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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영정, 4년 8개월만에 광화문 떠난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입력 : 2019.03.17 16:37:00 수정 : 2019.03.17 17:01:16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에서 304명의 영정사진을 서울시청 서고로 옮기는 이안식이 진행되고 있다.분향소 자리에는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조성돼 다음 달 12일 시민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에서 304명의 영정사진을 서울시청 서고로 옮기는 이안식이 진행되고 있다.분향소 자리에는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조성돼 다음 달 12일 시민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아들아, 딸아, 조그만 사진 틀에서 예쁘게 웃고 있는 아이들아. 엄마 아빠 가슴에 안겨 이제 집으로 가자. 이곳에서 밥을 굶고, 머리를 자르고, 눈물과 절규로 하루하루 보낸 엄마아빠를 지켜보느라 고생 많았다.” 

1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분향소 앞. ‘준형아빠’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희생자 304명의 영정 앞에서 추모사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이날 희생자들 영정은 광화문광장을 떠나 서울시청에 임시 보관된다. 2014년 7월 광화문 분향소가 설치된 지 4년 8개월만이다.

가족협의회는 이날 오전 10시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정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이안식(移安式)을 열었다. 18일에는 유족 의사에 따라 광화문에 있는 세월호 천막 14개동도 문을 닫는다. 분향소 자리에는 현재 세월호 천막 절반 크기(77.98㎡)의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들어선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둔 다음달 12일 시민에게 공개된다. 영정을 향후 어느 공간에 안치할지는 논의중이다.

장 위원장은 “진상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도 하지 못한 답답한 상황에서 광화문광장을 떠나는 것은 가족들에게는 아프고 힘든 일”이라면서도 “광화문광장은 시민 공간임을 잘 알기에 이안식을 받아들인다. 모든 순간마다 저희 손을 잡고 함께 싸워주신 시민 여러분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에서 희생자의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이 진행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에서 희생자의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이 진행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이안식은 희생자에 대한 묵념, 종교 의식, 추모사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불교의 명진 스님, 개신교 홍요한 목사, 천주교의 서영섭 신부가 종교 의식을 진행하며 유족을 위로했다. 노란 점퍼를 맞춰입은 유족 58명은 조용히 눈을 감은 채 기도하거나 불경을 따라 외웠다. 일부 유족은 중간중간 감정이 복받치는 듯 눈물을 훔쳤다. 

광화문광장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시민 연대를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유족 단식투쟁,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반대하는 ‘416시간 농성’,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민 촛불집회가 모두 이곳에서 열렸다.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는 추모사에서 “이곳 광화문은 촛불항쟁의 발원지이자 중심지”라면서 “영정을 빼고 분향소를 닫는 것이 끝이 아니다. 진실을 마주할 때까지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사 낭독이 끝나고 영정 이안이 시작됐다. 2학년 1반 고(故) 고해인 학생을 시작으로 희생자 이름이 차례로 불려졌다. 유족들은 진행요원으로부터 영정을 넘겨받아 정성스럽게 닦은 후 검은색 상자에 담았다. 영정은 유족이 준비한 대형 버스에 실려 광화문 광장을 한 바퀴 돈 뒤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서고로 옮겨졌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시민 100여명도 자리를 지켰다. 2016년부터 노란리본공작소에서 자원봉사를 했다는 금호고 함은세양(18)은 잠깐 침묵하다 “마무리가 잘 안된 상태에서 분향소가 철거되는 것 같아 솔직히 찝찝하다. 무작정 공감하고 슬퍼해달라는 건 아니지만 이런 일이 있었다고 기억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에서 희생자의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이 진행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에서 희생자의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이 진행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분향소 맞은편 노란리본공작소도 ‘기억공간’이 마련될 때까지 판화작가 정찬민씨(62)의 면목동 공방으로 자리를 옮긴다. 노란리본공작소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만들어 배포해온 단체다. 노란리본공작소 자원봉사자는 3000명, 제작 리본은 30만개에 달한다.

2014년 10월부터 매일 노란리본공작소를 지켰다는 정씨는 “그나마 잊혀지지 않은 것도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시민들의 노력 덕분”이라면서도 “광화문으로 돌아오려는 생각은 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유족 중 한 명은 정씨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뜨리며 정씨의 품에 안겼다. 정씨는 “우리가 더 잘할게”라고 말하며 유족 등을 다독였다. 노란리본공작소 한켠엔 유족이 자원봉사자에게 선물한 화분이 놓여 있었다.

안산과 팽목항에 이어 광화문 분향소까지 철거되면서 공식적인 ‘세월호 분향소’는 더이상 없다. 전북 전주 시민들이 전주에 꾸린 분향소 한 곳만 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앞에도 희생자 영정사진이 전시된 기억공간이 조성돼있다. 

유족은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의 구심점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했다. 장 위원장은 “분향소가 갖는 상징성이나 무게감은 없어질지 몰라도 아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음달 리모델링되는 기억 공간도 시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열린 공간으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에서 희생자의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이 진행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에서 희생자의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이 진행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에서 희생자의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을 앞두고 희생 학생 부모들이 사진을 바라보고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에서 희생자의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을 앞두고 희생 학생 부모들이 사진을 바라보고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 앞에서 열린 이안식에서 관계자가 희생자의 영정을 옮기기 위해 작은 상자에 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 앞에서 열린 이안식에서 관계자가 희생자의 영정을 옮기기 위해 작은 상자에 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 앞에서 열린 이안식에서 관계자가 희생자의 영정을 옮기기 위해 작은 상자에 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 앞에서 열린 이안식에서 관계자가 희생자의 영정을 옮기기 위해 작은 상자에 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171637001&code=940100#csidxeb6bd7a833e1a0692d48371316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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