 쌓아갔습니다. 덕분에 요즘엔 영업을 하러 다니기보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신청 사례가 더 많다는군요. 

"대출자와 투자자의 이해가 서로 상충되는 양면 마켓에서는 이를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우선 거래 하나하나를 100%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한편으론 꾸준히 위기관리를 하면서 사회적기업에 투자해도 부도가 나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습니다."

비플러스는 투자자들에게 매달 투자한 기업들에 대한 현재의 상황을 알려주는 뉴스레터를 보내고 계약서에는 상환 계획표와 그 기업에 대한 재무정보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였습니다. 

정부 주도 임팩트 금융 '약'일까 '독'일까

박 대표는 "임팩트 금융이 지속 가능하려면 작은 규모라도 민간에서 시작해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 주도의 사회적 경제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지나치게 의존적인 태도를 낳는 부작용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대출이자가 연 6~8% 정도면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했어요.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데도 정부의 정책 자금이 워낙 낮게 책정되다 보니 여기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이 짙습니다. 하지만 정책 자금을 받으려면 서류 준비에만 두 달 이상이 걸리고 면접에 발표 평가도 있고 그래도 안 될 수 있지요. 불발로 끝났을 때 신생기업들이 자금을 얻을 수 있는 창구라고 하면 이자가 두 자릿수나 되는 캐피털이나 카드론, 저축은행 등 제2, 제3 금융권들뿐입니다.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기업 떡찌니는 즉석떡볶이 홈쇼핑 론칭을 불과 2주 앞두고 재료비를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석지현 떡찌니 대표는 비플러스를 통해 일주일 만에 1500만 원의 자금을 마련했고 홈쇼핑 방송으로 하루 만에 한 달 매출에 버금가는 3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떡찌니는 한 달 만에 1500만 원을 상환했고 투자자들에게 이자와 함께 리워드 상품으로 떡볶이를 선물했습니다. 

정책 자금과의 연계 대출로 이자율 경감 효과

2017년 비플러스는 하반기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융자 수행기관으로 선정됐습니다. 그러자 비플러스는 펀딩이 성공하면 사회투자기금을 매칭해 최대 2.5배의 금액을 추가로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비플러스의 대출 이자는 정책 자금보다 높지만 매칭 기금을 받게 되면 연리 4%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습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정책 자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

이 밖에 서울 성동구와도 지역 협력 기금 협약을 맺었습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철저하게 수치에 밝은 일을 해왔습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대형 회계법인에 근무할 때는 금융권 분야를 맡아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가 주 고객이었습니다. 이때 해외 뉴스를 통해 마이크로 크래딧의 존재를 접하고는 그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외신에서 극빈자들에게 무담보 소액 대출을 제공하는 그라민은행을 알게 됐어요. 그때 '어, 이런 것도 가능하네'라고 생각했지요. 당시는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였고 가까이서 들여다본 금융기관들의 민낯에는 아름답지 못한 모습도 분명 있었습니다. 약탈적 금융 혹은 그 반대로 선한 금융이란 말에 100% 동감하지는 않지만 일정 부분 부인할 수 없는 점이 존재합니다."

"투자가 곧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것이 꿈"
 
 비플러스와 함께 하는 사람들. 국민연금·(재)한국사회투자·증권사 출신 등 재무관련 전문가들이 많다.
▲  비플러스와 함께 하는 사람들. 국민연금·(재)한국사회투자·증권사 출신 등 재무관련 전문가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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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그는 (재)한국사회투자로 자리를 옮기며 사회적 금융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창업이란 가시밭길에 들어서기 전 사회적기업들에 대한 회계 관련 비즈니스를 해볼 심산으로 유명 세무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중도에 자퇴했습니다. 

"주변에서 많은 걱정을 했지만 전 임팩트 투자가 확산되리라 전망했고 그 일은 내가 잘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나의 직업이 개인의 삶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유익한 일과 연계된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가 생각하는 임팩트 투자란 무엇일까 물었습니다.  

"현재의 임팩트 투자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발굴해 투자함으로써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것이지만 우리의 목표는 투자를 통해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가령 어떤 기업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우리가 투자할 테니 장애인을 고용하고 또 수익의 일부분을 공익적인 일에 기부하라는 등의 조건을 내거는 겁니다. 그런 때가 오면 모든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굳이 사회적기업이란 말이 사라질지도 몰라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격주로 발행하는 온라인 뉴스레터 '세모편지'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비플러스#가치투자#사회적경제#P2P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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