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분담금 협상, 급한 건 우리 아냐…자유한국당도 한목소리 내야”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19-12-02 19:17:39
수정 2019-12-02 20: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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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한미 간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오는 3일부터 재개된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열렸던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3차 회의에서 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협상장을 박차고 나간 지 2주 만에 열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새로운 항목 신설 등을 통해 현재보다 5배가량 많은 총액 6조원의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하면서 연내 타결을 압박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기존의 SMA 원칙이 유지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방위비분담금이 연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압박이 더욱 강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지난달 28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급한 건 우리가 아니다"라며 원칙을 지키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지금 한미 양측은 샅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SMA에 따라서 (협상을) 하려면, 인건비지원·군수지원·군사건설 이 세 가지 중에서 무엇 때문에 6조원이 필요한지를 설명해야 하는데 그걸 못 하고 (미국 측이) 가버린 것이다. 자기들 논리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은) 우리에게 다른 제안을 가지고 나오라고 하는데, 우리는 일관되게 이 (SMA 틀을 지키는)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방위비분담금은 1991년 양국이 맺은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주한미군 경비에 대한 한국의 부담금을 의미한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서는 미군의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일부 예외를 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지원하는 분담금은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주한미군 기지 내 시설 건설비 ▲용역 고용 및 물자에 쓰이는 군수지원비 등의 몇 가지 항목으로만 정해져 있다.
하지만 미국은 현행 협정에서 다루는 항목 이외에도 주한미군 인건비를 비롯한 군무원 가족 및 지원비,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과 역외 훈련 비용 등까지 추가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실상 기존 협상의 틀을 훨씬 벗어난 것으로, 미국의 요구가 관철되려면 SOFA 규정을 개정하거나 SMA 외에 한미 양국이 별도의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송 의원은 "미국은 SMA 범위를 넘어서는 별도의 사업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SMA는 올해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내년에도 올해의 협정을 전제로 분담금을 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더 신중해야 한다"며 "만일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려면 국회에 별도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협정이 타당한 건지도 (미국 측이)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미국 측이 자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사용해 압박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런 위협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돈을 안 주면 주한미군을 감축하겠다고 할 텐데, 여기에 꿀리지 않아야 한다. '갈 테면 가라'라는 것"이라며 "우리가 (먼저) 나가라고는 안 하겠지만, 부당한 요구를 하면서 가겠다고 하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맹이 중요하지만 서로 간에 존중해야 한다"며 "이건 존중을 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협박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15일 송 의원은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 의원들을 제외한 여야 의원 47명과 함께 이러한 취지의 성명서를 내고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협박하면 갈 테면 가라는 자세로 자주국방의 태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우리 정부에 당부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이에 대해 "틈만 나면 미군 철수나 미군 감축을 압력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못 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보수 정당과 보수 언론이 이런 식의 '주한미군 감축설'을 통해 안보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 의원은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나라 보수 언론들이 알아서 미국을 대변해 우리의 교섭력을 깎아 먹고, 저하시키는 행위를 하는데, 이런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우리 언론이나 우리 국민 모두가 주한미군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본인들이 나가겠다고 협박하면 굳이 잡지 않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럴 때 교섭력이 생긴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 반대 여론 높은데
결의안조차 채택 못하는 국회…"국익에 대해선 한목소리 내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우리 국민은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분담금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며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잇따른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대다수는 '주한미군이 감축되더라도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인상 요구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국회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이 미국 측의 지나친 분담금 인상 요구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공정한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위한 결의안 채택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방위비 갈등의 본질은 한미동맹 자체의 위기"라고 규정하며, 여야가 초당적으로 내는 결의안은 미국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송 의원은 답답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송 의원은 "제발 국익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제발 밥값 좀 했으면 좋겠다"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식을 하면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와 패스트트랙 철회 등을 요구했는데, 거기에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부당한 인상 철회를 집어넣었으면 얼마나 좋나. 그런 게 진짜 밥값 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송 의원은 "국회는 우선 공정한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빨리 채택해야 한다"며 "협상팀이 (국회의 초당적인 목소리가)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왜 자기들이 도움이 안 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원 세비를 받으면서 국민들께 미안하지도 않나"라고 질타했다.
송 의원은 최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내년 총선 직전 북미 정상회담을 열면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우려를 전한 데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일개 의원도 아니고 제1야당 원내대표가 이런 말을 하면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라며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회법 24조와 헌법 46조 2항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국회법 24조는 국회의원이 임기 초 국민 앞에 하는 선서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 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의 이익을 저해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송 의원은 "나 원내대표는 의원직을 사퇴하거나 다음 국회의원 출마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이 대한민국 헌법의 보호를 받을 정당이라고 한다면, 나 원내대표에게는 다음 공천을 주지 않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회는 1991년 이후 이뤄진 10차례의 SMA 비준 동의를 단 한 번도 거부한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국회 내에서는 지금처럼 미국이 무리한 압박을 이어갈 경우 협정의 비준 동의를 거부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송 의원은 지난해 '일상화된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은 더 이상 안 된다'는 뜻을 담아 SMA 비준 동의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송 의원은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잘 버틸 것이라고 본다. 정부가 최대한 노력해서 타협한 것을 (국회가) 거부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반대표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여당 입장에서 정부가 최선을 다해 협상한 결과는 존중하겠지만, 우리가 (협상 결과에 대해) 완전히 승복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다만 (협상이 남은 만큼)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 수석대표에게 우리도 국회가 수용하지 않으면 (협상 타결을) 못 한다는 점을 알리는 등 강력하게 대응해 줄 것을 다시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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