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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보다 강한 과학 이야기

대통령 2020 달 타령할 때, 소행성 지구로 곤두박질!

[지구를 지켜라] 아이언맨보다 강한 과학 이야기

강양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5-03 오후 7:42:34

 

 

혹시 <딥 임팩트>, <아마겟돈> 같은 할리우드 영화를 기억하세요?

맞습니다.
외환 위기가 한국 경제를 풍비박산을 낸 직후인 1998년 잇따라 개봉한 영화입니다. 두 영화는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딥 임팩트>)과 소행성(<아마겟돈>)을 막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딥 임팩트>의 경우에는 불과 지름 800미터(0.8킬로미터)짜리 혜성이 지구에 떨어졌을 때 어떤 재앙이 일어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줬죠?

15년이 지난 2013년 2월 16일 새벽 3시 20분(현지 시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영화를 연상시키는 일이 일어났어요. 지름 17미터 정도의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져 고도 15~25킬로미터 사이에서 폭발한 것입니다. 이 폭발로 첼랴빈스크를 포함한 러시아 지역 다섯 곳과 카자흐스탄 지역 두 곳이 피해를 입었어요. 1459명이 다쳤고, 가옥 7200채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바로 보기)

이 폭발은 히로시마 핵폭탄의 약 20~30배에 해당하는 위력입니다. 히로시마 핵폭탄처럼 고도 850미터 인근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겠죠. 만약 첼랴빈스크가 아니라
서울광화문이나 강남과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졌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혹은 첼랴빈스크 인근에 있는 핵발전소에 떨어졌다면요?

이번 사건은 새삼 소행성과 혜성과 같은 '근 지구 천체(Near-Earth Object)'가 얼마나 지구에 위험한 존재인지를 일깨워줬습니다. 실제로 지름 300미터 정도의 소행성만 떨어져도 한반도 정도 크기의 나라는 지구에서 사라집니다. 지름이 한 3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이 떨어지면 인류 문명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요.

지름 10킬로미터 정도의 소행성은 대재앙이죠. 지구 위의 생명체 50센트 이상이 멸종 목록에 오를 거예요.
공룡 시대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고요. 그렇다면, 이렇게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이나 혜성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영화처럼 핵폭탄으로 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요? 혹시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살짝 귀띔하자면, 재앙을 막는 데는 핵폭탄보다 흰 페인트가 더 유용하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새 돈
냄새 맡는 데는 도가 튼 몇몇이 수상한 회사를 잇따라 설립했습니다. 이 회사는 소행성의 희귀 광물을 채취해서 팔아먹을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입니다. '옥타늄'을 얻고자 나비 족을 괴롭히는 인간을 묘사한 영화 <아바타>가 생각나죠? 그런데 바로 이 회사 중 한 곳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자 통신 에너지 산업에 꼭 필요한 희토류 확보에 혈안이 된 일본도 이미 2003년에 소행성 탐사선을 보냈습니다. 소행성과 같은 근 지구 천체를 놓고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거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휘날리게 하겠다"고 공언한 박근혜 대통령이 뭔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건 아닐까요?

"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위한 비전"을 찾는 <크로스로드>와 함께 하는 '과학 수다'에서 이런 궁금증을 모두 해결합니다. 한국의 첫 소행성 전문가 문홍규 박사(한국천문연구원)가 가이드로 나섰습니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부산대학교), 천문학자 이명현 '프레시안 books' 기획위원이 때로는 가이드로 또 때로는 독자를 대신한 질문자로 수다에 참여했고요. 수다 정리는 소행성의 매력을 뒤늦게 발견한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가 맡았습니다.
 

ⓒ프레시안(손문상)


'딥 임팩트'의 공포

이명현 : 오늘의 주제는 '니어 어스 오브젝트(Near-Earth Object)'입니다. 이렇게 영어로 얘기를 시작한 이유는, 니어 어스 오브젝트의 번역어가 계속 변해 왔기 때문이에요. '지구 접근 천체', '지구 근접 천체' 또 '지구 위협 천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근(近) 지구 천체' 혹은 '지구 근 천체'라고 부르더군요. 일단 용어 정리부터 합시다. (웃음)

문홍규 : 좋은 지적이에요. 사실 니어 어스 오브젝트의 학계에서 합의된 번역어는 아직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국내에 거의 없어서요.

강양구 : 몇 명이나 있나요?

문홍규 : 소행성으로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서 연구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고요.

강양구 : 한 명이요?

문홍규 : 네. 그리고 혜성으로 학위를 받은 동료 과학자가 있습니다. 역시 한 명이네요. (웃음) 그리고 마사테루 이시구로 서울대학교 교수가 소행성, 혜성을 다 연구합니다. 그러니 니어 어스 오브젝트를 연구하는 사람은 국내에 딱 세 명 있는 셈이네요. 그러니 우리 세 명이서 어떻게 부르는지에 따라서 번역어가 그 때 그 때 달라지곤 했어요. (웃음)

이명현 : 이제 사정이 어떤지 짐작이 되죠? 사실 앞에서 말했던 니어 어스 오브젝트의 번역어 변천사는 여기 문홍규 박사가 불러온 궤적과 일치합니다. (웃음) 그런데 이렇게 번역어가 계속 바뀐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 ⓒ프레시안(손문상)

문홍규 :

처음에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무엇인가 지구에 접근하고 있다' 이런 걸 강조하는 게 주목을 받을 것 같아서 고민 끝에 '지구 접근 천체'라고 불렀어요. 엄밀히 따지면 맨 앞의 'Near'는 형용사잖아요. 꼭 지구 가까이 접근하는 것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죠. 그런 식이면 다 언젠가는 지구와 충돌한다는 얘기니까요.

고유한 궤도를 돌면서 주기적으로 혹은 비주기적으로 지구 근처를 지나는 모든 천체를 포괄하는
번역어를 찾다 보니 요즘에는 '근 지구 천체'라는 용어를 선호합니다. 당연히 근 지구 천체 안에는 '근 지구 소행성(Near-Earth Asteroid)', '근 지구 혜성(Near-Earth Comet) 등이 포함되죠.

김상욱 : 그런데 소행성이든 혜성이든 원래는 지구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태양으로 접근하는 거죠? 명칭만 지구 중심으로 붙였을 뿐이지.

문홍규 : 정의를 해볼게요. 근 지구 천체는 소행성이나 혜성 중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운 거리(근일점 : 태양 주변을 도는 천체가 태양과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가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1AU=약 1억5000만 킬로미터)의 1.3배 안에 들어오는 걸 말해요. 특히 근 지구 소행성은 근일점이 0.983AU와 1.3AU 사이에 있는 걸 말합니다.

이명현 : 그러니까 근 지구 천체는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소행성이나 혜성 중에서 그 궤도가 지구 궤도와 엇비슷한 것들이군요.

강양구 : 그래서 지금까지 확인된 근 지구 천체가 몇 개나 되나요?

문홍규 : 나사(NASA)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거의 매일 갱신이 됩니다. (☞바로 가기) 그러니 이 숫자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요. 2013년 4월 24일 현재, 일단 혜성이 94개입니다. 그리고 소행성은 9797개나 됩니다. 그러니까 현재까지 확인된 근 지구 천체 전체 숫자는 9891개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지름 1킬로미터보다 큰 소행성은 861개군요. 그리고 그것들 중에서도 지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것은 155개고요.


이명현 : 그러니까 소행성이 약 1만 개 정도인데 그 중에서 약 150개 정도가 위험한 셈이네요.

문홍규 : 더 얘기하기 전에 흥미로운 아래 그래프부터 보세요. 이 그래프에서 왼쪽 끝이 1980년에 발견한 소행성의 개수고 오른쪽 끝이 2013년에 발견한 소행성의 개수입니다. 파란색은 발견한 모든 소행성의 개수고, 빨간색은 그 중에서 지름 1킬로미터보다 더 큰 것의 개수예요.
 

ⓒneo.jpl.nasa.gov


김상욱 : 갑자기 올라가네요.

문홍규 : 네, 1998년부터 갑자기 올라가기 시작하죠? 이 시점에 무엇인가 시작된 거죠.

김상욱 : 1998년에 할리우드 재난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했잖아요. 미미 레더 감독의 <딥 임팩트>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이요.

강양구 : <딥 임팩트>는 혜성이 지구로 돌진하는 내용이었고, <아마겟돈>은 소행성이 지구를 위협하는 내용이었죠. 물론 둘 다 겨우 막아내긴 했습니다만. (웃음)

문홍규 : 특히 <딥 임팩트>는 나사 과학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영화였어요. (웃음) 대중의 관심을 등에 업고서 미국 의회에서 1998년부터 '우주 방위 목표(SpaceGuard Goal)' 프로젝트의 예산을 승인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지름이 1킬로미터보다 큰 근 지구 천체의 90퍼센트 이상을 찾아서 목록을 만드는 걸 목표로 했죠.

2008년에 이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어요. 그 후에 나사는 우주 망원경 WISE(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를 대기권 밖에 설치합니다. 지름 40센티미터 정도의 이 우주 망원경은 애초 적외선으로 별, 은하를 보려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이 WISE가 소행성을 비롯한 굉장히 많은 근 지구 천체를 발견합니다.

근 지구 소행성은 제일 큰 게 지름 35킬로미터 정도밖에 안 됩니다. 사실은 거의 몇 킬로미터도 안 되는 작은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가시광선으로 보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행성을 적외선의 눈으로 봤더니 훨씬 밝고 더 많이 보이는 거예요. 이런 사정으로 WISE 덕분에 현재까지는 1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을 94퍼센트 정도 발견했습니다.

강양구 : 여기서 왜 지름 1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에 그렇게 신경을 써야 하는지 한 번 따져보죠.

문홍규 : 먼저 'PHO(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의 정의부터 해보죠. 보통 '지구 위협 천체'라고 번역을 하는데요. 근 지구 천체 중에서 크기가 지구 접근 거리가 약 750만 킬로미터 이내이면서 크기가 지름 150미터 이상인 것을 지구 위협 천체라고 합니다. 당연히 지구 위협 천체 안에는 소행성도 있고, 혜성도 있지요.

아까 봤던 나사의 웹사이트로 돌아갈까요? 그 웹사이트에서 확인하면 근 지구 천체 9891개 중에서 'PHA'가 1397개입니다. PHA(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는 150미터보다 큰 지구 위협 소행성입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1킬로미터보다 큰 것이 아까 얘기했듯이 155개예요.

그러니까 1킬로미터보다 작은 소행성 중에서도 지구를 위협할 가능성이 큰 것이 150미터 이상인 것만 약 1200개가 있는 셈이죠. 사실 150미터보다 작은 것도 상당히 위험합니다. 지름이 30미터 이상의 소행성이 폭발하면 다이너마이트 200만 톤과 같은 위력을 발휘합니다. 이 정도면 반경 5킬로미터 안의 모든 물체가 날아가요.

지름이 100미터인 소행성은 다이너마이트 8000만 톤과 폭발력이 같아요. 이 정도 규모의 폭발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 있죠. 1908년 6월 30일 시베리아의 퉁구스카에서 지름 30~50미터로 추정되는 소행성이 8킬로미터 상공에서 폭발해 2000제곱미터에 이르는 숲이 초토화되었습니다. 이런 것이 서울 한복판에 떨어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크기가 더 커지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죠. 지름이 한 300미터 정도면 한반도 정도 크기의 나라가 풍비박산이 납니다. 지름이 1.5킬로미터 정도 되면 유럽 정도가 파괴됩니다. 이런 소행성이 지각의 얇은 부분을 뚫고 맨틀로 들어가면 더 위험하죠. 화산체, 쇄설물이 나오고 이게 지구 전체를 덮으면 심각한 기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요.

지름이 한 3킬로미터 이상이 되면 전 지구적으로 즉각적인 위험을 야기하죠. 아마 인류 문명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겠죠. 지름 10킬로미터 정도의 소행성이면 정말로 심각한 문제요. 지구 위의 생명체 50퍼센트 이상이 멸종 목록에 오를 거예요. 공룡 시대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죠.

김상욱 : 실제로 <딥 임팩트>를 보면 지구로 혜성이 날아옵니다. 핵폭탄을 장치해서 폭파를 시키긴 하는데, 완전히 폭파가 되지 않고 둘로 쪼개져요. 하나는 큰 것(지름 4.8킬로미터)이고, 다른 하나는 작은 것(지름 0.8킬로미터)이죠. 큰 것은 비켜가는 데 작은 것은 지구로 떨어져요.

영화에서는 0.8킬로미터 작은 것이 떨어지는 순간 해일이 일어나서 뉴욕이 다 물에 잠기고 수백만 명이 죽는 것으로 나와요. 다들 4.8킬로미터 큰 것이 떨어질 줄 알고 죽음을 준비하는데 극적으로 막죠. 방금 설명을 듣고서 영화 내용을 떠올리니,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거였군요.
 

▲ 김상욱 부산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손문상)

 

문홍규 :

맞아요. 나사 과학자들이 비교적 정확한 자문을 해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실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과 같은 할리우드 영화가 1998년에 개봉한 데는 1994년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목성과 충돌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었던 것과도 무관치 않아요. 그 충돌을 보면서 저를 포함한 많은 과학자들이 흥분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거든요.

1994년 7월 14일부터 거의 일주일에 걸쳐서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여러
조각으로 쪼개져서 목성에 충돌했습니다. 그런데 충돌로 생긴 화염의 크기가 지구보다 더 큰 거예요. 지구가 실제로 혜성이나 소행성과 충돌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눈앞에서 생생히 볼 수 있었던 거예요. 얼마나 충격이 컸겠어요.

이명현 : 그 때는 멋있었죠. 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히면 등골이 오싹해지죠. (웃음)

흰색 페인트로 지구를 구한다?

강양구 :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요. 현재까지 1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의 94퍼센트 정도를 파악했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 중에서 지구로 다가오는 게 있다면, 그 충돌 여부는 얼마 전에야 예측할 수 있나요? 슈메이커-레비 혜성도 목성과 충돌하기 1년 4개월 정도 전에야 확인했었죠?

문홍규 : 제각각 다릅니다. 사실 1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을 발견한 것으로 끝나면 안 되죠. 일단 꼬리표를 달아놓은 거잖아요? 그 다음부터는 추적 관측이 필요합니다. 정확한 궤도를 파악해야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을 따질 수 있는데 그걸 확인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러니 충돌 여부를 예측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강양구 : 그럼, 운에 달렸군요. 운이 좋아서 충돌 예상 시점 몇 년 전에 발견할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한 3개월 전에 확인할 수도 있고요. (웃음)

문홍규 : 네, 그런데 지금까지 확인된 지구 위협 천체는 계속해서 추적 관측을 하니까 아무래도 조기 발견의 가능성이 크겠죠. 사실 천문학자의 몫은 정밀 궤도를 얻고서, 충돌 확률을 계산하고, 계속해서 그것을 보완하는 데서 끝납니다. 일단 충돌이 거의 확실시 되면 그 뒤부터는 천문학자의 몫은 아니죠. 그 때부터는 정치와 행정의 영역이 되는 거죠.

강양구 : 지구 위협 천체를 발견하고 추적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을 결정하는 것도 정치인과 관료니까, 사실 모든 단계가 과학뿐만 아니라 정치와 행정의 영역이라고 할 수도 있죠. (웃음)

문홍규 : 듣고 보니 실제로도 그러네요. 2005년부터 이 지구 위협 천체 문제를 유엔(UN)이 주도하고 있어요. 유엔 산하에 지구 위협 천체 문제에 관한 세 개의 그룹을 만드는 움직임이 추진 중입니다. 경보 발령 자문 그룹, 충돌 궤도 변경 자문 그룹, 재난 방지 자문 그룹, 이렇게요.

김상욱 : 그런데 과연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를 덮칠 때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강양구 : 방금 충돌 궤도 변경 얘기를 언급했는데, 사실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이나 혜성의 궤도를 바꾸는 게 말처럼 쉽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저는 그런 궤도 변경이 더 큰 재앙을 낳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궤도가 변경된 소행성이나 혜성이 어떤 연쇄 효과를 낳을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문홍규 : 좋은 지적입니다. 아폴로 9호의 우주비행사였던 러스티 슈웨이커트가 만든 B612재단 궤도 계산 결과를 보면, 아포피스 소행성이 2039년 4월 13일 금요일 지구 가까이 지나갑니다. 하필이면 13일의 금요일이죠. (웃음) B612재단은 이 아포피스 소행성의 진로를 바꾸는 계획을 추진 중이에요.

그런데 이 아포피스 소행성이
뉴욕이나 워싱턴에 떨어질 가능성이 예상되어서 진로를 바꿨는데, 그 결과 이 소행성이 런던이나 파리에 떨어지면 어떡하나요? 지구 위협 천체 대응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벌써부터 이런 골치 아픈 논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죠.

김상욱 : 세이건도 <창백한 푸른 점>(현정준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에서 이미 그런 문제를 지적했어요. 세이건은 인간이 개입해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것에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그런 능력을 확보한다면 그 능력은 인류를 구원하기보다는 오히려 인류를 파괴하는 무기로 이용될 거라는 겁니다.

문홍규 : 맞아요. 바로 '카이네틱 웨폰(kinetic weapon)'이죠. 어떤 나라가 소행성의 궤도를 조정할 수 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그 나라가 소행성 몇 개를 마음에 안 드는 나라에 일부러 떨어뜨리는 짓을 하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요. 몇 개도 필요 없죠. 300미터 소행성 하나면 한반도 정도는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요.

김상욱 : 영화 <스타십 트루퍼스>(1997년)를 보면, 벌레 외계인이 지구에 선전포고를 할 때도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죠. 벌레 외계인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소행성을 떨어뜨리잖아요. 그 일을 계기로 인간과 벌레 사이에 우주 전쟁이 일어나죠. 그러니까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 그래도 막기는 막아야 될 것 아녜요? (웃음)
 

ⓒ프레시안(손문상)


문홍규 : 현재로서는 앞에서 언급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궤도 변경이 가장 유력한 대응 방법입니다. 궤도 변경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요. 지구와 충돌 위협이 있는 크기가 작은 소행성의 경우에는 로켓을 꽂아서 추진을 시키는 거예요. 이 로켓이 소행성을 약간만 밀어도 장기적으로는 궤도가 바뀌어 지구를 스쳐서 지나가는 거죠.

김상욱 : 2012년에 유엔이 지원해서 '소행성 움직이기 대회(Move an asteroid competition)'를 했어요. 과학도와 과학자에게 소행성의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집해서 우수한 제안에 상을 주는 행사죠. 그런데 2012년 우승자가 MIT의 한국계 대학생 백성욱 씨입니다. (웃음)

이 백성욱 씨의 아이디어가 아주 재밌어요. 소행성에다 흰색 페인트 통을 던지면 충분하다는 거예요. 물론 흰색 페인트가 소행성 전체에 골고루 묻어야 합니다. 그러면 소행성에 묻은 흰색 페인트가 햇빛을 반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마찰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빛의 힘도 무시할 수 없어요.

앞선 과학 수다에서 빛은 '파동'이면서 '입자'의 성질을 띤다고 했잖아요. 빛의 입자인 광자는 공기의 흐름인 바람처럼 압력을 가집니다. 그런데 우주 공간은 마찰이 없기 때문에 그 힘이 누적되면 무시할 수 없는 효과를 낼 수 있어요.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소행성에 묻은 흰색 페인트가 빛을 반사할 때, 그 태양광 압력의 반작용으로 궤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죠.

이런 태양광의 압력을 이용한 아이디어는 이전에도 있었어요. 2008년에 첫 번째 대회가 있었는데, 그 때 우승했던 아이디어가 바로 이런 햇빛 입자의 흐름, 즉 태양풍을 이용한 거예요. 태양풍을 받을 돛을 소행성에 달면 굳이 로켓과 같은 것이 없더라도 궤도 변경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굳이 그런 돛도 필요 없이 흰색 페인트면 충분하다는 거죠. (웃음)

이명현 :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기존의 상상력이 얼마나 빈곤한지를 보여준 거죠. (웃음) 사실 소행성이나 혜성의 궤도 변경을 말하면 곧바로 핵폭탄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크기가 큰 소행성의 경우에는 궤도를 바꾸려면 핵폭탄 한두 개로는 어림도 없어요. 그렇게 폭탄을 터뜨려서 소행성이나 혜성이 파괴되면 그 파편이 지구에 더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어요. 반면에 이런 흰색 페인트 아이디어는 비용, 효과 모든 점에서 탁월하죠.

김상욱 : 사실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이나 혜성에 핵폭탄을 사용하는 게 정치적으로도 쉽지가 않아요.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에 우주 공간이 포함되어 있답니다. (웃음) 그러니까 미국이든 중국이든 소행성이나 혜성에 핵폭탄을 사용하려면 국제 사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문홍규 : 네, 여기서 현재까지 나온 방법을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폭파, 미는 것, 끄는 것. 폭파는 방금 언급한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 때문에 재래식 무기만 가능하죠. (웃음) 핵폭탄을 실제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방금 얘기했듯이 폭파 후 통제 불가능한 조각들만 더 많아질 거고요. 얼마나 많은 핵폭탄이 필요할지, 그 효과는 어떨지도 미지수고요.

미는 것. 아까 얘기했듯이 가장 먼저 로켓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당장 소행성이나 혜성에 로켓을 어디에 어떻게 꽂을지가 문제에요. 소행성도 자전을 하거든요. 정확히 계산해서 로켓을 꽂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소행성을 밀어서 지구가 더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이런 위험 덕분에 방금 얘기한 흰색 페인트 칠 아이디어가 높이 평가받는 겁니다.

고출력 레이저를 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는데요. 그런 높은 출력의 레이저를 과연 한 세기 안에 만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강양구 : 그 정도 고출력 레이저면, 당장 살상 무기로 쓰일 수도 있겠군요.

문홍규 : 그렇죠. 마지막 방법은 끄는 것. 소행성의 크기가 작을 경우에는 거의 상호 작용을 할 만큼의 비슷한 크기의 우주선을 보내서 견인을 하는 거죠.

이명현 : 우주선을 보내서 소행성을 끄는 방법은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아이디어로 나왔던 거예요. 사실 지구 주위에 널려 있는 인공위성도 근 지구 천체에 속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인공위성 숫자가 계속 많아지면 그것도 아주 고약한 골칫거리가 될 거예요.

김상욱 : 우리가 심각하게 걱정하는 건 지름 1킬로미터 이상이니까 우주선을 보내서 끌기가 쉽지 않겠죠. 하지만 그보다 더 작은 건 끌 수도 있겠죠. 이렇게 작은 걸 끌어다가 큰 소행성에 충돌을 시켜서 궤도를 바꾸는 방법도 얘기가 되는 모양이던데요. 마치 당구공이 서로 부딪쳐서 진로가 바뀌는 것처럼.

문홍규 : 네, 그런 방법이 아까 언급한 유엔의 두 번째 자문 그룹(충돌 궤도 변경 자문 그룹)에서 논의가 될 거예요. 물론 아직은 다 탁상공론입니다.
 

▲ 천문학자 이명현 '프레시안 books' 기획위원. ⓒ프레시안(손문상)


강양구 : 사실 진짜로 소행성이나 혜성의 위협이 목전에 닥쳤을 때, 저런 대응 방법 중 하나가 일사불란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이명현 : 지구 위협 천체의 위험을 얘기하면 꼭 제1차 세계 대전이 생각나요. 그 전쟁 전에 인류는 현대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전 지구적인 전쟁을 한 번도 치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낭만적이죠. 철모도 전투에서 쓰기엔 너무 비실용적이고, 군복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형형색색이고. 그러다 보니 피해도 엄청났죠.

김상욱 : 어쩌면 지금 얘기되는 대응 방법이 낭만적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거죠?

이명현 : 예.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잖아요. 당연히 실제 상황이 되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겠죠.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김상욱 : 그런데 이번에는 경험을 축적해서 다음에 더 잘 할 수도 없잖아요.

문홍규 : 지난 2월 15일에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예행연습을 하긴 했죠. 일종의 경고라고나 할까요? 지름 17~20미터 정도의 소행성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폭발은 고도 15~25킬로미터 사이에서 일어났는데, 가장 큰 폭발은 13킬로미터 지점에서 일어난 것으로 계산이 되고 있어요.

김상욱 : 그럼 소행성 하나가 들어와서 여러 개로 쪼개져서 여기저기 떨어진 건가요?

문홍규 : 맞아요. 피해 지역이 마치 첼랴빈스크 한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러시아 다섯 곳, 카자흐스탄 두 곳이 피해를 입었어요. 첼랴빈스크의 피해만 놓고 보면, 가옥 7200채가 폭삭 내려앉거나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고 그 과정에서 1459명이 다쳤어요. 그 중 어린이가 300명이고요. 다행히 운석을 직접 얻어맞은 사람은 없었어요.

만약에 운석 중 하나가 핵발전소를 뚫고 지나갔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겠죠.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해간 것도 정말 다행이었죠. 만약에 서울의 광화문이나 강남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비교적 높은 고도에서 폭발한 것도 다행이었어요. 피해가 가장 큰 고도 850미터 정도에서 폭발했다면 피해는 훨씬 더 커졌을 겁니다.

강양구 : 그런데 이런 17~20미터 소행성이 떨어지는 것도 드문 일이죠?

문홍규 : 생전에 이런 모습을 볼 줄은 몰랐어요. (웃음) 이 정도 규모의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는 일은 100년에 한 번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30미터 정도는 250년에 한 번이죠. 100미터 정도가 지구에 떨어질 가능성은 1만 년에 한 번, 300미터 정도가 지구에 떨어질 가능성은 5만 년에 한 번입니다. 물론 당장 몇 달 뒤에 끔찍한 재앙이 닥칠 수도 있죠.
 

ⓒ프레시안(손문상)


소행성대의 기원은 제5행성이 아니다!

강양구 : 이런 근 지구 천체의 기원은 뭔가요?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왔죠? 소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길게 띠를 형성하고 있죠.

이 소행성대는 과학 소설(SF)의 단골 소재죠. 에드먼드 해밀턴의 <The Lost World of Time>(1941년)이나 혹은 SF의 고전으로 추앙받는 제임스 호건의 <Inherit the Stars>(1977년)가 대표적이죠. (호건의 <Inherit the Stars>는 <별의 계승자>(이동진 옮김, 오멜라스 펴냄)로 번역되었습니다.)

이런 소설은 대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애초 행성(제5행성?)이 하나 더 있었고, 이 행성이 어떤 이유로 사라졌고(화성인과의 대립은 흔히 쓰이는 설정입니다), 그 행성의 흔적이 바로 소행성대라고 가정합니다. 심지어 이 행성을 인류 문명의 기원으로 연결을 시키기도 하고요. (웃음)

문홍규 : 흥미로운 설정이긴 합니다. 예전에는 과학자 중에도 그런 가설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죠. 하지만 그 가설은 틀린 것으로 판명이 났어요. (웃음) 근 지구 천체의 기원을 설명하기 전에 우선 태양계의 형성 과정부터 살펴보죠. 태양과 같은 별은 우주 가스가 응축해서 만들어집니다.

가스가 응축하면 중심이 뜨거워지기 시작하고 핵융합을 할 정도로 뜨거워져서 점화가 되면 비로소 별이 됩니다. 이렇게 가스가 응축해서 별이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아기 태양의 모양은 원반에 가까운데요. 이 원반 모양의 아기 태양은 중심이 뜨거워지면서 돌기 시작해요. 자연스럽게 아기 태양 주변에 있는 가스도 따라서 돕니다.

바로 이렇게 원반 모양의 아기 태양과 그 주위의 가스들이 돌면서 태양계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태양을 따라서 도는 먼지 덩어리들이 연쇄 충돌을 일으키면서 점점 커지면 지구와 같은 행성이 되지요. 태양계 안쪽에는 금속과 암석으로 이뤄진 지구형 행성이 태양계 바깥쪽에는 기체로 이뤄진 목성형 행성이 만들어졌죠.

그런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처음에는 태양계의 크기가 지금보다 작았어요. 그러니까 태양과 해왕성의 거리가 지금보다 가까웠던 거죠. 그런데 38억 년 전에 태양을 돌던 목성과 토성이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이 궤도가 불안정해집니다. 이 불안한 궤도가 안정을 되찾는 과정에서 목성과 토성의 궤도가 지금처럼 커지게 됩니다.

이 때 자연스럽게 토성 바깥쪽에 있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천왕성, 해왕성도 같이 밀려나면서 전반적으로 태양계의 크기가 커집니다. 그런데 해왕성 바깥쪽에는 소행성, 혜성과 같은 행성이 되지 못한 작은 천체들이 길게 띠를 형성하고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었어요. 태양계의 크기가 커지면 당연히 이 띠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겠죠.

띠가 불안정해지면 그것을 구성하던 일부가 밖으로 튕겨 나가기도 하고 안으로 들어오기도 하겠죠. 그렇게 안쪽으로 들어온 소행성, 혜성이 바로 근 지구 천체의 기원입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소행성이 길게 늘어서 있는 소행성대가 형성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고요. 참, 이런 과정에서 명왕성도 좀 더 안쪽으로 들어왔죠.

이명현 : 2006년에 명왕성이 태양계의 행성에서 퇴출되었죠? 이런 기원의 차이도 퇴출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어요. 족보를 따져보면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라, 소행성이죠.

강양구 : 지금 설명은 모두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결과죠? (웃음)

문홍규 : 맞아요. 그런데 대다수 과학자는 이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받아들입니다. 지구나 달에 바로 이 38억 년 전에 태양계 안쪽으로 대거 유입된 소행성, 혜성이 충돌한 흔적이 남아 있거든요. 특히 달은 공기가 없기 때문에 그 충돌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그런데 그 충돌 연대를 살펴보니, 38억 년 전에 굉장히 많은 소행성, 혜성이 융단폭격을 한 거죠.

강양구 : 그럼 38억 년 전의 일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은 없나요?

문홍규 : 38억 년 전부터는 태양계의 궤도가 상당히 안정적이 되었기 때문에 다시 그런 소행성이나 혜성의 융단폭격을 당하는 일은 거의 없으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융단폭격이라고 표현을 하긴 했지만, 이게 몇 초, 몇 분 동안 이뤄지는 게 아니에요. (웃음) 수만 년 정도에 걸쳐서 일어난 일일 거예요.

강양구 : 정말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제5행성이 있었던 건 아닌가요? (웃음)

문홍규 : 아닙니다. (웃음) 소행성대에 흩어져 있는 소행성의 질량을 다 합해도 도저히 행성이라고 할 만한 질량이 되지 않고요. 그리고 방금 얘기한 달 또 지구가 융단폭격을 당한 38억 년 전의 시점을 염두에 두면 소행성대의 제5행성 기원설은 폐기된 것으로 봐야죠. 물론 태양계 형성 과정에서 충돌 자체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이명현 : 태양계의 초기 형성 과정에서는 충돌이 다반사였죠. 지구도 충돌해서 달이 나온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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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 그럼, 근 지구 소행성의 상당수는 38억 년 전에 형성된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오는 것으로 보면 되나요? 그런데 소행성대가 38억 년 전에 만들어지고 나서, 그 후에 궤도가 상당히 안정이 되었는데도 이렇게 계속해서 소행성이 지구 쪽으로 들어오는 이유가 있나요?

문홍규 : 근 지구 소행성의 대부분은 소행성대에서 옵니다. 그 이유는 소행성의 궤도와 목성의 궤도가 역시 상호 작용을 하기 때문이에요. 이 상호 작용의 결과 소행성의 궤도가 불안정해지는데요. 이렇게 불안정해진 궤도가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안쪽 혹은 바깥쪽으로 소행성들이 튀어나갑니다. 그 중 안쪽으로 들어온 게 지구 쪽으로 날아오는 거예요.

김상욱 : 덧붙이자면, 사실 목성과 소행성의 공전 주기가 1:2나 1:3처럼 정수배가 되는 경우, '비선형 공명' 현상이 일어납니다. 비선형 공명이 일어나면 소행성의 운동이 혼돈 혹은 카오스를 보이며 불안정해지죠. 즉, 궤도를 이탈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공명이 일어나는 부분마다 소행성이 존재하지 않는 틈이 만들어 지는데, 이를 커크우드 간격이라 부르죠.

일단, 공명에 해당하는 소행성이 모두 없어지면 더 이상 궤도를 이탈하는 소행성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야르코프스키 효과와 같은 다른 이유 때문에 소행성들이 궤도를 조금씩 바꾸다가 결국, 커크우드 간격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비선형 공명에 의한 혼돈 때문에 소행성이 궤도를 이탈해 다시 지구 쪽으로 날아올 수 있게 되는 거죠.

암튼 소행성대에 있는 소행성이 다 고갈되면 더 이상의 소행성 유입은 없을까요?

문홍규 : 그런데 소행성대의 소행성이 너무 많아요. 예전에는 지름 1킬로미터 이상인 소행성이 거의 100만 개가 있는 것으로 봤어요. 현재는 그 숫자가 70만 개 정도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아주 많은 숫자죠. 이 중에서 1킬로미터 이상의 근 지구 소행성의 경우는 거의 94퍼센트 정도 확인을 했고요.

근 지구 소행성 중에서 500미터에서 1킬로미터 크기의 소행성은 한 80퍼센트, 300미터에서 500미터 크기의 소행성은 한 54퍼센트 정도 파악한 상태입니다.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운석이 떨어지던 날 2012DA14 소행성도 지나갔어요. 그 지름이 40~50미터 정도로 추정되는데요. 소행성대에 그 정도 크기의 소행성은 한 50만 개가 있으리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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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 지금 계속 소행성대 얘기가 나오고 있잖아요. 사실 소행성대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묘사가 많이 되고 있죠. 우주선이 소행성대를 지날 때 곳곳에서 출몰하는 소행성을 요리조리 피하는 장면이요. <스타워즈> 같은 영화를 보면 소행성대가 굉장히 비행에 위협적인 곳으로 나오죠.

그런데 나탈리 앤지어가 쓴 <원더풀 사이언스>(김소정 옮김, 지호 펴냄)를 보면 재미있는 얘기가 나옵니다. 1977년 6월과 8월에 보이저 1호, 2호가 각각 발사되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관측 자료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이저 1호, 2호가 소행성대를 지나면서 소행성을 기적적으로 딱 2개 발견했다고 합니다. (웃음)

문홍규 : 맞습니다. 영화 속에 묘사된 소행성대와 실제의 소행성대는 달라요. (웃음) 보이저 호의 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실제로 소행성대는 텅 비어 있어요. 소행성 사이이 평균 거리가 10의 7승 킬로미터 정도입니다. 0이 7개가 붙으니까 소행성 사이의 거리가 1000만 킬로미터네요. (웃음)

김상욱 : 10의 7승 킬로미터요? 보이저 호가 2개를 봤다는 게 정말 기적이네요. (웃음)

이명현 : 다음 화제로 넘어가기 전에 혜성 얘기만 잠깐 하고 넘어가죠?

문홍규 : 근 지구 천체 중에는 근 지구 혜성이 있잖아요? 그런데 지구 가까이에 출몰하는 혜성 중에서 분명히 해왕성 바깥쪽에서 왔을 법한 게 있어요. 예를 들어서 1997년에 지구 근처에 나타난 헤일밥 혜성이 그렇죠. 이 혜성은 주기가 4300년이 넘어요. 저는 '단군 혜성'이라고 부르는데요.

김상욱 : 그러니까, 38억 년 전에 지구 근처 태양계 안쪽으로 대거 진입한 천체들, 바로 이것들이 우리가 아는 근 지구 천체 대부분의 기원이겠죠. 그런데 그 외에 지금도 숫자는 많지 않지만 지구 근처로 오는 천체가 있다는 말이군요. 그 대표적인 예가 헤일밥 혜성처럼 주기가 긴 혜성이고요.

문홍규 : 맞습니다. 과학자들은 일단 이 혜성이 '오르트 클라우드(구름)'라는 곳에서 오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르트 클라우드는 지름이 5만 광년 혹은 그 이상 되는 태양계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얼음덩어리예요. 이곳에서 간헐적으로 태양계 안쪽으로 헤일밥 혜성 같은 것이 오는 거죠.

탐욕의 손길, 소행성을 노리다
 

ⓒ프레시안(손문상)

강양구 :

오르트 클라우드에 얽힌 뒷얘기도 흥미로울 것 같은데, 갈 길이 머니 다음 기회로 미루죠. 최근 몇 년 새에 흥미로운 기업 두 곳이 창업을 했죠?

문홍규 : 2010년 11월에 '플래니터리 리소스(Planetary Resources)'가 그리고 올해(2013년) 1월에는 'DSI(Deep Space Industries)'가 창업했습니다. 플래니터리 리소스만 살펴보면, 나사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들이 중심이 되어서 설립한 회사입니다. 그런데 투자자의 면면이 화려해요.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 또 전 골드만삭스 회장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어요. 사실 <아바타>의 카메론 감독이 투자자로 참여한 건 참 의미심장한데요. <아바타>를 보면 나비 족이 사는 행성에 인간이 들어가는 이유가 그 행성에 있는 광물 '언옵타늄' 때문이잖아요. 얻기 어려운 원소라는 뜻이죠.

그런데 이 플래니터리 리소스의 목적이 바로 지구에서는 얻기 어려운 희귀 광물을 소행성에서 캐려는 거예요. 얼토당토않은 망상 같죠? 그런데 이게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에요. 과거에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 혜성이 만든 운석구가 충돌해 만들어진 구덩이를 확인해 보면 거기에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Elements)가 많이 발견이 됩니다.


이명현 : 한국에도 그런 곳이 많습니다. 지질학적으로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곳에 뜬금없이 텅스텐 광산이 있거나 혹은 우라늄 광산이 있는 경우가 있어요. 과거에 소행성이 그곳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에 우라늄을 비롯한 광물이 많이 매장되어 있는 것도 어쩌면 같은 이유일 거예요.

문홍규 : 지금 세계 각국이 희토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잖아요. 왜냐하면 전자 산업, 통신 산업, 태양광 산업 등 21세기의 핵심 산업에 희토류가 꼭 필요하니까요. 2010년 댜오위다오(센가쿠열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이 분쟁이 났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중국이 희토류 수출 금지 카드를 들고 나오니까 일본이 꼼짝도 못했잖아요.

그러니까 플래니터리 리소스나 DSI 같은 회사가 소행성에서 희토류와 같은 광물을 캐는 사업을 추진하는 게 상당히 그럴 듯해 보이는 거예요. 플래니터리 리소스에서는 현재 우주 망원경으로 소행성의 표면을 관측해서 어떤 광물이 매장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적외선으로 관측을 하면 표면 성분을 분석하는 게 가능하니, 그걸로 소행성과 매장 광물의 목록부터 만들기 시작한 겁니다. 이렇게 소행성의 표면 성분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 끝나면 소행성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겠죠. 소행성에서 광물을 캐서 그것을 지구로 가져오는 겁니다.


강양구 : 그게 경제성이 있을까요?

이명현 : 나사에서 이런 계획을 발표했으면 혀를 찼겠죠. 허황된 얘기라고. 그런데 정말 돈 냄새를 맡는 데는 도가 큰 사람들이 큰돈을 투자하고 또 실제로 경영에 참여하는 걸 보니 '정말로 저 방향으로 가겠다' 싶은 거예요. 실제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냥 허황된 얘기가 아니에요.

문홍규 : 달이나 화성보다 소행성에 가는 게 훨씬 쉬워요. 실제로 소행성대까지 가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걸리겠죠. 그런데 근 지구 소행성은 가깝습니다. 지난 2월 16일 지구를 스쳐지나간 소행성 DA14는 2만7000킬로미터 상공을 지나갔습니다. 인공위성이 보통 지구 정지 궤도 3만6000킬로미터 상공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까 그보다 가까운 거예요.

그럼, 실제로 광물 채취를 어떻게 할까요? 굳이 사람이 갈 필요도 없습니다. 광물 채굴을 위한 로봇을 보내면 됩니다. 로봇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는 앞으로 자기와 똑같은 로봇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기 복제 기능이 탑재된 로봇이 등장하리라고 봅니다. 이런 기능을 갖춘 광물 채굴 로봇을 소행성에 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렇게 채굴된 광물을 지구로 가져오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아요. 캡슐에 넣어서 지구로 쏴주면 됩니다.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도 한몫을 하겠죠. 지구에서 가지고 간 도구를 소행성의 채굴 현장에서 그대로 프린팅해서 생산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 이미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금속을 이용한 3D 프린팅 기술이 개발 중이고요.


이명현 : 플래니터리 리소스는 실제로 소행성에서 광물 채굴 도구를 만들어서, 채굴을 하고, 그걸 지구로 보내는 모든 일이 가능하리라고 보고 있어요.

강양구 : 근 지구 천체의 위험도 기업의 탐욕이 해결하는 건가요? (웃음) 너도나도 혈안이 되어서 근 지구 소행성을 캐내다 보면, 소행성이 없어질 테니까요.

김상욱 :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도 있죠.

문홍규 : 맞습니다. 소행성에서 광물을 채굴하면, 소행성이 가벼워질 거예요. 그럼 지구 중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서 지구 쪽으로 더 끌려올 가능성이 큽니다. 더 위험해지죠.

강양구 : 현재 소행성 자원을 이용할 권리에 대해서는 국제 사회의 합의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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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규 :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현재 1984년 발효된 '달과 기타 천체에서의 국가 행위를 규율하는 조약'이 있어요. 그런데 이 조약에도 가입을 안 하고 있는 나라가 굉장히 많습니다. 내심 미래의 어느 순간에 달의 자원을 이용할 궁리를 하는 겁니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특정 기업, 특정 국가가 소행성의 자원을 독점하려고 나서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명현 : 플래니터리 리소스도 공공연히 이렇게 공언을 합니다. "모든 법률 검토가 끝났다!" 법률이 없는데 법률 검토를 했다는 게 우습긴 한데요. (웃음)

강양구 : 자기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법률을 만들겠다는 것 아닐까요? (웃음)

김상욱 :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 했던 얘기를 듣고 있네요. 근 지구 천체의 위험만 생각했는데….

강양구 : 심지어 거기에 투자를 하고. (웃음)

김상욱 : 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문홍규 : 기업만 저렇게 나선 게 아닙니다. 아까 희토류 때문에 일본이 중국에 굴욕을 당한 얘기를 했었죠? 그런데 바로 일본이 소행성 탐사에 굉장히 적극적입니다.

일본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로켓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요. 일본 로켓 개발의 아버지가 이토카와 히데오 박사입니다. 이 이토카와 박사의 이름을 딴 소행성이 '25143 이토카와'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 소행성에 탐사선 '하야부사'를 보냈어요. 2003년 5월에 발사해서 2005년 9월에 이토카와 표면에서 먼지를 채집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 6월 13일 7년 만에 지구로 귀환했어요. 귀환 과정에서 본체는 대기권과 충돌해 연소했고, 소행성의 물질을 담은 캡슐은 그 전에 본체와 분리되어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캡슐 안에는 소행성의 미립자 1500여 개가 들어 있는데, 그 분석 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어요. 당연히 그 안에는 희토류도 있겠죠.


이명현 : 소행성 탐사선을 미국, 일본이 보냈고, 중국은 보낼 예정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소행성의 물질을 채취해서 온 것은 일본이 처음이죠. 일본은 지금 하야부사 2를 만들고 있고요.

문홍규 : 한국에서는 소행성 연구자가 없으니, 이런 얘기가 막연하게 들리겠죠. 그런데 미국과 같은 곳의 천문학자 사이에서는 미래에 가장 잘 나갈 만한 연구를 꼽을 데 일순위로 꼽히는 게 바로 '소행성 채굴(asteroid mining)'입니다. 미국 나사도 지금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고요.

강양구 : 박근혜 대통령은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휘날릴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이거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 아닌가요?

문홍규 : 창조적인 발상은 아니죠. 이미 1969년에 미국이 달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계획대로라면 2020년 이전에 중국, 일본, 인도도 한 차례씩 다녀올 거예요. 그 때 달에 가서 태극기를 꽂는 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지 따져봐야 하는 거죠. 기왕에 우주 개발을 한다면 어떤 방향을 선택해서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냐는 겁니다.

이건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입니다만, 좀 더 창조적인 발상의 전환을 할 수는 없을까요? 앞에서 지적한 대로 소행성은 그 종류도 다양하고,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합니다. 그렇다면, 달보다는 소행성에 집중하는 게 오히려 틈새를 노리는 효과적인 전략이 아닐까요? 소행성 연구자의 욕심인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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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망원경도 지구를 지킨다!

이명현 : 마지막으로 지금 한국에서 진행 중인 근 지구 천체 연구의 현황을 살피고 마무리하죠.

강양구 : 딱 세 분이서요. (웃음)

문홍규 : 가슴 아픈 일이죠. (웃음) 그런데 지금 엄청난 일을 추진 중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망원경 네트워크 'KMTNet(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을 준비 중입니다. 지름 1.6미터 망원경으로, 보현산 천문대 망원경 1.8미터보다 약간 작죠. 그런데 이 망원경이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에 배치가 됩니다.

이렇게 망원경을 배치해 놓으면 지구 자전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하늘의 한 곳을 관측할 수 있어요. 이 망원경 네트워크의 원래 목적은 은하수의 중심부를 관측해서 지구와 같은 크기의 행성을 찾는 거예요. 남반구의 여름에만 은하수의 중심부를 보니까, 1년에 6개월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6개월간 망원경 네트워크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놓고서 프로젝트를 응모를 받았어요. 제가 근 지구 천체를 찾는 프로젝트를 제안을 했는데, 응모한 15개 프로젝트 중에서 2등을 했습니다. (웃음) 그래서 망원경 한 대당 65~70일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다 합치면 약 210일입니다.

이명현 : 근 지구 천체를 찾는데 망원경 네트워크를 210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건데요. 이 정도면 엄청난 시간입니다.

문홍규 : 물론 혼자서는 절대 못하는 프로젝트고요. 전략적으로 소행성 발견에 성과를 많이 낸 미국의 팀에 공동 프로젝트를 제안했어요. 그들도 당연히 흥분했죠. 현재 소행성을 찾는 제일 큰 망원경이 지름 1.5미터짜리인데, 그보다 큰 망원경을 세 대나 소행성 발견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까요. 이렇게 국제 프로젝트 팀을 꾸린 게 선정된 중요한 이유고요. (웃음)

강양구 : 소행성을 발견하는 국제 프로젝트 팀을 이끌게 된 거잖아요? 정말 축하합니다. (웃음) KMTNet이 대단한 재앙을 막을 수도 있겠네요.

문홍규 : 맞습니다. 그런 역할을 해야죠. 며칠 전에 확인을 해보니까, 발견한 소행성 중에서도 공전 주기, 자전 주기, 표면 물질 등의 특성이 제대로 밝혀진 게 5퍼센트도 채 안 됩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위험한지 혹은 어떻게 이용할지 등의 질문에 답하려면 할 일이 산더미 같이 많은 거죠.

올해 가을부터 칠레 망원경에서 실험 관측을 시작할 거고요. 예정대로라면 2014년 10월부터는 망원경 석 대가 다 정상 가동에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올해 가을부터 2018년 말까지 5년간의 시간을 번 셈입니다. 이 5년 동안 KMTNet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명현 : 원래 KMTNet은 지구와 유사한 행성을 발견할 목적으로 만든 거고, 근 지구 천체 관측은 두 번째 임무인데요. 그런데 과학사를 보면 이런 두 번째 임무에서 오히려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온 적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일본의 고시바 마사토시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안겨준 가미오칸데 실험이 그랬죠.

가미오칸데 실험의 원래 목적은 물 분자의 원자핵 안에 들어있는 양성자가 붕괴하는 현상을 관찰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198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단 하나의 양성자 붕괴도 관찰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이 가미오칸데 실험을 통해서 중성미자(뉴트리노)를 관찰하는 데 성공했죠. KMTNet도 근 지구 천체 관측에서 훌륭한 성과가 나올지 몰라요.

김상욱 : 듣고만 있어도 흐뭇하네요. (웃음)

문홍규 : 원래는 은하를 공부하다가 이쪽 근 지구 천체에 발을 담그게 되었네요. 처음에는 돌멩이를 연구하는 게 뭐가 재미있을까, 하고 저도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그런데 이게 공부를 할수록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어요. 앞으로 천문학을 공부할 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웃음)
 

ⓒ프레시안(손문상)

 

책, 돌멩이에 숨을 불어넣다!

강양구 : 근 지구 천체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독자를 위해서 책을 몇 권 소개하고 싶은데요. 서점에서는 쉽게 찾을 수가 없더군요.

▲ <하늘에서 떨어진 돌, 운석>(최변각 지음, 서울대학교출판부 펴냄). ⓒ서울대학교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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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규 :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소행성에 관한 이렇다 할 교양 과학 책이 없어요. 그나마 단비 같은 존재가 서울대학교 최변각 교수의 <하늘에서 떨어진 돌, 운석>(서울대학교출판부 펴냄)입니다. 최 교수는 우주론부터 지구, 달, 태양계의 형성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이론과 오랜 시료 분석 경험을 겸비한 운석을 연구하는 과학자로 알려져 있어요.

예전에 최 교수의 세미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천문학과 지질학의 경계를 넘나들던 명쾌한 강의가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소행성과 운석은 천문학, 지질학이 미묘하게 얽힌 교집합입니다. 지질학 지식이 짧은 저도 이 책 덕분에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을 천문학과 자연스럽게 연결을 시킬 수 있었어요.

이 책은 지구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태양계는 물론 별의 탄생과 진화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운석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어요. 운석을 이해하기 위해서 왜 별(항성)의 일생까지 끌어들여야 하는지 궁금한 독자에게 이 책은 명쾌한 답을 줍니다. 당연히 운석의 모체인 소행성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요.

최 교수는 한국극지연구소와 공동으로 운석을 채집하기 위해서 몇 차례 남극 원정에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아쉽게도 이 책에는 그 뒷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다음 책에서는 꼭 그 얘기도 읽고 싶습니다. 또 다음 책을 쓸 때는 문체도 살짝 덜 건조했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 <혜성>(칼 세이건, 앤 드루얀 지음, 김혜원 옮김, 해냄 펴냄).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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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 : 혜성에 대한 책은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책이 눈에 띄더군요. <혜성>(김혜원 옮김, 해냄 펴냄).

문홍규 : 혜성에 관해서 가장 널리 읽히는 책은 1982년과 2005년 미국 애리조나 대학 출판부에서 펴낸 <Comets> 1, 2권입니다. 혜성을 연구하는 과학자와 대학원생을 위한 책이죠. 하지만 국내에는 번역도 안 되어 있고, 번역될 가능성도 아주 낮죠. (웃음) 그래서 저 역시 방금 언급한 <혜성>을 권하고 싶습니다.

과학 전반에 걸친 칼 세이건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 그리고 문화역사에 관한 깊은 이해는 <혜성>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이 책은 태양계 외곽의 오르트 클라우드로부터 시작해서 태양계를 여기저기 가로지로다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의 일생을 마치 한 편의 그림책을 보듯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하늘에서 떨어진 돌, 운석>이 드라이와인 '카베르네 소비뇽'에 비유할 수 있다면, <혜성>은 맛과 향이 풍부한 '시라즈'에 비유하고 싶네요. (웃음)

강양구 : 딱 책이 두 권뿐이라서 아쉽네요. 앞으로 근 지구 천체에 대해서 문 박사님이 직접 쓴 책을 읽고 싶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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