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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총수일가 상속세 마련 위한 ‘배당 잔치’ 벌어질까?

배당 산정에 총수일가 사적 이해관계 개입 시 부작용 우려…산정 근거 투명성 제고 주문도

조한무 기자 chm@vop.co.kr
발행 2020-10-28 18:54:41
수정 2020-10-28 18: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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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호암상 축하 만찬에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과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하고 있다.
2015년 6월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호암상 축하 만찬에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과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삼성 총수일가 상속세 마련 방안으로 주요 계열사 배당 확대가 대두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배당을 늘려 상속세에 보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영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배당 산정에 총수일가 개인의 이해관계가 개입하면, 합리적인 판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총 18조2천억원 수준이며 상속세 규모는 1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하면, 상속세를 신고할 때 6분의 1을 내고 나머지는 5년간 분할 납부할 수 있다. 연간 납부액은 약 1조 8천억원이다.

증권가에서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배당을 더 늘려 상속세를 충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배당 확대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계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전자 지분은 0.7%에 불과하지만, 삼성전자 배당이 늘면 이 부회장도 간접적으로 이득을 보게 된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 매입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상속세를 마련할 방법은 보유 지분의 배당금과 개인 파이낸싱일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계열사 주주환원 정책 확대로 배당 소득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배주주 일가가 상속세 납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 배당 정책을 강화하고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에 지분을 집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당은 경영 일환…총수일가 사적 이해관계 개입 말아야

총수일가 상속세 마련 방안으로 배당 확대를 활용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총수일가의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하면,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할 배당 산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당은 기업 순이익 가운데 처분되지 않은 부분, 즉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지급한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투자 재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배당이 확대되면 상대적으로 재투자 여력이 줄어든다.

배당과 재투자는 기업과 모든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주식회사의 목적에 걸맞은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 재벌 기업은 배당을 확대하면서 ‘주주친화정책’이라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배당 만이 능사는 아니다. 주주의 이익 증대는 ‘배당을 통한 이윤 분배’와 ‘사업 성과를 통한 주가 상승’ 두 축으로 이뤄진다.

경영 환경에 따라 사업 확대와 기술 고도화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할 상황도 있을 수 있다. ‘투자 확대-경쟁력 강화-매출 증대-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에서 주가가 상승해 주주 이익이 늘어난다. 배당은 상대적으로 단기적인 이익 실현 수단일 뿐, 주주친화 측면에서 항상 투자를 앞선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주주 입장에서는 배당과 주가 상향에 따른 이익의 합이 최대가 되는 방향으로 경영 정책이 집행돼야 한다”며 “배당과 투자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이 이뤄져야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당 수준은 경영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상속세 마련이라는 총수일가 개인의 필요에 따라 배당을 산정하면 기업 경영에 왜곡을 초래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창민 경제개혁연대 부소장(한양대 교수)은 “배당도 주가 부양 목적을 갖고, 투자를 통한 실적도 배당 확대 여력으로 작용해 배당과 투자는 상호 연결성을 갖는다”며 “배당은 절대다수 주주의 이익에 맞게 결정해야지 총수일가 사익 추구 수단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유족들이  28일 오전 서울.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강당에서 열리는 영결식을 마친뒤 나서고 있다.  2020.10.2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유족들이 28일 오전 서울.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강당에서 열리는 영결식을 마친뒤 나서고 있다. 2020.10.28ⓒ김철수 기자

삼성 총수일가 연간 배당 이득 7천억원 규모…배당 산정 근거 투명하게 공개해야

삼성 총수일가는 이미 매년 수천억원의 배당을 챙겨왔다. 이 회장, 홍라희 여사,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 내 상장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총 3조원 수준에 달했다. 지난해 배당 소득만 7천억원대에 이르는데, 2014년 2천억원 수준에서 3배 이상 증가했다.

배당 확대는 주로 이 씨 부자 지분이 높은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4.18%,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17.3%다. 삼성전자의 2014년 중간배당과 결산배당은 1주당 각각 500원, 1만9,500원이었는데, 2017년에는 각각 2만1천원으로 크게 뛰었다. 삼성물산 경우 2015년 500원이던 배당금이 2017년 발표한 배당 정책에 따라 3년간 2천원으로 지급됐다.

배당 분석 지표로는 배당성향이 있는데, 순이익에서 배당으로 사용된 총금액의 비율을 이른다. 배당성향이 높으면 벌어들인 순이익 대비 배당 규모가 크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2015년 순이익 18조7천억원을 거둬 이 중 배당으로 3조원을 써 배당성향이 16.4%였다. 2019년 배당성향은 44.7%로 급등했다. 순이익은 21조5천억으로 3조원 정도 늘었는데, 배당총액은 9조6천억원으로 6조원 이상 불면서 배당성향이 치솟았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 배당성향은 3.1%에서 31.4%로 올랐다.

삼성전자의 최근 5년간 배당 규모
삼성전자의 최근 5년간 배당 규모ⓒ삼성전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배당성향은 한국 주식 시장에서 높은 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8~2018년 한국 상장사 배당성향은 평균 24.8%다. 삼성전자 배당성향은 국내 평균치의 2배에 육박한다. 삼성물산도 평균치를 크게 웃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배당성향을 마냥 높다고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 LG전자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434.4%였다. KT는 62.5%를 기록했다. 주요 7개국(G7) 기업 배당성향 평균은 41.9%로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적정 배당 수준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설명한다. 가령 애플 배당성향은 20%대인데, 단순히 삼성전자보다 낮다는 이유로 배당 정책이 주주친화적이지 않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반대로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주주친화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사업 기회와 투자 수요 등을 고려하면 평가가 분분할 수 있다.

배당은 기업의 이윤을 주주에게 분배하는 수단이며, 주주의 정당한 권리이기도 하다. 주주가 기업 순이익이 증가에 따른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배당이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산정됐는지 여부다. 주주가 배당 정책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기업이 중장기적인 배당 계획과 근거를 주주에게 제시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배당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배당은 이사회가 산정해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리면 주주 의결을 거쳐 확정하는데, 대부분의 기업은 이사회가 어떤 근거로 배당을 산정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그간 대기업 배당이 총수일가 개인의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사례가 더러 있었다”며 “기업이 사업 전망과 연계한 중장기적인 배당 계획을 세우고 주주에게 설명하면 배당 산정 타당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3월 20일 서울 서초 사옥에서 정기 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승인 ▲이사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안건을 처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3월 20일 서울 서초 사옥에서 정기 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승인 ▲이사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안건을 처리했다.ⓒ삼성전자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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