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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국제 유가…한국 경제도 위기감 확산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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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6.03.10 08:40

  • 수정 2026.03.1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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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배럴당 100달러→80달러 롤러코스터 장세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삼각 파도' 우려

중동 ‘감산 도미노’…원유 공급량 급감

“사상최대 석유 공급 차질”분석까지 나와

청와대 “유가 최고가격제 금주 시행할 것"

공포의 스태그플레이션, 한국경제 덮치나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도미노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각에서는 석유 공급이 사상 최대 규모로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형국이다. 유가가 치솟자 청와대는 발빠르게 움직이며 유가에 대한 최고가격제 시행 등을 포함한 시장안정화 대책에 나섰다. 중동전쟁이 지속되면서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3중 파도가 한국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지도 모른다는 염려까지 등장했다.

수도꼭지 잠기듯 급감하는 중동 원유 공급라인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전략적 요충지이자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길이 막히면서 저장 공간이 부족해진 중동 산유국들의 감산이 본격화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라크의 주요 남부 유전의 원유 생산량이 70% 급감해 하루 130만 배럴에 그쳤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 발발 이전에는 이 지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약 430만 배럴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라크 남부 유전의 생산 및 수출을 관리하는 바스라 석유공사(BOC) 관계자는 “원유 저장이 최대 용량에 도달했다”면서 대규모 감산 이후 남은 생산량은 자국 내 정유시설에 공급될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이라크의 원유 수출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라크의 원유 수출량은 이날 기준 하루 평균 약 80만 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어려워지면서 유조선 두 척만 선적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 석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이라크 남부 유전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333만 4000배럴이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미-이란 충돌'이라크 원유 생산량.수출량 급감, 자료 : 로이터통신, 국제에너지기구(IEA)

또한 블룸버그 통신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가 이미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피하면서 원유를 실을 수 있는 유조선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다른 국가들도 감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불가항력' 조항 발동도 잇따르고 있다.

바레인 유일의 정유시설을 운영하는 '밥코 에너지스'는 최근 자사 정유 단지에 대한 공격 여파로 9일 그룹 운영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불가항력은 전쟁, 자연재해 등 통제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해도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 조항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앞서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는 지난 7일 성명에서 “쿠웨이트에 대한 이란의 계속된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에 대한 위협에 따라 예방적 조치로 원유와 정제 처리량을 감축한다”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여파로 아라비아만에서 원유를 운송할 선박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 KPC 측의 설명이다.

세계 2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 카타르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최대 LNG 생산시설이 타격받자 불가항력 조항을 발동하고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중동 전역 공습 피해 현황, 자료 : 연합뉴스

사우디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라스타누라 단지가 드론 공격을 받자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걸프 지역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전례 없는 양의 원유를 홍해 연안으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사우디 서부 터미널을 통해 선적된 원유는 이달 들어 지금까지 하루 약 230만 배럴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사우디가 최근 몇 달 동안 페르시아만을 통해 수출해온 하루 600만 배럴에는 훨씬 못 미치는 규모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전 세계 석유 공급의 5분의 1이 영향

이번 전쟁 여파로 걸프 지역 원유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한국시간 9일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이날 오전 7시 26분 기준 전장 대비 14.85% 오른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한때 111.24달러까지 올랐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같은 시각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4.85% 오른 배럴당 107.54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가격 역시 한때 배럴당 111.04달러까지 고점을 높였다.

하지만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 전쟁이 마무리 수순이라는 발언과 유가 안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락하며 배럴당 80달러대로 복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에너지 그룹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이 전 세계 석유 공급의 5분의 1(20%)에 영향을 미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공급 차질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래피던 에너지 그룹은 이번 위기가 이전까지 최대 석유 공급 충격으로 꼽히는 1956~57년 수에즈 위기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고 FT는 전했다. 수에즈 위기 당시에는 전 세계 석유 공급의 10%가 차질을 빚었다.

 

국제유가 추이, 자료 : ICE선물거래소, 뉴욕상품거래소, 연합인포맥스

‘최고가격제’ 등 유가 안정을 위해 전방위로 나서는 정부

한편 정부는 중동 정세 불안을 틈타 급등하는 국내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번 주에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중동 상황 등 비상경제점검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최고가격제 도입 배경에 대해 “석유제품의 비정상적 가격 결정을 방지하고 가격 예측 가능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정유사나 주유소가 가격을 올릴 때는 빨리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기준 등은 산업통상부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는 2주 주기로 설계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중동) 상황 발생 이전을 기준으로 최고가격을 설정할 것”이라며 “첫 번째 최고가격은 지금 시중에서 소비자가 맞닥뜨리는 가격보다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사태가 장기화하고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경우 2주 단위로 가격을 조정할 때 유류세 인하를 '완충 카드'로 함께 고려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고가격제 시행 시 석유사업법상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을 해 봤다며 “산식 등을 논의해야 한다. 재정 소요는 기간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향후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검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고, 조기 수습되지 않으면 전망 자체가 의미가 없다”면서도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면 진지하게 고민할 상황이 됐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실효성 있는 제도 시행을 위해 시장에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는 없는지, 담합이나 세금탈루 등 시장 교란이나 불법 행위는 없는지 국세청 등을 중심으로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며 “정유사 담합 여부 및 주유소 가격 조사, 세무 검증, 가짜석유 적발을 위한 현장 점검 등에 관계기관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유사들에 대한 '횡재세' 도입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오전에 열린 중동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3.9. 연합뉴스

이날 회의에서는 시나리오별 석유·가스 수급 대책 점검도 이뤄졌다.

김 실장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영향을 받는 원유 도입량은 하루 170만 배럴 수준으로, 이에 비해 한국이 비축한 석유량은 1억 9000만 배럴로 208일 지속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동 상황 장기화에도 대비 중이라며 “산유국과 공동 비축한 물량인 0.2억 배럴도 우선 구매권을 행사하면 우리가 인수할 수 있으며, 석유공사의 해외 생산분도 국내로 돌릴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전략적 협력 관계에 있는 나라를 통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물량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동 외 지역으로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가스 수급과 관련해서는 “올해 도입 예정 물량 중 중동의 비중은 14% 수준으로, 카타르 생산 물량 중 약 500만 톤(t) 차질이 예상되나 가스공사 등에서 대체 물량을 도입할 수 있어 수급 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카타르에너지 LNG 생산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조치, 유류 소비자에 대한 직접 지원 조치 등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 주체 부담 완화 방안을 폭넓게 세밀히 검토하라”고도 지시했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부처들이 최고의 경각심을 가지고 시장 안정에 총력 대응하되, 이번 위기가 시장의 바닥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충격에 단단한 자본시장 체질 개혁에 더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김 실장은 “정부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다”며 “국민 여러분은 정부를 믿고 정상적 경제 활동에 전념해달라”고 당부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중동전쟁의 여파가 높은 물가, 원화약세, 고금리의 삼중 파도로 변해 한국경제를 습격 중이다.

9일 오전 7시 26분 기준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고유가는 한국 경제 전 분야에 입체적인 충격을 주는 악재다.

한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는 100%로, 202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1위다.

유가 상승은 석유류 가격을 통해 거의 즉각적으로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공산품 등 전 분야에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영향이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유가가 뛰기 전에 이미 고환율이 물가에 부담을 주는 상태였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소비자 물가를 밀어 올린다.

 

가 급등으로 정부가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 중인 9일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897.7원으로 전날보다 2.3원 올랐다. 경유 가격은 같은 시각 1천920.1원으로 2.3원 상승했다.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2026.3.9. 연합뉴스

이미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 중반에서 고공행진 중이었는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지난 3일 야간거래에서 1,505.8원으로 뛰었다. 거래가 많지 않은 시간대였지만 1,500원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2일(장중 최고 1,500.0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도 전 거래일보다 16.6원 오른 1,493.0원에 개장한 뒤 오전 한때 1,499.20원까지 상승해 1,500원 턱밑에 다다랐다.

 

이란 사태로 국제유가가 폭등한 가운데 코스피가 6% 급락하며 5,200대로 마감한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코스피는 전장 대비 333.00포인트(5.96%) 내린 5,251.87에, 코스닥은 52.39포인트(4.54%) 내린 1,102.28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 19.1원 오른 1,495.5원이다. 2026.3.9. 연합뉴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작년 12월(121.76)보다 0.6% 높은 122.50(2020년 수준 100)으로,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엔 2.0%에 머물렀지만 3월부터는 상당히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채권 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 장 초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bp(1bp=0.01%포인트) 가까이 급등해 3.4%를 돌파하기도 했다.

경기침체 속 고물가 행진, 펼쳐질 것인가?

트럼프발 국제유가 폭등은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이 한국경제를 강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번지게 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인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한 결과,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8%p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소비자물가는 2.9%p 급등하고, 경상수지 감소액은 76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가 오르면 세계 교역이 축소되고 물류에도 차질이 발생한다. 수출기업 어려움이 커지고 수입 물가가 상승하며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소비 심리가 악화하면 내수·투자 회복 기대도 사그라들 우려가 있다.

또한 이자 부담을 높여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에서도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하며 수익성 악화와 설비투자 지연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통화정책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외통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유가 상승이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입 가격 상승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되면, 국내 달러 수급 여건이 악화하며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유가 상승이 미국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해 다시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에 못 미치면 경기 침체에 빠지는 셈”이라며 “고물가와 경기침체를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 (PG), 양온하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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