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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2번째 큰 황제펭귄 번식지 붕괴

남극 2번째 큰 황제펭귄 번식지 붕괴

조홍섭 2019. 05. 02
조회수 1010 추천수 0
 
2만여쌍 번식지 3년째 새끼 못 태어나…폭풍으로 해빙 일찍 녹은 탓
 
an1.jpg» 번식지 해빙 위에서 새끼를 기르는 황제펭귄. 헤엄칠 깃털이 나기 전에 해빙이 깨지면 새끼는 모두 익사할 수밖에 없다. 마이클 반 워르트, 미 해양대기국(NOAA) 제공.
 
남극의 겨울이 시작되는 4월 황제펭귄은 강풍에 떠밀려 빙붕 주변에 형성되는 정착빙에 모여 번식한다. 혹한 속에서 새끼가 태어나면 12월까지 새끼가 헤엄칠 수 있을 때까지 길러 바다로 데려간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황제펭귄 번식지에서 지난 60년 동안 계속된 일이었다. 그러나 남극대륙 북쪽 웨델 해에 위치한 핼리 만의 황제펭귄 번식지는 2016년 새끼를 한 마리도 길러내지 못했다.
 
그해 10∼11월 이례적인 폭풍이 불어 해빙이 너무 일찍 깨졌기 때문이다. 미처 헤엄칠 깃털이 나지 않은 새끼 황제펭귄 수 천마리가 바닷물에 빠져 죽었을 것이다.
 
an2.jpg» 세계 2번째 황제펭귄 서식지였던 핼리만 번식지(지도에 윈디 크리크 ‘Windy Creek’로 표기) 위치. 프레트웰 외 (2019) ‘남극 과학’ 제공.
 
해마다 1만5000∼2만4000 번식 쌍이 모여 ‘기후변화의 피난처’로 기대를 모으던 핼리 만 번식지는 2017∼2018년까지 3년 연속 황제펭귄의 번식에 실패했다. 이런 사실은 영국 남극조사대가 이 번식지를 수년 동안 정밀한 위성사진으로 관측한 결과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펭귄이 흰 눈 위에 남긴 배설물 오염 면적을 800㎞ 상공의 위성으로 관측해 개체수를 추정해 왔다. 피터 프레트웰 영국 남극조사대 연구원 등은 26일 과학저널 ‘남극 과학’에 실린 논문에서 “다른 황제펭귄 번식지에서도 해마다 번식 성공률은 들쭉날쭉하지만 이처럼 장기간 번식 실패가 이어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황제펭귄은 펭귄 가운데 가장 커 키 120㎝, 몸무게 40㎏에 이르며 20년을 산다. 이 펭귄은 얼룩무늬물범의 먹이이지만 다양한 물고기와 크릴을 먹는 중간 포식자로서 남극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an3.jpg» 핼리 만 번식지의 위성사진. 왼쪽 위가 붕괴 전 모습. 지난해 번식기(오른쪽 아래)에 극소수가 돌아왔다. 프레트웰 외 (2019) ‘남극 과학’ 제공.
 
이번에 사라진 핼리만에서는 세계 황제펭귄의 8%가량이 번식해 왔다. 다행히 번식에는 실패했어도 황제펭귄의 상당수는 이웃 번식지로 옮겨간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핼리만에서 55㎞ 남쪽에 있는 도슨-람튼 번식지의 황제펭귄이 평소의 수천 쌍 규모에서 지난해에는 1만4000여 쌍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해리 만 번식 쌍이 모두 이웃 번식지로 옮긴 것은 아니다는 얘기다. 
 
연구자들은 “위성사진을 샅샅이 뒤졌지만 새로운 번식지를 찾지는 못했고, 더 먼 곳의 번식지에 소수가 이동했을지는 모르지만 위성으로 파악은 안 된다”며 “황제펭귄이 번식을 포기하고 몇 년 뒤 다시 핼리 만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남극의 황제펭귄은 금세기 말까지 개체수가 50∼7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황제펭귄이 해빙이 사라지는 재앙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장차 이 종이 어떤 처지에 놓일지 예측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an4.jpg» 황제펭귄의 번식 일정. 4월에 해빙에 오른 뒤 11월까지 새끼를 기른 뒤 12월 바다로 돌아간다. 폭풍으로 10∼11월 해빙이 깨지면 번식은 실패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eter T. Fretwell and Philip N. Tranthan, Emperors on thin ice: three years of breeding failure at Halley Bay, Antarctic Science (2019), doi:10.1017/S095410201900009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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