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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증시 붕괴…'금융위기 10년 주기' 반복되나

[분석] '미국만 호황'이 신흥국 악재, '외환위기급' 악화된 성장동력 지표
2018.10.26 13:44:52
 

 

 

 

국내 증시가 연일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브레이크가 없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하락장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주에만 나흘째 연속하락이다.

일반적인 출렁거림이라면, 낙폭이 큰 하루 이틀 하락장 뒤면 어김없이 기술적 반등이라도 하는 탄력성을 보인다. 게다가 간밤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기업들의 실적 개선 소식에 2% 안팎의 강한 상승세로 마감했다는 점에서 26일 국내 증시가 상승세로 출발한 것은 당연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날 코스피지수는 곧바로 하락세로 반전, 시간이 갈수록 공포스러울 정도로 하락폭이 커지는 추세를 보였다. 오후 12시를 넘어서는 코스피 지수가 장중 2020선까지 붕괴되고, 코스닥은 660선이 붕괴됐다. 하락율은 2.5%, 4%가 각각 넘을 정도였다.

 

▲ 26일 국내 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곧바로 하락세로 반전하며 나흘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장중 2020선까지 무너지는 등 붕괴 양상을 보였다. ⓒ연합뉴스


성장동력까지 외환위기급 추락

 


10월 들어 국내 증시는 단기간에 '약세장'으로 진입할 정도로 붕괴했다. 이렇게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기는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던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10년 주기설"을 증시가 선도하고 있는 국면으로 진단할 정도다. 

시장에서는 고점 대비 20%가 하락할 경우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코스피 지수는 이미 역대 최고치인 올해 1월 29일의 2607.10(장중 기준)보다 20%가 훌쩍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국내 증시가 약세장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거세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만 외국인은 5조 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셀코리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셀코리아' 단계는 아니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실제로 외국인의 증시 매도세는 한국에서만 부각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신흥국 시장 전반에 걸쳐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지고 있다. '미국 경제만 호황'이라는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이 신흥국에게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이 흔들리면서 시작됐다면, 지금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함께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G2로 불려온 중국과 무역전쟁은 물론 최근에는 중국의 핵전력을 견제하기 위해 냉전시대 미국과 옛소련이 맺은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중국과의 군사적 갈등까지 불사하고 있다.  

G2가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기관차가 아니라 신냉전 양상을 보이는 갈등이 길어지면서 신흥국의 실물경제까지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자본의 투자심리가 신흥국 시장에서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은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펀더멘털이 튼튼해졌다면서, 미국의 경제가 흔들리면서 오는 위기가 아니라면 지금의 증시 수준은 바닥에 도달한 것이며 곧바로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는 '펀더멘털 튼튼론'을 더 이상 믿기 어렵게 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경제 성장 동력을 상징하는 양대지표인 설비와 건설투자 모두 '외환위기 급'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올 3분기 건설투자는 전분기보다 6.4% 급감했다. 이는 외환위기가 불거졌던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8.6% 감소했다. 1999년 1분기(-8.8%) 이후 19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었다. 건설투자 증감률은 지난 1월 -0.2%를 기록한 이후 4월까지 유지하다가 7월 들어서 -0.5%로 감소 폭이 커졌다. 10월 들어서는 -2.3%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세가 심화했다. 감소율마저 점점 커지는 것은 건설시장이 완전히 침체기로 빠져들고 있다는 징조로 해석된다. 

올 3분기 건설업 GDP는 전분기보다 5.3% 감소했다. 이 역시 1998년 2분기(-6.0%) 이후 20년 3개월 만의 최저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7.8% 줄어 2011년 2분기(-8.0%)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하락했다. 3분기 설비투자 역시 전 분기보다 4.7% 줄어들면서 2분기(-5.7%)에 이어 2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3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0.6% 성장에 그쳤다. 3분기의 증가율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졌던 2009년 3분기(0.9%)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 2.0%에 불과하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1분기는 1.0%였지만, 2분기 0.6%에 이어 3분기가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불과 1주일 전 대폭 하향조정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7%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4분기 성장률이 0.8%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성장동력이 꺼져가고 있다는 진단이 맞다면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대외 여건도 좋아질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악재들만 대기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 거래 전면 금지 등 대이란 경제 제재(4일)와 미국 중간선거(6일)가 예정돼 있다. 12월에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확실시 되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 추가 부과, 중국 수출 절벽 우려 등도 거론된다. 

11월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별도 양자회동이 돌파구를 열 것이라는 기대감은 미국부터 부정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는 미.중 정상회담이 무역마찰의 완화로 이어지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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