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비전향장기수를 가족품으로” 손피켓을 들고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오늘 이 자리는 단지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송환의 걸림돌이 되는 허들을 낮추고 한 시간이라도 빨리 선생님들을 고향으로 모셔오기 위한 투쟁의 자리입니다.”

비전향장기수들의 2차 송환을 바라는 25년의 간절한 염원이 한 권의 기록집으로 묶여 세상에 나왔다. 

비전향장기수 2차송환 희망자들의 기록 .『47인의 희망을 담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비전향장기수 2차송환 희망자들의 기록 .『47인의 희망을 담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2025년 12월 18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자주통일평화연대 교육장에서 열린 비전향장기수 2차 송환 활동보고 및 기록집 ‘47인의 희망을 담다’ 발간식은 단순한 출판기념회를 넘어, 생존 장기수들의 조속한 귀향을 촉구하는 결의의 장이 되었다.

이날 행사는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가 주최하고 비전향장기수 2차송환추진위원회가 주관하였으며, 4.9통일평화재단의 후원으로 마련되었다. 

류경완 코리아국제평화포럼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현장에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종교계 인사 등 50여 명이 참석해 교육장을 가득 메우며 뜨거운 열기를 더했다. 참석자들은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조국 송환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끝내 산화해간 비전향장기수 선생들과 민족민주열사들을 기리는 묵념을 올리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 결의를 다졌다.

기다림이 깎아낸 시간의 무게... “인도주의의 최소선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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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수후원회 김혜순 회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양심수후원회 김혜순 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비전향장기수의 2차송환은 분단과 대결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고 단순한 인권 문제를 넘어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정권의 성격에 따라 흔들리는 움직임보다 중요한 것은 송환을 가로막는 실질적인 필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결의를 밝히며 “어르신들이 고향 땅을 밟는 좋은 시절을 보실 때까지 꼭 건강을 유지해 주시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이어 심주이 양심수후원회 사무국장으로부터 2000년부터 2025년까지 정권의 성격에 따라 부침이 심했지만 한결같이 길을 열어온 비전향장기수 2차송환 운동의 25년 경과보고가 있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인사들도 송환의 시급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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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한국교회 인권센터 소장 류승권 목사, 실천불교승가회 명예대표 원경 스님, 안학섭 선생 송환추진단 이적 목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한국진보연대 김재하 상임공동대표는 “대북 제재나 전쟁 위기설 같은 송환의 큰 허들을 낮추는 실질적인 투쟁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선생님들을 한 시간이라도 빨리 고향으로 모시는 길이며, 이것이 우리의 실천적 방안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회 인권센터 소장 류순권 목사는 2차 송환 희망자 47명 중 단 5명만이 남은 현실을 “우리가 흘려보낸 시간의 무게”라고 성찰했다. 류 목사는 “송환은 정치를 넘어 인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이자 인도주의의 최소선”이라며, “성서의 가르침대로 고통받는 이들의 무게를 함께 지는 연대를 통해, 정부가 ‘언젠가’가 아닌 지금 당장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천불교승가회 명예대표 원경 스님은 “송환은 민주주의의 자유를 더 성숙시키고 구현하는 길이자 국가가 짊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지옥 중생을 구제하려는 지장보살의 원력처럼 우리의 염원이 남북통일의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며, 한국이 갈등을 극복해 내는 모범적인 국가로 거듭나기를 서원했다.

안학섭 선생 송환추진단의 이적 목사도 송환 운동의 역사적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 목사는 “42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가해진 국가적 탄압을 외신에 알리고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온 산증인들의 신념을 역사에 새기는 과정”이라며, “송환은 단순히 고향에 돌아가는 것을 넘어 제국주의의 탄압을 고발하고 민족의 지혜를 묻는 투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 돌아가리 내 고향으로”.. 장기수 어르신들의 눈물 섞인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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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참석한 비전향장기수 왼쪽부터 양원진, 김영식, 양희철 선생.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이날 행사의 백미는 송환을 신청한 당사자 3인의 발언이었다. 90세를 넘긴 고령의 장기수들이 전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장내는 숙연해졌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영식 선생은 남녘으로 오게 된 기구한 과정을 회상하며, “2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감옥살이를 다 마치고도 여전히 고향으로 가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도 슬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하루빨리 고향 땅을 밟게 해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전했다.

양희철 선생은 “남과 북 모두에서 비전향장기수들을 염려해주고 있으니 희망적”이라며, 그간 남녘에서 얻은 은혜와 연대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시 ‘그렇게 되리니’를 낭독하며 “나 돌아가리, 내 고향으로...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라는 구절에 이르자 끝내 목이 메어 눈물을 훔쳤고, 이를 지켜보던 참석자들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양원진 선생은 “그저 양심이 시키는 대로 살았을 뿐”이라며 자신의 삶을 회고했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조국 통일과 젊은이들의 앞날을 위해 혁명의 길을 걷겠다”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전사로서 당당히 살겠다”는 강철 같은 의지를 보여주어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25년 송환 운동의 기록, 이제는 실행으로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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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시민합창단이 행사 마무리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행사에서는 47인 희망자들의 사진으로 만든 영상과 생존자 5명의 구술 영상이 상영되어 참석자들에게 송환의 절박함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6.15합창단이 ‘머나먼 고향’, ‘홀로아리랑’을 불러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더욱 짙게 했다.

이번에 발간된 기록집 『47인의 희망을 담다』는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2차 송환을 희망했던 47명의 삶과 투쟁을 모은 결과물이다. 참석자들은 ‘비전향장기수를 가족품으로’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마지막 한 분까지 고향 땅을 밟는 그날까지 연대를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행사에 상영된 영상 링크]
송환 희망 47인 의 하나의 소망 : https://youtu.be/WwnO-nvmp7o
신념의 고향_생존5명구술 : https://youtu.be/aAiKSYWuk5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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