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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 대통령, 납치된 12처녀 송환이 더 절박해요!

촛불 정권이기에 전임 정권의 장기수들 송환보다 더 획기적 조치들을 기대했던 것

프레스아리랑 | 기사입력 2019/09/19 [00:57]
 
 

 


 

이흥노/발티모아, 메릴랜드            

 

                                    

문재인 대통령이 추석날 한 테레비 방송에 출연, “이산가족 상봉 만큼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인도주의적 과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추석이면 흩어진 가족들이 고향에 계신 부모님 곁으로 달려가서 성묘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게 우리 민족 고유 전통이다. 추석을 맞아 대통령의 이산가족상봉 조속 추진 발언은 늦었지만, 환영할만 한 일이다.  

 

그러나 이는 아마 피난민 이산가족만을 염두에 둔 발언인 것 같다. 국가나 사회로 부터 소외되고 있는 특별한 이산가족들은 관심 사항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매불망 북녘 고향으로의 송환을 피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비전향 장기수들, ∆속아 입국한 평양시민 김련희씨 그리고  ∆공권력에 의해 납치된 12명처녀들이 바로 그들이다.

 

 

①비전향 장기수들은 수십년 모진 법적 형기를 채우고 풀려났다. 모두 흰수염의 연로한 할아버지가 돼서 출소했다. 법적 의무를 완수한 이들은 당연히 북녘으로 송환돼야 한다. 그러나 혈육이 있는 고향땅이 아니라 어디론가 창살없는 감옥으로 내던져진 것이다.  굳이 제네바 협정 조항을 따질 필요도 없이 인도적 견지에서나 동포애 정신에 입각해서도 마땅히 가족품으로 돌려보내는 게 도리다.

 

하기야 이미 전임 대통령들은 출소한 장기수들을 2차에 걸쳐 북송한 전례도 있다. 이제 생존자가 겨우 20여명도 안된다. 최근 29년 옥살이를 끝내고 석방된 무연고자인 서옥렬씨 (91세)의 영결식이 광주에서 <민족통일장>으로 치뤄졌다. “유골돼서도 가족이 보고싶어”라 외치던 그는 북녘 두 아들을 끝내 만나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② 또 하나의 가슴아프고 슬픈 사연의 한 여인이 있다. 북녘 고향에 연노한 어머니, 남편 그리고 딸을 둔 김련희씨다. 7년 전, 중국 친척집에 갔다가 탈북브로커의 꼬임에 넘어 입국하게 됐다. 도착하면서 부터 바로 북녘 고향으로 가겠다고 국정원에 통사정을 했다. 이것이 화근이 돼서 더 지독한 감시와 멍애가 그녀에게 들쒸워졌다.

 

북녘 노모와 딸 곁으로 가기 위해 자살을 비롯해 안 해본 게 없다. 마침내 그녀의 기구한 운명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CNN을 위시한 다수의 언론들이 남북을 오가며 영상을 제작해 세상에 내놓기도 했다. 이제는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공감하고 있다. 권오헌 양심수후원 명예회장과 조순덕 민가협 상임의장이 발벗고 나서서 평양시민 김련희씨의 조건없는 송환을 촉구하며 오늘도 청와대앞과 광화문 광장을 누비고 다닌다.

 

③박근혜정권의 공권력이 희대의 집단납치사건을 벌였다. 중국서 일하던  12북처녀들이  2016년 총선을 한주일 앞두고 국정원주도로 강제납치됐다.  자유한국당(당시한나라당)의 총선승리를 위해 공권력이 저지른 끔찍한 해외공작사건이다.  납치를 자의에 의한 의거탈북이라며 유권자를 기만하는 파렴치한 짓을 했다.

 

이 사건을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집단납치된 처녀들을 구하겠다고 선뜻나선게 ‘민변’이다. 국정원과 법원이 한패가 돼서 교묘한 구실로 ‘민변’을따돌리곤 했다.  JTBC가 사건의 전모를 보도하면서 지구촌 언론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젠 국제적 문제로 비화됐다.  온세상이 분노하고 치를 떨고있다.

 

최근에 ‘국제민주법률가협회’ (IADL)와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 (COLAP)은  ‘집단탈북조사단’을 꾸려 남북을 오가며 진상조사를 벌였다. 이 ‘탈북조사단’  최종보고서는 “의사에 반한 납치 및 인권침해”라고 규정했다.  또 이보고서는 ‘유엔인권이사회’ (UNHRC)에 제출된다.  

 

납치된 12처녀들의 송환운동에 뛰어든 ‘민변’ 장경욱 변호사가 이번 국제진상조사단 구성 및 활동에 크게 공헌했다고 알려졌다. 돈과 전혀 인연이 없을 뿐 아니라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불의를 고발하고 민족화합에 기초를 쌓겠다는 갸륵한 민족애를 발휘한 것이다. 이런 위대한 변호사가 있어 희망이 있고 민족의 숙원이 이뤄지리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북측도 납치된 12처녀들의 송환을 위해 남북 대화나 국제기구를 통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인 건 사실이다. 판문점 1차 남북정상회담 준비 실무협상에서 남측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제기했을 때, 북측은 즉각  “12처녀의 송환 없인 이산가족 소리는 하지도 말라”고 일언지하에 잘라 거절했다.

 

‘유엔 인권위원회’가 서울에서 진상조사 흉내는 냈다. 미국의 하부 종속기구가 아니랄까 국정원과 입을 맞추고는 달아났다. 미국의 충견이라 불리는 반기문 전 유엔총장은 박근혜와 한패가 돼서 대권꿈을 꾸는데만 관심이 있었지, 되레 납치사건을 덮는데 일조를 했을 뿐이다. 그는 서울에 ‘대북인권사무소’를 설치하고 오로지 박근혜에게 아첨하는 짓만 골라 했다.  

 

납치된 처녀들 또래 자식을 가진 정부 관계자들이 부모의 입장에서 어찌 부모와 자식이 강제로 갈라진 엄연한 현실을 모른 체 할 수 있나말이다. 부모 자식을 강제로 생이별시키는 짓은 세상에서 가장 악랄하고 잔인한 범죄로 ‘천벌을 받는다’는 말도 있다. 지금 미국국경에서 난민의 부모 자식을 격리시키려는 트럼프가 뭇매를 맏고 있다는 것도 여기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촛불 정권이기에 전임 정권의 장기수들 송환보다 더 괄목할 만한 획기적 조치들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북미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간첩죄로 복역하던 미간첩들을 북측이 과함하게 석방했다. 트럼프는 오밤중에 비행장으로 달려가 석방된 이들을 맞이했다.

 

북측 당국이 간첩 까지 석방하는 통큰 조치에 버금가는 남측의 획기적 조치를 기대했을 것이다. 연로한 장기수들, 꼬임에 넘어 입국한 평양시민 김련희 여성, 그리고 납치된 12북처녀들이 북녘땅 고향으로 송환되리라 확신했던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김씨와 12처녀 사건들은 전임 정권의 범죄지 문 정권과 무관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송환조치가 그여코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기대는 물거품이 됐고 그만 분노로 바뀌고 있다.  조금  과장한다면, 김씨가 7 년 세월, 처녀들이 3년 세월 흘린 피눈물은 아마 한강과 대동강물을 합친 것 보다 더 많을 것이다.

 

작년9월, 평양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이 전용기에 이들을 태우고 동행해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면 북녘 동포들의 뜨거운 환영은 물론 남북간 탄탄한 신뢰가 조성됐을 것이다. 또한 지구촌이 탄복하고 존경과 지지를 보냈을 것이다. ‘위대한 대통령’이라 평가됐을 것이다.

 

내가 너무 순진한 생각을 했다고 자책 하지만, 옳은 길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걸 합리화 정당화하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 최소한 민족의 자주와 존엄을 지켜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북녘시민들의 송환은 미국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이들의 송환을 당장 추진하겠다고 약속해야 옳다. 납치사건을 자의탈북이라고 오리발을 내미는 추태가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국정원이 간첩 조장하고 민간인을 사찰한다는 보도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 망칙한 오리발을 당장 거둬들이지 않으면 더 큰 망신을 자초하고 국제적 신뢰마저 상실한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    

 

재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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