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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중에 통합당서 ‘4대강 사업’ 예찬 목소리...정작 홍수 예방 효과는 ‘0’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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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0/08/10 09:26
  • 수정일
    2020/08/10 09:2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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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낙동강 둑 무너져 피해 확산...전문가 “오히려 4대강 보가 영향 미쳐”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0-08-09 17:55:28
수정 2020-08-09 20: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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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이 9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이 9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페이스북  
 
최근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이명박 정부가 홍수·가뭄을 예방한다며 22조원을 들여 강행한 4대강 사업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4대강 사업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느냐’며 4대강 복구 작업을 벌이는 현 정부를 되레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통합당 정진석 의원은 9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4대강 사업이 없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겠느냐”며 “4대강 사업을 끝낸 후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 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며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비난했다. 참고로 정 의원은 지난해 자유한국당 시절 당내 기구인 ‘4대강 보 파괴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친이계(친이명박계)’로 불리는 다른 통합당 의원들 역시 정 의원과 비슷한 주장을 펼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출신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나서 “MB 시절 지류·지천 정비를 하지 못하게 그렇게도 막더니, 이번 폭우 피해가 4대강 유역이 아닌 지류·지천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이제 실감하는가”고 비난했다.

 

‘홍수 예방’ 위해서라며 ‘4대강 사업’ 밀어붙인 이명박 정부
박근혜·문재인 정부 당시 감사 결과 효과 없는 걸로 결론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지난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물그릇을 키워 홍수 피해를 예방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지만, 실제 홍수 효과는 ‘제로(0)’에 가깝다는 게 두 차례의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진행된 감사는 4대강 사업이 본래 주장된 홍수 예방이 아닌 한반도 대운하 사업 재추진을 위한 사전작업 성격이 크다는 결론을 내놨다. 당시 4대강 본류의 경우 홍수 위험이 별달리 제기되지 않은 곳임에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심을 깊게 하고 보를 추가설치한 점은 홍수와 가뭄 예방보다 추후 선박의 이동가능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된 감사는 4대강 정책의 효과에 대한 보다 전면적인 검토가 이뤄졌는데, 그 결과 역시 4대강 사업은 홍수에 제대로 기능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었다. 지류보다 본류에 홍수 피해가 집중돼야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와 같은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4대강에 증설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본류의 홍수를 막는 조치가 거의 이뤄져있던 상태였다.

한마디로 홍수 피해가 주로 ‘4대강’이 아니라 ‘4대강 지류’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마대로 본류의 물그릇을 키워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장마기간에 집중호우로 발생한 홍수 역시 본류가 아닌 지류를 중심으로 발생했고, 이는 인근 마을에 큰 피해로 이어졌다.

9일 오전 4시께 경남 창녕군 이방면 우산마을 인근 낙동강 본류 제방 30m가 유실된 가운데 인근 장천리 구학·죽전 등 2개 마을과 농경지 350㏊가 침수됐다.
9일 오전 4시께 경남 창녕군 이방면 우산마을 인근 낙동강 본류 제방 30m가 유실된 가운데 인근 장천리 구학·죽전 등 2개 마을과 농경지 350㏊가 침수됐다.ⓒ뉴시스

문재인 정부에 책임 모는 통합당, 이 역시 근거 빈약

이를 두고 통합당 정진석 의원 등은 마치 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가 하려고 했던 지류·지천 정비를 하지 못하게 막았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일 당시에 이미 야당과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지류와 지천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이를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무시하고 본류 정비에만 총예산 22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던 것이었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된 이후 2010년 여름에 발생한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 역시 낙동강 본류보다 지류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는데, 오히려 이명박 정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천의 피해 복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환경단체로부터 나오기도 했다.

정 의원 등의 주장은 결국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보를 그대로 둬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하지만 오히려 보가 홍수 가능성을 더 높인다는 반론이 나온다.

4대강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전문가인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지난 5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보를 개방해서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보 해체 작업은) 지금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오히려 보 해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보를 설치하면 물길을 막아서 홍수 위험이 발생한다”며 “보 수문을 조금 열면서 오히려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조금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일각에서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는 그런 주장은 적절하지 못하고 공학적으로도 전혀 합당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당장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만 봐도 그렇다.

9일 오전 2시 경남 창녕군 이방면 장천배수장 인근 낙동강 본류 둑 50m가 무너졌다. 이곳은 합천창녕보에서 상류 쪽으로 260m 떨어진 지점이다. 낙동강 둑이 무너지면서 이방면 장천리·송곡리·거남리 등 인근 마을의 주택과 농경지가 물에 잠겼고, 창녕군은 중장비를 동원해 임시 둑을 쌓고 강물을 막고 있다.

이에 현장을 찾았던 박 교수는 “합천창녕보로 인해 강물 흐름이 느려지고, 보 상류의 수위도 상승했다”며 “이로 인해 낙동강 둑에 대한 수압이 상승하면서 둑이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7일 오후부터 합천창녕보로 유입되는 물이 방류하는 것보다 많아지면서 보 수위가 계속 상승했다. 둑이 무너지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합천창녕보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양보다 적은 양을 하류로 내려보낸 셈이다.

이에 대해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4대강 보가 생기면서 제방이 구조적으로 취약해져 둑이 무너졌다는 분석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빨리 현장을 방문해 낙동강 제방이 무너진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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