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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가짜뉴스’ 해결사라고 생각하십니까

[넥스트 미디어 리터러시⑧-1] 미디어 리터러시 위한 언론의 노력, 투명한 뉴스룸·환경변화에 걸맞은 비평·이용자 소통기구 활성화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2019년 04월 28일 일요일
 

미디어 리터러시가 화두입니다. 가짜뉴스, 혐오표현 등이 논란이 될 때마다 언론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지만 정작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 논의는 찾기 힘듭니다. 미디어오늘은 ‘넥스트 미디어리터러시’ 기획을 통해 현장을 들여다보고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대안적 교육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관련기사:  넥스트 미디어 리터러시 연재기사 모음] 

“가짜뉴스에 숨 막히는 세상, 신문이 세상을 깨끗하게 합니다.” 한국신문협회의 광고 문구다. ‘가짜뉴스’를 미세먼지에 비유하며 답답한 표정으로 마스크를 끼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신문을 ‘해결사’ 위치에 놓는다. 

 

뉴스 수용자도 그렇게 생각할까? 지난 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4%가 가장 유해하다고 생각하는 가짜뉴스 유형으로 ‘언론보도 중 사실확인 부족으로 생기는 오보’를 꼽았다. 언론은 ‘가짜뉴스’의 해결사가 아니라 일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실이다. 신뢰를 잃은 언론.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한 언론의 고민은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 한국신문협회 광고.
▲ 한국신문협회 광고.
 

 

 

한국 뉴스는 투명하지 않다 

“기자들은 편집국의 의사결정 과정을 다룬 칼럼을 더 많이 써야 한다. 음모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보여주라. 그리고 크든 작든 우리의 실수들을 인정하라.” 니먼리포트 ‘2016년 대선: 언론을 위한 교훈’은 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한 과제로 투명성 제고를 꼽았다.

한국 언론에서 기사를 쓴 과정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기사 신뢰도의 척도인 취재원조차 투명하지 않다. 2017년 ‘좋은 저널리즘 연구회’ 분석에 따르면 국내 종합일간지는 취재원의 신분이 드러나는 투명 취재원 수가 기사당 2.6명이었는데 이는 뉴욕타임스(8.4명)보다 터무니 없이 낮다. 

‘가짜뉴스’라 불리는 허위정보와 음모론의 대안으로 팩트체크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검증 자체의 중요성에만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는데 검증 못지 않게 그 과정을 드러내는 일이 중요하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는 강령을 통해 ‘투명성’을 강조한다. ‘정보원 투명성 준수’ 항목은 독자들이 팩트체킹을 통해 발견한 내용을 직접 검증할 수 있게 정보원을 최대한 밝힐 것을 권한다. 정보원을 드러낼 수 없을 때는 가능한 자세하게 배경 정보를 제공하라고 한다. 논증 과정에서 검증 대상을 어떻게 선정하고 조사하고 그 결과를 수정하고 편집하는지 설명할 것도 권한다. 좋은 팩트체크 기사는 독자 스스로 검증하고 판단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 디자인=권범철 만평작가.
▲ 디자인=권범철 만평작가.
 

팩트체크 매체 뉴스톱의 김준일 대표는 “팩트체크 역시 주관적인 생각을 조합해 결론을 내는 것이다. 일종의 판사 역할을 하는 건데 그 판단을 하게 만든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며 “한국 언론은 인용을 제대로 하지 않는 문제도 있는데 이건 저널리즘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인용을 하면 맥락을 함께 전할 수 있고 독자가 원문을 보면서 검증을 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는 있다. JTBC는 2016년까지의 자료를 살펴본 결과 해외 주요국의 강간죄 규정이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난해 3월 팩트체크를 했으나 최근 추세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11일 뒤 팩트체크를 정정했다. 

19대 대선 기간 SBS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해양수산부와 거래해 세월호 인양을 늦춘 것처럼 보도해 논란이 불거졌을 때 SBS의 대응도 의미가 있다. 당시 SBS는 노조, 외부 인사들과 함께 진상조사에 나섰고 언론노조 SBS본부가 결과를 상세하게 공개했다. 발제기사 초고, 데스킹 이후 버전 등 보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 수 있어 데스킹 과정에서 취재원을 검증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의미부여를 한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SBS 세월호 인양 관련 왜곡보도 논란 이후 작성된 진상조사보고서. 기사 작성 과정을 자세히 공개했다.
▲ SBS 세월호 인양 관련 왜곡보도 논란 이후 작성된 진상조사보고서. 기사 작성 과정을 자세히 공개했다.
 

 

 

미디어 비평, 텍스트 밖 이슈의 흐름을 추적해야 

왜곡된 언론 환경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 한국 사회의 특성상 언론을 감시하는 역할은 한국적 미디어 리터러시 운동으로 전개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의 모니터 활동과 한겨레 여론매체부 설립, 미디어오늘 창간, 공영방송 중심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도입 등을 통해 미디어 비평은 활성화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줄줄이 폐지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은 공영방송 정상화와 함께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디어 비평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는 “비평이 언론사 구성원들의 변화를 촉구하는 역할을 주로 하면서 정작 시민들은 제 3자가 되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히 텍스트 비평에 그치지 않고 특정한 신문을 읽는 수용자에 대한 이해와 분석, 그리고 연합뉴스 정부 지원 폐지 청원과 같은 시민들의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비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 비평이 활성화된 이래 언론 학계에서는 미디어 비평의 △정파성 △경쟁매체 공격 도구화 △전문성 부재 등을 문제로 지적해오기도 했다. 

 

매체 환경이 급변한 오늘날, 비평 대상을 전환하는 과제는 시급하다. 더 이상 KBS 첫 리포트와 조선일보 1면이 여론을 움직이지 못한다. JTBC 태블릿 PC조작설이나 강원도 고성 산불 때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사 사장들과 술을 먹느라 대응이 늦었다는 허위정보에 주류 언론은 주목하지 않았지만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에서 파급력이 컸다. JTBC가 정치인의 발언 검증에 그치지 않고 유튜브를 시시각각 모니터링하며 팩트체크를 한 사실과 KBS ‘저널리즘토크쇼J’가 유튜브 속 정치 콘텐츠 문제를 진단한 점은 의미가 있다.

 

▲ 방통위의 임시중지 제도를 중국식 유튜브 차단 정책으로 여기는 유튜브 콘텐츠들. 정치권과 언론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온라인 공간 속에서 이 같은 의혹은 일파만파 퍼져 방통위는 곤혹스러워했다.
▲ 방통위의 임시중지 제도를 중국식 유튜브 차단 정책으로 여기는 유튜브 콘텐츠들. 정치권과 언론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온라인 공간 속에서 이 같은 의혹은 일파만파 퍼져 방통위는 곤혹스러워했다.
 

기성 매체와 온라인 공간 속 허위정보를 구분해 볼 게 아니라 정치권, 언론, 온라인 공간이 상호작용하며 파급력을 키우는 이슈의 흐름을 추적할 필요도 있다. 

‘5·18 가짜뉴스 신고센터’에서 활동한 유민지 민주언론시민연합 운영팀장은 “5·18과 관련한 유튜브 ‘가짜뉴스’를 보면 종합편성채널에 나온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이 자주 인용된다. 기성 매체가 강력한 근거를 마련해준 것이다. 이에 앞서 5·18의 정통성을 흔들려 한 정권의 시도 역시 이어져왔고, 그 맥락에서 보도도 나온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독자위원회의 잠재력 

“디지털 혁신 사례들을 보면 시민과의 접점을 강조하더라. 한국은 이미 관련한 제도가 있음에도 제대로 쓰이고 있지 않다.” SBS 시청자위원을 지낸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의 지적이다. 방송법은 보도 기능이 있는 방송사들은 시청자위원회를 운영하도록 하고 옴부즈맨 프로그램 편성을 강제한다. 연합뉴스, 일부 신문과 주간지도 독자들과 소통하는 기구가 있다. 

그러나 매체력이 막강한 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 KBS시청자위원은 “방송을 비평은 하는데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게 문제였다. 지적을 하면 보도국에서 나와서 설명을 한다. 그런데 그냥 듣고 만다”고 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하는데 형식적이다. 나 역시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살펴보려고 하지는 않았다”며 “제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지만 위원들의 태도 역시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형식적인 운영 못지 않게 이용자와 소통하는 위원회의 비평 대상이 괴리된 문제도 있다. 지난해 조선일보가 온라인 기사를 통해 240번 버스 논란과 관련한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정보를 유포했고 한국경제는 온라인으로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기사를 썼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했다. 지난해 TV조선은 트위터를 통해 “24일 풍계리 갱도 폭파 안 해... 연막탄 피운 흔적”이라는 글을 내보냈다 지웠다. 그러나 언론과 독자의 소통 창구는 ‘본판’만 두고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 

 

▲ 240번 버스 논란 당시 커뮤니티 게시글을 중심으로 기사를 쓴 조선닷컴 보도(위)와 논란을 커뮤니티 탓으로 돌린 조선일보 보도 갈무리.
▲ 240번 버스 논란 당시 커뮤니티 게시글을 중심으로 기사를 쓴 조선닷컴 보도(위)와 논란을 커뮤니티 탓으로 돌린 조선일보 보도 갈무리.
 

공영방송 정상화와 맞물려 시청자위원회의 개선 작업도 최근 시작됐다. KBS는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시청자 위원회 구성을 바꾸고 온라인 생중계를 도입했다. 최용수 KBS 시청자미디어부장은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와 접점을 넓히려 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시청자위원회의 잠재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KBS가 청원사이트 만든 이유] 

 

※ 참고문헌 

월간 신문과 방송 2018년 8월호 
세계는 왜 가짜뉴스와 전면전을 선포했는가? 
팩트체크 저널리즘 
4차산업혁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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