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정의철 기자
청와대는 5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깜짝' 발탁된 배경에 대해 "박 후보자를 낙점한 것은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의 경우 다양한 경로로 추천이 있었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박 후보자를 낙점하게 된 시기는 대략 6월 17일에 있었던 청와대 초청 원로 오찬 이후였다고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대북전단 살포를 계기로 급격히 경색된 남북관계 문제를 풀기 위해 전직 통일부 장관 등 외교안보분야 원로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는데, 그때 박 후보자도 초청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렇다고 원로 오찬이 (박 후보자 발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자실에서 박 후보자 발탁 소식에 탄성이 나올 정도로 인사 보안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박 후보자 본인"이라고도 평가했다.
박 후보자는 여권 인사가 아닐뿐더러 문 대통령과도 그간 각을 세웠던 이력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내부 정보를 긴밀히 알 수 있는 국정원장이라는 중직을 맡게 된 것을 두고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박 후보자 발탁 자체가 적극적인 대북 유화 메시지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박 후보자가 김대중 정부 당시 대북특사로 활약하며 지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 중 한 명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박 후보자는 이번에도 국정원 본연의 역할을 하면서도 북한과의 긴밀한 소통 창구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외교·안보 라인은 콕 집어서 역할을 특정하거나 한정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며 "예를 들어 안보실장, 통일장관, 국정원장 역할이 서로 가능한, 교차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박 후보자의 경우 어떤 역할로 추천이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한 자리, 한 역할이었겠느냐"며 "어쨌든 대통령은 (박 후보자를) 국정원장 후보자로 가닥을 잡으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청와대 관계자는 박 후보자와 문 대통령이 과거 불편한 관계를 맺었던 일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이번 인사로 대통령께서는 '지난 일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대통령께서는 선거 때 일어났던 과거사보다는 국정과 미래를 생각하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2월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제1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문재인 신임 당대표가 최고위원 당선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박지원, 이인영 당대표 후보 곁을 지나치고 있다. 자료사진.ⓒ양지웅 기자
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03년 대북송금 특검법이 공포된 뒤 특검 수사를 받고 옥고를 치렀다. 또한 2015년 민주당 당권 경쟁 과정에서 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을 '부산 친노', '패권주의자'라고 몰아붙였다. 2017년 대선 때는 국민의당 소속으로 거의 매일 문 대통령을 비난해 '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는 뜻의 '문모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에 박 후보자가 국정원장으로 내정됐다고 청와대에서 발표한 직후 온라인상에서는 2015년 2월 8일 전당대회 당시 사진이 올라와 재조명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45.3%로 당시 박지원 후보(41.78%)와 이인영 후보(12.92%)를 꺾고 당 대표에 당선됐는데, 이번 인사에서 박 후보는 국정원장으로, 이 후보는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돼 한배를 타는 새로운 인연을 만들게 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전당대회 마지막 연설에서 "박지원 후보의 관록과 경륜, 이인영 후보의 젊음과 패기를 모두 다 업고 함께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이번에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뒤 페이스북 글을 통해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 대통령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후보자는 또 "앞으로 제 입에서는 정치라는 政(정)자도 올리지도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후보자는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문 대통령의 재가로 최종 임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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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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