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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죽음의 행렬’ 멈출, 사회적 대타협 나왔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1/22 08:32
  • 수정일
    2021/01/22 08:32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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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기구 21일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 발표.... “분류작업 책임·비용 택배사가 진다”

윤정헌 기자 yjh@vop.co.kr
발행 2021-01-21 18:06:17
수정 2021-01-21 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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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종사자 과로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문 발표
택배종사자 과로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문 발표ⓒ뉴시스  
 
택배기사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졌다. 새벽까지 박스를 배달하던 ‘심야배송’은 추방한다. 택배기사 노동시간을 최대 12시간으로 제한한다. ‘공짜노동’이라 불리며 택배기사들을 괴롭혔던 분류작업이 대폭 줄어들거나, 필요한 경우 노동시간에 따른 정당한 대가가 지급될 전망이다. 비정상적인 택배비 ‘리베이트’ 구조를 개선한다. 택배사 부담이 늘어나는 데 따른 택배비 조정도 검토한다.

정부와 국회, 택배 사업자, 종사자, 소비자, 화주 등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2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의 주요 내용은 ▲택배 분류작업 정의 명확화 ▲택배종사자의 작업범위 규정 및 분류전담인력 투입 ▲택배종사자의 적정 작업조건 ▲택배비·택배요금 거래구조 개선 추진 ▲설 명절 성수기 특별대책 마련 ▲표준계약서 등이다.

분류작업 자료사진
분류작업 자료사진ⓒ국회사진취재단

“택배 분류작업 사업자 책임 명시”
“밤 9시 이후 야간배송 금지”
“택배비 개선 올해 1분기 내 연구용역 착수”

최대 쟁점이던 ‘택배 분류작업 명확화’는 택배노조의 주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분류작업에 대해 다수의 택배에서 타인 또는 본인의 택배를 구분하는 업무이며, 간선차량 하차작업, 지역별 분류작업, 차량별/개인별 분류작업으로 세분화한다고 정의했다.

 

또 택배기사의 기본업무를 택배의 집화와 배송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분류작업을 택배기사의 기본업무에서 제외함으로써 해당 업무의 책임이 택배사에 있다는 점을 명확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달 15일 열린 사회적 합의기구 1차 전체회의에서 사전 합의된 바 있지만, 2차 회의에서 택배사들이 분류작업에 대한 개념 자체를 부정하고 나서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후에도 택배사들은 최종합의가 이뤄지기 직전까지 “분류작업은 택배 물량 인수의 연장선인 만큼 택배사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사회적 합의기구 관계자는 “막판까지 협상이 난항을 이뤄 최종 문구 합의는 이날 오전 2시께야 이뤄졌다”면서 “그중에서도 택배 분류작업을 두고 당사자 간 의견 차이가 컸는데, 전담 인력을 투입하고 작업을 명문화하는 쪽으로 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분류작업 전담인력 투입과 그 비용도 택배사가 부담한다. 택배 거래구조 개선작업이 완료되는 시점 이전까지 택배사들이 약속한 분류인력(CJ대한통운 4천명, 한진·롯데택배 1천명) 투입을 완료하도록 했다. 현장 여건을 감안해 일부 분류인력을 투입하지 못한 택배사는 해당 분류인력 투입비용에 상응하는 비용을 택배기사에게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택배노동자가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대가를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그동안 ‘공짜노동’이라 불리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도록 한 것이다.

택배기사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주 최대 작업시간을 60시간으로 하고, 일 최대 작업시간은 12시간을 넘기지 못하도록 했다. 밤 9시 이후의 심야배송도 금지한다. 단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 심야배송 제한시간은 밤 10시로 한다. 심야배송 제한으로 발생한 지연배송에 대해서는 지연배상 책임을 배송 예정일로부터 최대 2일 뒤까지 묻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는 사업자단체의 심사청구시 택배 표준약관에 이러한 내용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와 함께 택배비·택배요금 거래구조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국토부는 올해 1분기 내에 연구용역에 착수하고, 화주가 소비자로부터 받은 택배비가 택배사업자에게 온전히 지급될 수 있도록 거래구조 개선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23일, 한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20kg이 넘는 택배물품들을 짊어지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23일, 한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20kg이 넘는 택배물품들을 짊어지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민중의소리

설 명절 택배 물량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1월25일~2월20일을 ‘택배 종사자 보호 특별관리 기간(특별관리기간)’으로 지정하고 택배사, 대리점, 정부가 함께하는 택배기사 보호를 위한 일일 관리체계도 구축한다.

특별관리기간 동안 온라인 쇼핑몰 등 화주는 집화 요청을 자제하고, 택배사도 이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택배기사가 2일 이상 밤 10시 이후까지 심야배송을 하게 되면 택배사 및 대리점은 인력(분류지원인력, 대체배송인력 등)을 투입해 택배기사의 적정 작업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택배 물량 집중으로 인해 배송 지연이 발생한 경우 화주가 택배사, 대리점, 종사자 등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오늘 합의로 모든 게 끝나진 않을 것이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늘 합의를 토대로 살을 붙이고 현실에 뿌리내리도록 더 보강하는 노력을 앞으로도 여러분(사회적 합의기구)께서 계속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택배노동자를 대표 사회적 합의기구에 참여한 진경호 전국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작업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아직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다. 조심스럽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과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는 현재진행형,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살고 싶다 사회적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1.15
전국택배노동조합과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는 현재진행형,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살고 싶다 사회적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1.15ⓒ김철수 기자

“총파업 철회까지 ‘우체국택배노조 단협 체결’ 남았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 방안이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최종 합의했지만, 택배노동자 총파업 철회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앞서 지난 15일 택배노조는 “우체국택배노조 요구안인 ‘현장갑질 근절’과 ‘분류작업 개선’ 등은 사회적 합의기구 논의 내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우체국택배노조와 우정사업본부간의 단체협약이 파행을 겪게 된다면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회적 합의기구가 합의에 이른 만큼 총파업 철회를 위해서는 우정사업본부와 우체국택배노조간 단체교섭만이 남은 셈이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와 우체국택배노조간의 단체교섭은 난항을 겪고 있다. 우체국택배노조는 지난 19일 “사측인 우체국 물류지원단이 고의로 교섭을 피하고 있다”면서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경호 수석부위원장은 “아직 우체국 단협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총파업은 아직 철회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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