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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견들이 풀려났다"…북미 살얼음판 대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3/18 09:49
  • 수정일
    2019/03/18 09: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최선희 기자회견 이후 아슬아슬 숨고르기
2019.03.17 14:38:52
 

 

 

 

"투견들이 풀려났다."

미국 언론 <디 애틀랜틱>이 16일(현지시간) 강대강 대치로 회귀 조짐을 보이는 북미 관계를 이렇게 표현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전면에 나서 '거친 입'으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볼턴 보좌관 등을 맹비난한 최 부상의 반격 기자회견 후 이틀 동안, 트럼프 정부의 기류는 즉각적 대응보다 상황 관리 쪽에 무게를 둔 신중한 태도다.  

폼페이오 장관은 15일 최선희 부장의 주장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는 협상이 확실히 계속될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북한이 지명한 나의 카운터파트(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와 계속 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북한이 북미 협상 중단과 핵미사일 시험 재개 가능성까지 밝혔음에도, 폼페이오 장관은 최 부상이 "양국 정상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고, 케미스트리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한 발언에 주목한 듯 보인다. 

볼턴 보좌관은 자신이 협상이 깨지도록 부추겼다는 최 부상의 주장에 대해 "부정확하다. 의사결정권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맞받았지만 적극적 비난은 자제했다.

그러나 '일괄타결식 빅딜' 기조에서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도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말했듯이 그들이 내놓은 제안은 그들이 대가로 요구한 것을 감안할 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제재가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미사일과 무기 시스템,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이라고 완화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도 내부적으로는 북미 협상에 관한 직접적 언급이 담긴 최 부상의 기자회견 소식을 아직까지 전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응을 살피며 추후 행동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숨고르기로 보인다. 

다만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6일 '자력갱생'을 다시 강조하며 협상 장기화를 대비한 내부 단속에 나섰다. 자력갱생은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과 맞물려 북미 협상 실패에 따른 '플랜B'가 가동될 경우 키워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신문은 16일 '김정은 동지의 명언 해설'을 통해 "누가 무엇을 도와주기를 바라면서 남을 쳐다보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며 "자력갱생이냐 외세의존이냐 하는 문제는 자주적 인민으로 사느냐 노예가 되느냐 하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했다.

이어 "당 및 근로단체 조직들에서는 당원의 근로자들이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 자기힘을키우는데 계속 힘을 넣으며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풀어나가도록 사상교양사업을 심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최선희 부상의 기자회견으로 북미 협상이 또 한 번 살얼음판 위에 놓이면서, 양측이 서로를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하고 단계적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는 주문이 적지 않다.

<디 애틀랜틱>은 "협상을 되살리는 데는 말과 행동의 상호 자제가 필수적이며, 협상을 궤도에서 이탈하게 하고 잠재적 대재앙을 촉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에 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도 14일 '북한에 대해 크게 가는 것은 실패했다. 작게 가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실현불가능한 빅딜에 매달리지 말고 단계적 해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이는 최 부상의 기자회견 이전에 게재된 사설이지만, '빅딜'에 집착하는 트럼프 정부에 전향적인 변화를 촉구한 미 주류 매체의 입장이라는 의미에서 관심을 끌었다.

신문은 "하노이 정상회담 전에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미국이 종전선언과 같은 비경제적 조치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들이 있었다"며 "광범위한 제재는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한국이 제한적으로나마 북한과 경제적 계획들을 추구하는 방안이 허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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