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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고리 입고 '소녀상' 된 82세 일본인 여성의 절규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8/15 10:39
  • 수정일
    2019/08/15 10:3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세계 위안부 기림일, 나고야에서 열린 '소녀상 전시 재개 요구' 집회

19.08.14 18:21l최종 업데이트 19.08.14 18:21l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열리는 아이치 미술관을 배경으로 저고리를 입고 의자에 앉아 '소녀상'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니시 에이코씨.
▲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열리는 아이치 미술관을 배경으로 저고리를 입고 의자에 앉아 "소녀상"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니시 에이코씨.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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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위안부 기림일인 8월 14일. 일본 우익세력들의 전화·메일 협박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비롯한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가 전시 중지된 지 10여 일이 지난 8월 14일 아침. 나고야 사카에에 있는 아이치 드리엔날레 전시장 입구에 시민 100여 명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재개를 요구하는 아이치시민들의 모임(아래 시민의 모임)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피해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을 기억하기 위한 '세계 위안부 기림일'에 맞춰 열린 집회였다. 시민의 모임은 '부당한 폭력에 굴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면서 아이치 드리엔날레 주최측인 아이치현에 하루 빨리 전시를 재개할 것을 요구했다.

집회 현장 앞 쪽에는 빈 의자가 마련됐는데, 한쪽 자리에 저고리를 입은 여성이 의자에 앉아 '소녀상'이 되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서 지금까지 고통당한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소녀상'이 도대체 뭐가 나쁘다는 겁니까? '소녀상'이 뭘 잘못했다고 겨우 3일만에 전시를 중지시키는가 말이에요!"

 
이 여성은 니시 에이코(82, 나고야 거주)씨. 그는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로 전시 재개를 호소했다. 니시씨는 "지금이라도 소녀상에게 달려가서 꼬옥 끌어안고 함께 펑펑 울고 싶어요, 그리고 '이젠 안심해요'라고 말을 걸고 싶다고요, 그런데 왜 우리가 그걸 할 수 없도록 대체 누가 막는단 말이에요?"라며 전시 취소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피해자들의 나이와 별로 차이가 안 난다면서 "나보다 겨우 몇 살 위의 언니같은 사람들이 겪었을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밖에 나오지가 않는다"라며 울먹였다. 피해자들의 아픔을 잊지 말 것을 호소한 것. 
   

 그녀는 "지금 당장 '소녀상'에게 달려가 꼭 끌어안고 함께 펑펑 울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그녀는 "지금 당장 "소녀상"에게 달려가 꼭 끌어안고 함께 펑펑 울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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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는 1시간가량 진행됐다. 도중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으나 참가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식민지 지배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 배상을 요구하는 소리를 냈다.

시민단체 활동을 잘 다루지 않는 일본 언론도 이날은 집회장을 주목했다. 이것은 아이치 트리엔날레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의 전시 중지가 보수적인 일본 언론이 보기에도 쉬이 넘어갈 수 없는 사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민들은 전시 중지가 발표된 뒤에도 매일 전시장 입구에서 전시 재개를 요구하는 피켓팅을 벌이고 있다. '시민의 모임'은 앞으로도 전시가 재개될 때까지 피켓팅을 이어갈 것이고, 다른 지역의 단체 및 개인과도 연대해 이번 조치의 부당성을 알릴 계획이다. 

아이치현 쪽에는 재개 요청문과 방문 등을 통해 압박을 계속해 나가고, 오는 24일에는 큰 규모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대규모 집회를 통해 시민들의 여론을 모아 전시가 재개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보고 싶었는데... 폭력으로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지 마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참가자들.
▲  "보고 싶었는데... 폭력으로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지 마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참가자들.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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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좋아 소녀상~ 싫어 싫어 검~열 소녀상 좋아요~~
소녀상 온다고 해서 아이치 트리엔날레 와봤더니
가와무라가 표현의 부자유전 중지하라고
헐~~ 검열? 장난치냐~?"


한 참가자는 소녀상 전시를 두고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일"이라면서 전시 중단을 요청한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을 비판했다. 이 참가자는 유명 애니메이션 삽입곡에 나고야 시장을 비판하는 가사를 입혀 불러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분노하면서 행사 주최 측 회장인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가 하루빨리 전시 재개를 지시할 것을 촉구했다.

아이치현의 오무라 지사는 지난 9일,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중지와 관련된 '검증위원회'를 설치해, 기획 과정부터 중지까지 과정에 대한 검증을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검증위원회는 11월 말에 보고서를 제출한다고 한다.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10월 14일에 폐막하기 때문에, 검증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그 결론이 전시 재개로 이어지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 결과, 자신들만의 힘으로 전시 재개를 이뤄내야 하는 과제가 일본 시민들 앞에 놓여졌다. 폐막까지 남겨진 시간은 2개월. 두 달 안에 일본 시민들이 거대 권력과 우익세력의 방해를 넘어 전시 재개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이치현의 '부자유전 중지를 위한 검증위' 설치를 알리는 '아사히신문' 기사.
▲  아이치현의 "부자유전 중지를 위한 검증위" 설치를 알리는 "아사히신문" 기사.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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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재개를 위한 시민집회를 취재하러 온 언론들.
▲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재개를 위한 시민집회를 취재하러 온 언론들.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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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도 '소녀상'의 자리를 지키는 니시 에이코씨.
▲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도 "소녀상"의 자리를 지키는 니시 에이코씨.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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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상' 전시 중단 이후에도 매일 전시장 입구에서 시민들의 피켓팅이 이어지고 있다.
▲  "소녀상" 전시 중단 이후에도 매일 전시장 입구에서 시민들의 피켓팅이 이어지고 있다.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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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재개'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  "전시 재개"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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