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대의 힘을 가장 크게 느꼈던 대책위 활동이 있다면.
산하 "대책위에서 치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매년 떠나는 캠프가 기억에 남는다. 2022년 한창 경찰 조사에서 2차 가해성 발언을 들으며 정말 힘들었을 때도, 구성원들과 함께하며 그 순간만큼은 머리를 비울 수 있었다. 2024년 캠프도 특별했다. 그해 5월 광주 퍼포먼스 아트계에서도 공론화된 성폭력 사건이 있었는데 그쪽 대책위화 함께한 캠프였다. 피해자 분과 만나 대화를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대화를 나누며 내 사건을 지켜보고 지지를 보내는 사람이 정말 가까이에 있다고, 내 사건이 어떤 씨앗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웠지만, 그 분이 내 이야기로 힘을 얻는다는 것에 나도 힘을 얻었다. 그리고 무너지지 않게 책임감을 갖자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도 그분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피해자답길 원하는 법원"
- 1심 재판에서 극단 대표 A씨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산하 "5년 전 성폭력으로 인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 받았다. 머리를 감거나 길을 걷다가도 특정한 장면이 눈 앞에 보여 그걸 깨기 위해 소리를 지르곤 했다. 그런 내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PTSD 증상이라는 것을 알고 나선 나를 이해하게 됐다. (재판에서) A와 그 측근들이 이 인과관계를 부정할 때마다 힘들었는데 1심 재판부가 그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도담 "1심 재판부는 피해 이후 발현된 아픔으로 괴로워하는 피해자들이 사법 절차를 통해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중요한 판례를 남겼다. 그런데 A는 지금도 산하의 PTSD가 자신의 범행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디 2심 판결에서도 A에 대한 유죄가 유지되기를 바란다."
- 2심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산하 "2심 재판을 시작하며 판사가 '이건 고소인의 재판이기도 하지만 피고인의 재판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피고인 중심의 이야기 같아 의아했지만) 판사는 그런 (공정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말을 문제 삼고 싶지 않다. 다만 판사가 '고소인의 재판'이라고도 했는데 재판 과정에서 '내 재판이 아닌가' 싶은 일이 발생했다.
여러 일이 있었지만, 하나를 말하자면 검사가 나를 상대로 증인신문을 하겠다고 신청한 적이 있다. 이때 나도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판사가 '필요 없다'며 기각했다. 이 시점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아 무력감을 느꼈다."
도국 "물론 재판부가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피해자 측에 확인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묻는 방식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심 재판에서 판사가 '이걸 왜 사건 발생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공론화했냐'고 산하에게 질문했다. 이건 판사가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질문으로 피해자는 위축돼 신문 내내 하고자 했던 말을 잘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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