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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과 병장 월급 차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을 거다

[김형남의 갑을,병정] 포퓰리즘 딱지 떼고 제도화 할 때 20.10.29 08:04l최종 업데이트 20.10.29 08:04l김형남(khn8911)

장병 휴가 통제 끝... 76일 만에 정상 시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통제됐던 장병 휴가가 정상 시행된 8일 오전 강원 춘천시 육군 2군단 사령부 위병소에서 병사들이 휴가를 떠나고 있다. 2020.5.8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통제됐던 장병 휴가가 정상 시행된 8일 오전 강원 춘천시 육군 2군단 사령부 위병소에서 병사들이 휴가를 떠나고 있다. 2020.5.8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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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부터 병사에 대한 징계 벌목 중 영창 제도가 폐지되면서 새로 도입된 벌목 중에 '감봉'이 있다. 고작 60만 원 주면서 그것마저 빼앗아 가려고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다가도, 건국으로부터 70년이 지난 이제서야 월급 삭감이 벌칙으로 작용할 수준이 되었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낀다. 그만큼 병사들에게선 빼앗을 게 없었다. 행정상 불이익에 불과한 징계를 받으면서 범죄자처럼 쇠창살에 갇혀 몸으로 때워야 했던 병사들이 자기 월급으로 잘못된 행동에 책임을 지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화폐개혁으로 돈의 단위가 '환'에서 '원'으로 바뀐 1962년, 병장의 월급은 2000원이었다. 그로부터 64년이 지난 2020년 기준 병장의 월급은 54만 900원이다. 단순하게 비교하면 270배가 오른 셈이다. 물론 월급 액수를 단순하게 비교한 수치로는 병사의 월급 수준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간부의 최고계급인 4성 장군 대장과 병사의 최고계급인 병장의 월급을 비교해보았다. 군에서 병사의 군 복무에 매기는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대장과 병장의 월급 차이

 

이승만 대통령이 '병 진급령'을 개정해 병장 계급이 생긴 것은 1957년, 이때 병장의 월급은 60환이었고 대장의 월급은 900환이었다. 대장이 병장에 비해 15배 많은 월급을 받았던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4.19 혁명 이후 장면 정부가 집권했던 시기까지 똑같이 이어진다.

그러다 5.16 쿠데타가 발발하고 1963년 박정희 정권이 집권하게 된다. 아무래도 군사 정권이 들어섰으니 군인의 처우가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추론도 가능하겠으나 현실은 달랐다. 이때 병장의 월급은 2000원, 대장의 월급은 9만 6200원이었다. 차이가 48배로 현격히 벌어진 것이다. 유신이 시작된 1972년에는 격차가 한층 더 크게 벌어진다. 10년 사이 대장의 월급은 15만 2000원으로 오른 반면, 병장의 월급은 1030원으로 오히려 삭감되었다. 이때의 차이는 무려 148배에 달한다. 박정희 정권 마지막 해인 1979년까지 격차는 167배로 늘어난다.

이후로도 김대중 정권이 끝날 때까지 대장과 병장 간 월급 격차는 100배가 넘었다. 전두환 정권 마지막 해인 1988년 기준 대장 월급은 93만 원, 병장 월급은 7500원으로 124배 차이를 보였고, 노태우 정권 마지막 해인 1993년에는 124배, 김영삼 정권 마지막 해인 1998년에는 169배, 김대중 정권 마지막 해인 2003년에는 171배의 차이를 보였다. 이 당시 대장의 월급은 395만 원, 병장의 월급은 2만 3100원이었다.
 
 역대 대장과 병장 월급 차이는 얼마나 될까?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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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는 참여정부가 출범한 뒤로 확연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8년 기준 대장의 월급은 594만 6800원, 병장의 월급은 9만 7500원으로 61배의 차이를 보인다. 참여정부 집권 5년간 병사의 월급 인상률은 300%가 넘었다. 그래도 10만 원이 채 되질 못했다.

병사의 월급이 처음으로 10만 원을 넘은 것은 2011년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출범 이후 2010년까지 병사의 월급을 동결했다가 2011년에서야 인상했다. 이후로 병사 월급은 매년 인상을 거듭해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에는 21만 6천 원에 이르렀는데 이때 대장과 병사의 월급 격차는 36배까지 줄어들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병사의 월급을 2017년 최저임금의 50%를 목표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이러한 약속은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국방부가 발표한 '2021~2025 국방중기계획' 상 2022년 기준 병장 월급은 67만 6000원으로 딱 2017년 최저임금 월 135만 2230원의 절반이다.

2020년 현재 병장과 대장 간 월급 차이는 16배다. 1970년대에는 160배 정도였음을 고려할 때, 두 계급 간 월급 차이로 병사의 군 복무에 군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매겨왔는지 가늠한다면 그 가치는 10배가 오른 셈이다. 월급의 많고 적음이 하는 일의 가치를 오롯이 담아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돈을 주는 이가 받는 이의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는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이 국방의 의무에 매겨온 가치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10만 원이 채 되질 않았다. 병사들은 소모품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군 복무의 가치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도 국방의 의무에 매길 가치의 적정선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병사 월급은 늘 논란의 대상이다. 인상 때마다 '포퓰리즘'으로 국방비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이 대두된다. 반면 병사 월급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많다. 정치권의 주장도 각양각색이다. 점진적으로 인상하자는 주장, 100만 원을 기준점으로 삼자는 주장, 최저임금에 맞추자는 주장, 최저임금의 50%를 목표로 하자는 주장, 하사 임금을 기준으로 그보다 낮게 책정하자는 주장 등 말하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 다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사 월급 인상률은 정권의 의지에 따라 널뛰기를 뛴다. 대통령 임기 중 인상률이 문민정부 17.7%, 국민의정부 73.7%, 참여정부 322.1%, 이명박 정부 32.9%, 박근혜 정부 66.7%, 문재인 정부 150.4%로 천차만별이다. 원래 급여액이 턱없이 적은 탓에 차이의 폭도 컸을 수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기준선이란 것이 없다. 공무원 봉급 인상률이 정권과 관계없이 일정한 등폭을 유지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는 이상한 일이다.

공무원의 보수는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인사혁신처장이 실시하는 보수자료 조사에 근거하여 책정된다. 인사혁신처장은 보수자료 조사 시 민간의 임금 수준, 표준 생계비 및 물가의 변동 등을 근거로 공무원의 보수를 책정한다. 군인 간부의 월급 역시 '군인보수법'에 따라 공무원보수규정에 위임하여 책정된다. 병사의 월급은 '공무원보수규정' 상 '군인의 봉급표' 말미에 쓰여있다.

그렇기에 병사의 월급 역시 공무원의 보수를 책정하듯 관련한 기준을 법령에 마련하고 인상률 역시 해마다 이에 근거하여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에 앞서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적 토론을 통해 병사 급여의 적정한 기준점을 정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병사 월급 인상에는 늘 포퓰리즘 딱지가 붙을 수밖에 없다. 병사의 월급은 우리 사회가 국방의 의무에 매기는 가치의 단면이다. 계속 주먹구구식으로 정부 정책에 따라 널뛰기를 하게 둘 수는 없다.

2020년 병사 월급은 2019년에 비해 33.3%가 인상되었다. 병사 월급에 소요되는 예산은 2조 964억으로 2019년 대비 4946억이 늘었다. 간부의 월급에 소요되는 예산은 10조가량으로 2019년 대비 1457억이 늘었다. 2020년 국방비는 2019년 46조 7000원에서 3조 5000억 원(7.4%)이 늘어난 50조 2천억이었다.

지금껏 대한민국이 해마다 증가하는 국방비 중 의무복무 중인 병사 40만 명의 월급 인상을 위해 5000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할 여력이 없는 나라는 아니었을 것이다. 곳간이 풍족해져서 월급이 오른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가 국방의 의무를 대하는 눈높이만큼 월급도 따라 올랐을 뿐이다.

공교롭게도 월급이 많이 오른 10년간 군인의 인권 수준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제 병사 월급 인상에서 포퓰리즘 딱지를 떼줄 때가 되었다. 언제까지 국방비를 정할 때 병사들 월급 올리는 일과 무기 구매가 하나의 저울에 달려 비교되어야 하는가. 월급 책정과 인상의 제도화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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