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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신 그대로 둔채, 옆 컨베이어부터 돌린 발전회사

숨진 김 씨의 동료들,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듯..시신 수습 중인데”

 

이소희 기자 lsh04@vop.co.kr
발행 2018-12-12 23:03:14
수정 2018-12-13 0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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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충남 태안의료원에 마련된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故 김용균 씨의 빈소에서 동료 직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12일 오후 충남 태안의료원에 마련된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故 김용균 씨의 빈소에서 동료 직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11일 한국서부발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하청 계약직 노동자 김용균(24)씨가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사측이 고인의 시신이 수습되기도 전에 사고 현장 옆에 붙은 컨베이어 벨트를 가동시켜 발전을 이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12일, 김 씨의 빈소에 모인 한국발전기술(서부발전의 하청기업) 소속 노동자들 다수는, 사측이 김 씨의 시신을 수습하기도 전에 컨베이어 벨트를 돌리라고 했다며 분노했다. 이 컨베이어 벨트들은 화력발전소 보일러로 석탄을 운송하는 기기이다.  

동료 김 모 씨는 “서부발전 측 관리자가 발전을 해야 하니 사고 난 컨베이어 옆 벨트(벨트는 두줄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고, 1미터 남짓 떨어져 있다)를 돌리라고 지시했다. 시신 수습 중에 한 시간이나 벨트가 움직였다. 나중에야 정지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동료 이 씨는 “용균이 시신은 3시 30분 경에 발견되어서 병원으로 옮겨지기까지 4시간이나 걸렸다. 시신이나 빨리 수습할 일이지, 발전기 돌리는 게 그렇게 중요하냐 ”고 탄식하며, “우리를 사람으로 안 보는 것 같다. 사람이 죽어 수습하고 있는데, 언제 기계를 다시 돌릴 수 있냐고 독촉했다”며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노조 측 설명에 따르면, 김용균 씨 사망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 벨트는 '09E'이며, 해당 벨트가 정지되자 원청 서부발전 측이 바로 옆 '09F' 컨베이어 벨트를 준비시켜 가동시키도록 지시했다. 2018.12.11
노조 측 설명에 따르면, 김용균 씨 사망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 벨트는 '09E'이며, 해당 벨트가 정지되자 원청 서부발전 측이 바로 옆 '09F' 컨베이어 벨트를 준비시켜 가동시키도록 지시했다. 2018.12.11ⓒ사진 제공 =발전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지회

동료 윤 씨는 “옆 라인은 원래 정비 때문에 멈춰있었는데, 사고 난 라인을 멈추게 되자 이를 다시 가동시켰다. 당시는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겠다며 조합원들도 물러나게 한 즈음인데, 컨베이어 벨트를 돌려 분진을 날리게 했으니 현장이 제대로 보존됐겠나”고 비판했다.

김 씨와 같은 시간 대에 근무한 장 모씨 등의 증언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사측의 지시를 받고 5시 50분 경 멈춰있던 라인(09F:사고발생 옆 라인)의 가동 준비를 했고, 6시 30분부터 7시 50분까지 해당 컨베이어 벨트를 돌려 전기를 생산했다. 위 사진 속 SNS 대화에서 현장 노동자들은 6시 32분 경, 해당 컨베이어 벨트의 가동 여부를 확인한다.  

당시 상황을 정리한 11일자 ‘태안 9,10호기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 점검 중 안전사고 보고’ 문건에 따르면, 이 시간대는 서부발전이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으로 부터 9.10호기 컨베이어 벨트 작업중지 명령(05:37)을 받은 이후이며, 현장에 충남과학수사대 감식팀이 현장감식(05:38~06:25)을 마친 직후이다. 현장에 김 씨의 시신이 있던 시점에 컨베이어 벨트가 돌았고, 김씨의 동료들은 석탄 분진이 날리는 속에서 구급대 직원들과 시신을 수습해야 했다.  

해당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면 보일러에 석탄이 떨어져 발전이 멈추게 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당시엔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더라도 바로 보일러가 멈출 상황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엔 보일러에 일정량의 석탄이 차 있어, 계속 석탄 공급을 이어가지 않더라도 일정 시간동안은 발전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국서부발전이 행안부 및 산업부 상황실에 보고한 자료.
한국서부발전이 행안부 및 산업부 상황실에 보고한 자료.ⓒ기타

민중의소리는 서부발전 측에 노동자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가동한 컨베이어 벨트는 사고난 곳이 아니다. 두 벨트가 떨어져 있어서 위험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해당 벨트는 멈춘 적이 없이 계속 가동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설명은 정비한 컨베이어 벨트를 새로 가동했다는 노동자들의 주장과는 달라, 다시 설명을 부탁했다.  

그러자 서부발전 관계자는 “이날 오전 6시 32분부터 7시 50분까지 해당 컨베이어 벨트가 가동된 것이 맞다”고 확인하며, “정비를 해서 컨베이어 벨트를 돌린 게 아니라, 마침 정비가 종료된 시점과 맞아떨어져 전력소통을 위해 가동했다”며 앞서 답변을 번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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