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한 가운데 유조선들이 9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에 정박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기뢰부설함 10척을 완파했다”며 “앞으로 더 많이 격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아직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지만, 만약 그들이 그렇게 했다면 즉시 제거되기를 원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란에 대한 군사적 결과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반대로 그들이 설치했을 수도 있는 기뢰를 제거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큰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이어 추가로 올린 글에서 “지난 몇 시간 동안 가동이 중단된 기뢰 부설함 10척을 완전히 파괴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기뢰부설함을 격침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CNN은 이날 미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지난 며칠 동안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지만, 그 숫자는 수십 개 정도로 많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미군의 해군 시설 폭격에도 이란의 소형 선박과 기뢰 부설함 80~90%는 여전히 건재하다면서, “이란군이 앞으로 수백 개의 기뢰를 추가로 설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상 기뢰는 수중에 설치하는 자폭형 폭발무기로, 선박의 접근이나 접촉에 의해 폭발하도록 설계돼 있다.
CBS 역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2~3개의 기뢰를 탑재할 수 있는 소형 선박을 이용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고 있다”면서 “이란의 기뢰 보유량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러시아제 기뢰까지 포함해 2000~6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다만 한 미국 고위 관리는 “이란의 기뢰 부설 계획 첩보에 따른 선제적 조치”였다며, 이란이 아직 기뢰 부설에 착수하지는 않았다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기뢰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포브스는 “상선 운항을 마비시키는 데는 비교적 적은 수의 기뢰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단 한 척의 유조선이라도 기뢰에 파괴되는 순간 보험사들이 보증을 중단해 해상 교통이 거의 즉시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번 설치하면 제거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기뢰 설치는 이란에게도 ‘최후의 카드’다.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봉쇄되면 이란의 석유 수출이나 식량 수입을 위한 선박도 운항이 불가능해져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약 34㎞이지만, 유조선과 선박들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약 2마일 너비의 두 개 항로로만 이동한다. 이 중 북부 항로는 이란 해안선과 가까워, 이란군이 해안 기지에서 드론, 미사일 등으로 손쉽게 공격할 수 있다.
이란의 정규 해군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기뢰, 폭발물을 실은 보트, 해안에 배치된 미사일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호르무즈 해협에 ‘죽음의 통로(gauntlet)’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포브스는 “이란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핵폭탄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이라면서 “이 해협이 장기간 폐쇄되거나 통행이 크게 제한되면 그 경제적 여파는 대규모 군사적 충돌에 버금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기뢰부설함을 격파했다는 소식을 서둘러 전한 것도 기뢰 부설 소식에 유가 불안 심리가 자극될 가능성을 황급히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 장관은 소셜미디어에 “미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호위해 전 세계에 석유가 계속 공급되도록 했다”는 글을 올렸다가 몇 분 후 삭제했다. 에너지부 대변인은 “직원들이 자막을 잘못 달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 해당 영상을 삭제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해명했다. 그러나 라이트 장관의 글이 게시돼 있던 10여분 동안 원유 선물과 연동된 한 상장지수펀드의 시가총액 8400만달러가 증발하는 등 시장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미 해군이 유조선 등을 호위한 적은 없다”면서 “물론 대통령은 필요할 경우 적절한 시기에 호위 작전을 반드시 활용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댄 케인 합참의장도 국방부 브리핑에서 “미 중부사령부가 오늘도 (이란의) 기뢰 부설 함정과 기뢰 저장 시설을 타격하고 있다”면서 “만약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위 임무를 맡게 된다면 군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군사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국자동차운전자협회에 따르면 미국 주유소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5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8월 이후 최근 18개월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제재를 추가로 완화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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