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배와 전쟁범죄의 역사를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로 연결시키고, 윤미향 마녀사냥의 진실과 정의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며, 끝까지 증언하고 사과를 요구했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지난해 말 출간된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이러한 기억과 계승에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같은 제목의 다큐 영화는 이미 2009년에 개봉한 바 있다.)
이 책은 2017년 일본에서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의 삶과 투쟁을 기록하고 있다. 책에 담긴 할머니의 피해 경험과 증언은 처절하고도 구체적이다. 16살의 나이에 중국 무창의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간 송신도 할머니는 상상하기 어려운 폭력과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다.
할머니는 "가장 괴로웠던 것은 총알이 날아오는 거였지"라고 증언한다. 군인과의 강제적 관계 도중에도 총알이 날아들었고, 관계가 끝나지 않으면 몇 시간이고 군인이 몸에서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총알에 맞아죽으면 큰일이니까 ··· 그게 가장 괴로웠어요"라는 말은 당시 상황의 비인간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조금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구타와 폭행이 이어졌고, 그 상처는 할머니의 몸과 마음에서 평생 지워지지 않았다. "지금도 얼굴에 굳은살이 박혀서 아무리 때려도 아프지 않아요 ··· 북이랑 똑같아. 하도 맞아서", "진심으로 사람을 좋아해 본 적이 없으니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몰라"라는 고백은 전쟁범죄가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증언한다.
7년간의 지옥 같은 성착취 끝에 패전 후 일본으로 가게 된 과정마저 기만으로 이어졌다. 한 일본 군인의 청혼을 믿고 따라갔지만,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혼인 증명서는 찢겼고 "미군의 양공주라도 되라"는 말과 함께 버려졌다. 할머니는 기차에서 뛰어내려 죽으려 했지만, 죽음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아무 연고도 없는 일본 땅에서 할머니는 평생을 가난과 차별 속에서 살아야 했다. 같은 전쟁을 겪고 돌아온 일본 남성들이 연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동안, 할머니는 과거를 숨기고 무시당하며 늙어갔다. 그러다 생활보호 신청 과정에서 "나는 중국까지 가서 훌륭하게 싸우고 온 여자야!"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과거가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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