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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논란에도 밀어붙이는 ‘문희상안’, 다음 주 공식 발의될 듯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19-12-05 19:08:42
수정 2019-12-05 19: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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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들 반발에도, 의장 측 “피해자 중심 지원 방안의 가장 현실적인 방안”

문희상 국회의장. 자료 사진.
문희상 국회의장. 자료 사진.ⓒ정의철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겠다며 입법을 예고한 이른바 '문희상안'이 내주에 정식 발의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한일 양국이 기업의 기부금과 양국 국민의 자발적 성금(1+1+α)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로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회의장실은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희상안'에 담길 대략적인 내용과 향후 추진 방향 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최광필 국회 정책수석비서관과 한민수 대변인, 한충희 외교 특임대사 등이 참석했다.  

어떤 내용이 담겼나 

5일 국회 의장실에서 ‘강제징용 동원 해법관련 문희상 국회의장 구상 언론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2019.12.05
5일 국회 의장실에서 ‘강제징용 동원 해법관련 문희상 국회의장 구상 언론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2019.12.05ⓒ정의철 기자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문희상안'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근본적·포괄적 해소할 것 ▲대법원판결에서 집행력이 생긴 피해자들과 향후 승소가 예상되는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 기금을 통해 마련하고,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로 대위변제할 것 ▲한일청구권협정 등과 관련된 모든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를 일정한 시한을 통해 일괄적으로 해결할 것 등 3가지 원칙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졌다.  

최광필 국회 정책수석비서관은 법안에 담길 내용에 대해 "대법원판결에 따라 이미 집행력이 생긴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들, 재판에서 승소가 예상되는 피해자들 또는 그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목적으로 제정법인 '기억·화해·미래재단 법인'을 만들 것"이라며 "이 재단에서 지급할 위자료는 (한일) 양국 기업과 개인 등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정책수석은 '문희상안'의 전제는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기지 않을 예정이라 어떤 방식으로 일본의 사죄를 확인할 수 있을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문 의장 측은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과거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사실상 사죄하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부치 총리가 당시 일본의 식민지배를 두고 "과거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최 정책수석은 "일본 정부의 사과는 법안에 담을 수 없다. 다만 과거에 했던 공동선언을 재확인하는 것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겠다는 내용이) 공동선언을 통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게 문 의장의 기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상안'은 다음 주에 정식 발의될 예정이다. 이달 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전에 법안을 발의해 한일 사이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도다.

최 정책수석은 "문 의장은 다음 주에 발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문희상안을 통해)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게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희상안'을 통해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는 선언까지 할 수 있도록 견인하겠다는 게 문 의장 의 구상이다.  

한충희 외교특임대사도 "24일 한일 정상회담이 예상되는데, 그 전에 '문희상안'이 입법화가 되면 한일 정상이 논의할 때 (이 안이) 촉매제가 돼서 논의가 구체적으로 될 수 있다"며 "그 자리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는 등 전체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유의미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화해치유재단 남은 기금 60억 포함 않기로 
강제동원 피해자들 반발은 여전할 듯
 

강제동원행동과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가 지난달 국회 앞에서 일제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해법안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27
강제동원행동과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가 지난달 국회 앞에서 일제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해법안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27ⓒ정의철 기자

당초 '문희상안'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기금 60억원은 관련 단체들의 강한 반발로 기억·화해·미래재단 기금 조성에는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위자료 지원 대상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제외하기로 했다.  

최 정책수석은 "의견수렴 과정 끝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재단 60억원은 문희상안에는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며 "포괄입법 취지에서 고려한 것이지만, 관련 단체들의 반대와 현재 별도의 지원재단을 위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정책수석은 "단체에서 (포함)하지 말라고 하는데, 기어코 (위자료 지원 대상에) 포함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자분들이 추진 중인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잘 배려해드리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문희상안'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 왔던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장이 문제를 풀기 위해 나섰다는 건 충분히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낸 안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문희상안은 일본 기업에 대한 배상 책임을 면제시키는 조치"라며 "지금 소송은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 기업이 구체적인 배상 등의 형태로 사과를 표해야 하는데 이 (문희상안에서의) 기금에서는 그렇게 연결시키기 어렵다. 더군다나 한국 기업이 도의적으로 내는 돈이 어떻게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형태로 들어갈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김 연구원은 한일 두 정상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재확인이 일본 측의 사죄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라 거기에 들어가 있는 사죄의 의미와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사죄의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문 의장 측은 '문희상안'은 강제동원 피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한민수 대변인은 "(문희상안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비판도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그 역시 감수하겠다는 각오로 제안한 것이다. (강제동원 문제는) 입법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걸 의장 본인의 책무로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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