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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0주년 특별기획] 코로나19와 남북(생태)통일

릴레이 기고 ‘코로나 너머’ ③

조헌정 전국예수살기 상임대표(향린교회 은퇴목사, 615남측위 상임대표)
발행 2020-05-09 08:53:27
수정 2020-05-09 09: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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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2000년 5월 15일 첫걸음을 뗀 민중의소리가 창간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독자와 후원인들의 성원과 격려로 민중의소리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민주주의를 확장하며 자주평화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한 진보언론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창간 20주년 특별기획으로 각계 원로, 전문가, 신진인사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와 한국사회를 조망하는 릴레이 기고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세계는 지난 몇백 년 동안 유럽의 몇 개 나라와 미국의 힘에 의해 좌지우지 당해왔다. 공교롭게도 이 나라들이 기독교 국가인 관계로 인해 수천 년의 인류 기록 역사는 예수그리스도의 탄생 이전(BC, Before Christ)과 이후(AD, Anno Domim)를 시대 분기점으로 삼아왔다. 우리 말로는 기원전(紀元前)과 기원후(紀元後)로 부른다. 물론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의 단군력과 같이 독자적인 연호(年號)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공인받는 시대 표기법은 BC와 AD이다. 최근 들어 이 구분이 기독교 중심이라는 비판에 따라 BCE(Before Common Era)와 ACE(After Common Era)라는 표기를 사용하는 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오늘 세계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역병을 겪으면서 그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변화와 위기를 겪고 있다. 사람들이 대책 없이 죽는 것은 물론 도시가 봉쇄되고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고 집안에만 갇혀 지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직장은 물론 학교와 교회, 절을 포함하여 사람이 모이는 모든 시설이 폐쇄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 이 코로나19는 한반도 내에서도 한미간의 전쟁연습 훈련을 중지하도록 했고,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몇몇 분쟁 지역에서의 전쟁을 멈추게 했다. 이런 중지가 얼마간 이어지다 이전 상태로 복귀할지 아니면 생각보다 이 상태가 길게 계속됨으로 인해 새로운 대체 시스템이 구축이 될지에 대해 현재로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행히 남한은 핸드폰 보급 확대와 전국민의료보험 체계 그리고 촛불시민혁명에 이은 문재인 정권의 열린 통치 방식에 힘입어 코로나19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어 세계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코로나정국을 통해 국내, 국외 언론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변하고 문재인정권을 돋보이게 만든 세 사람이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강경화 외무부장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다. 공교롭게도 이 세 사람이 모두 여성이다. 필자는 이것이 문재인 정권이 이전 정권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3월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로냐 시내 아시넬리 탑 주변 거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사태 여파로 행인 하나 없이 텅 비어 있다.
3월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로냐 시내 아시넬리 탑 주변 거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사태 여파로 행인 하나 없이 텅 비어 있다.ⓒ뉴시스

그래서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어쩌면 이 단어가 인류 역사를 새롭게 구분 짓는 또 다른 공식 용어가 될지도 모른다. 라틴어로 왕관을 뜻하는 ‘코로나(corona)’라는 단어는 본래 태양의 상층부 대기를 일컫는 용어인데, 코로나19의 바이러스 형태가 마치 왕관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구는 태양계의 일부일뿐더러 태양 없이는 인류는 물론 자연 생명 자체가 존재할 수 없기에 ‘BC’와 ‘AC’라는 단어로 인류 역사를 새롭게 구분 짓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필자는 기독교 목사로서 남북통일운동에 힘쓰고 있기에 종교생태의 관점과 정치역학의 관점에서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종교생태의 관점에서

코로나19의 발원에 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지만, 일단 박쥐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이라는데에는 큰 이견은 없는 듯하다. 실제로 5년 전 ‘네이처 메디슨’이라는 의학지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중국 우한의 감염 연구소와 미국 노스캘로라이나 대학 연구소는 공동으로 박쥐에게서 추출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될 상황에 대비하여 백신 개발을 시도했었다. 요즘 세계 언론은 우한의 야생 동물시장의 박쥐 전염설에 치우쳐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거나 동남아시아인들이 고양이고기를 혹은 일본인과 프랑스인들이 말고기를 먹는 것과 같이 중국 사람들이 박쥐를 비롯한 여러 야생동물의 고기를 먹어온 것은 매우 오래된 습관이다. 지금도 열대우림 지역이나 한대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은 야생동물들의 고기를 자연스럽게 먹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박쥐일까?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지만, 생태학자들의 의견은 인간들의 무분별한 숲 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어버린 동물들의 생존 보호 본능에 따른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이라고 보고 있다. 얼마 전 CNN 방송은 코로나19가 ‘박쥐들의 스트레스 때문에 생겼다’고 보도했다. 필자의 소견 또한 지금은 박쥐이지만 다음에는 또 다른 야생동물들이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 인간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인간의 의학이 복제 인간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자부하여 왔지만, 이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피해를 당하는 것을 보면 우리 인간이 그간 너무 오만했던 것은 아니었는가 반문해 본다.

지난 3월 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한 병원에서 비닐로 싸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이 임시영안실로 사용되는 냉동 트럭으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 3월 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한 병원에서 비닐로 싸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이 임시영안실로 사용되는 냉동 트럭으로 옮겨지고 있다.ⓒ뉴시스/AP

이제는 도시 봉쇄가 아닌
지구 전체가 봉쇄당하기 전에
하루빨리 인간중심의 개발 우선 정책으로부터
자연 중심의 생태환경 보호 정책으로
전환하기를 바라고 있다.

르네상스 이후 서구의 과학주의는 인간의 이익과 편리를 최고의 가치로 두고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자연환경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여 왔다. 이로 인해 지구 생태계는 파괴되고 온난화로 인한 수많은 폐해를 목격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세계 정치지도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했지만, 한번 돌아가기 시작한 국가 주도의 개발주의 방식을 멈출 수는 없었다. 마치 자전거가 서면 넘어지듯이 멈추면 대파국이 올 것으로 여겼다. 그리하여 부동산업자였던 시장주의자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이런 경고를 비웃고 전임자들이 약속했던 탄소 감산 정책을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방역에 있어 엄청난 허점을 드러냄으로 인해 트럼프는 현재 정치적 위기를 직면하고 있고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물론 민주당의 바이슨이 후임 대통령이 돼도 얼마나 큰 방향 전환을 가져올지는 알 수 없다. 필자는 다만 정치지도자들이 이제는 도시 봉쇄가 아닌 지구 전체가 봉쇄당하기 전에 하루빨리 인간중심의 개발 우선 정책으로부터 자연 중심의 생태환경 보호 정책으로 전환하기를 바라고 있다. 필요하다면 크레타 툰베리가 그랬듯이 촛불시민혁명을 전지구적으로 일으켜야 할 것이다.

정치 역학의 관점에서

앞에서 언급하였다시피 코로나19는 다른 무엇으로도 중지시킬 수 없었던 한미군사전쟁연습을 중지시켰다. 루즈벨트미항공모함은 감염 확산으로 인해 운행을 중지할 수밖에 없었고, 아마 현재 세계의 모든 잠수함은 운행을 멈췄을 것이다. 첨단무기를 개발하는 일에 있어서 가장 앞서 있던 미국이지만, 마스크가 부족하여 간호사들이 뉴욕 길거리에 나가 도와달라며 피켓을 들 정도로 미국 산업계는 큰 허점을 보이고 말았다. 자본주의는 돈이 나오는 곳에 자본이 투입된다. 어떤 자본가가 주식에 돈을 투자하는 대신 마스크 생산에 투자할까? 이는 국가가 담당해야 할 부분이다. 시장에 맡겨두면 아무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나 중국은 공기오염으로 인해 마스크산업이 그나마 활성화되었기에 이번 코로나사태를 맞아 선방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프리카 어느 작은 나라에 외주를 주었을 것이다.

리얼미터는 YTN 의뢰로 지난 3월 13일 조사한 결과, 재난 기본소득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8.6%로 집계됐다고 3월 16일 밝혔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34.3%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17.1%였다.
리얼미터는 YTN 의뢰로 지난 3월 13일 조사한 결과, 재난 기본소득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8.6%로 집계됐다고 3월 16일 밝혔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34.3%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17.1%였다.ⓒ리얼미터

지금까지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중국식 사회주의보다 낫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남북한의 경제 비교에서도 이런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런 통념을 깨트리고 있다. 코로나19로 광화문광장 집회가 금지되기 한 주전 토요일 오후 광화문 거리를 지나가고 있는데, 한 보수교회 목사가 “국가가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것은 자유주의를 위협하는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맹비난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자 다수의 교인이 “아멘! 아멘!”하고 소리를 쳤다. 그런데 지금 어떤 목사가 나서서 국민재난보조금 지급에 대해 사회주의라고 비판하고 나서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고, “아멘!”하던 노인들이 그건 반자유주의적이기에 난 그 돈 안 받겠다고 나서는 것도 듣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보수당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더 많이 주어야 한다고 책임 없는 소리를 외치고 있다. 미국이나 남한은 세계에서 빈부 차이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고 가난한 자를 돌보는 일뿐만 아니라 평등은 예수 가르침의 핵심이다. 예수가 말한 비유 가운데에는 새벽부터 일한 일꾼이나 오후 늦게 일을 시작한 일꾼에게 똑같은 하루 일당인 한 데나리온을 주는 포도원 주인의 얘기가 있다. 영생을 구하는 부자 청년에게는 가진 재산을 가난한 자들에게 다 나눠주고 나를 따르라!고 말씀한다.

역설적으로 코로나의 위기는
남과 북의 대화도 촉진시킬 것이다.
왜냐면 바이러스는 철책 방벽으로 막을 수도 없고
휴전이라는 단어조차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일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 자유에 기초한 남한의 자본주의나 집단 평등에 기초한 북한의 사회주의는 상대방의 장점을 통해 자신들의 단점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한은 돈은 비록 많이 벌지만, 그 돈을 모두 아파트와 교육과 의료에 지출하고 있다. 북한은 질은 비록 떨어지지만, 주거와 교육과 의료 일체가 무료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병원 시설과 의료 기술을 갖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가장 큰 사망자를 낳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흑인들과 남미계 사람들의 사망률은 백인에 비해 두세 배가 넘는다. 미국에서 코로나 검사 비용은 초기에는 보험료에서 지불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보험이 없는 사람이 너무 많아 지금은 무료로 돌렸다. 그러나 확진의 경우 병원치료비는 여전히 비보험 국민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되어 검사 자체를 피하고 있어 감염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미국은 이제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극단의 시장자본주의 정책을 전폭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오죽하면 코로나19라는 생명 위기 속에서 사재기를 하거나 총기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날까? 이는 폭동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미국의 시장자본주의 경제체제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긴 안목으로 보면 미국의 군산복합 체제는 바뀌어야 한다. 트럼프는 다급한 나머지 전쟁국방법을 발동시켜 무기를 만드는 회사들에게 마스크와 호흡기를 생산하도록 명령했다. 이게 일시적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자기 증산 본능에 따라 백신이 개발되면 독감이 그러하듯이 이를 피하는 변종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2018년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삼지연초대소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2018년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삼지연초대소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평양시진공동취재단

원론적으로 말하면 전쟁 또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그러나 핵무기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의 첨단무기들은 전쟁 발발 시 한쪽만의 승리로 끝나지 않고 양편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게 된다. 목사로서 고백하건데 그간 인간들은 신이 경고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성공이라는 미명으로 한 평이라도 더 넓은 아파트와 배기통이 좀 더 큰 자동차 그리고 하나라도 더 높은 스펙을 쌓기 위해 밤낮없이 살아왔다. 그러자 신은 바이러스를 통해 모두가 집 안에 머물도록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사람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소유가 아닌 존재를 묻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간 한 공간 안에 사는 가족조차 얼굴을 마주하고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오지 않았는가? 코로나는 놀랍게도 외국에 나가 살던 자녀들마저 집안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이제는 인류가 자성해야 할 때이다. 이렇게 계속 가다간 인류가 전멸할 수도 있다고 하는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이다.

역설적으로 코로나의 위기는 남과 북의 대화도 촉진시킬 것이다. 왜냐면 바이러스는 철책 방벽으로 막을 수도 없고 휴전이라는 단어조차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작은 땅덩어리를 억지로 둘로 나누었음을 실감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유대인 격언에 한 몸에 두 머리가 있는 사람은 한 사람인가? 아니면 두 사람인가? 하는 질문이 있다. 답은 한쪽에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다른 한쪽이 아파하면 한 사람이고 아파하지 않으면 두 사람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는 국경이 없다. 그간 우리가 두려워했던 ‘물폭탄,’ ‘불바다’ 보다 더 센 코로나가 등장한 것이다. 핵, 사드 미사일 무기보다 더 무서운 ‘놈’이 나왔으니 우선 서로 협력해서 이를 막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상대방이 살 때, 나도 사는 길이 나온다. 협력과 공존 외에 다른 길은 없다. 우리가 이성을 지닌 정상의 인간이라면 남북은 생존을 위해 ‘민족 생태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창간20주년 특별기획] 릴레이 기고 ‘코로나 너머’ 모아보기

조헌정 전국예수살기 상임대표(향린교회 은퇴목사, 615남측위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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