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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인 시위 나선 청년들 “살기 위해 일터 갔다가 죽는 일 없어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5/12 09:56
  • 수정일
    2021/05/12 09:5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청년 의원·당원·활동가, 故 이선호 친구들 피켓·촛불 들고 재발방지 대책 촉구

이승훈 기자 
발행2021-05-11 21:56:09 수정2021-05-11 21:56:09
1인 촛불 피켓 시위에 나선 청년들ⓒ청년정의당 관계자 제공 
 
“선호는 죽음을 각오하고 일터로 간 게 아니에요. 여느 때와 같이 일하러 간 건데… 돈 벌어 조카들 장난감 사주고 싶다고, 친구들 맛난 거 사주고 싶다며, 일터로 갔다가 죽는 세상에 어떤 희망을 기대할 수 있나요.” - 故 이선호 친구 김벼리 씨</figcaption>

23세의 故 이선호 항만 하청 일용직 노동자 산재사망사고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청년 정치인, 청년 정당인, 청년단체 활동가 등이 촛불을 들었다. 선호 씨 친구들도 멀리 평택에서 상경해 촛불과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11일 오후 6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일대에 촛불이 켜졌다. 청년정의당, 청년유니온, 청년진보당, 청년녹색당, 기본소득당, 미래당, 청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 당원 및 활동가들이 정부서울청사 일대에서 흩어져서 피켓과 함께 촛불을 든 것이다. 같은 시간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는 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1인 촛불 피켓 시위 나선 청년들ⓒ청년정의당 관계자 제공
고 이선호 노동자 산재사망사고 재발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민중의소리

이 자리에는 선호 씨의 친구인 김벼리(23) 씨도 함께했다.

벼리 씨는 “선호가 죽은 지 벌써 20일”이라며 “선호가 죽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범했던 저와 친구들, 선호 가족들은 그날부터 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잘 있다가도 300kg의 쇳덩이에 깔려 악 소리도 못 내고 죽은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또 “선호를 하나의 슬픈 이름으로 남기기 싫다. 그저 일하는 중이었을 무고한 제 친구 치름 앞에 왜 ‘고’(故) 자가 붙어야 하나”라며 “제발 안전비용보다 사람목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장 의원은 ‘2010년 1600도에 이르는 당진 용광로에 20대 청년이 빠져 숨진 사고 기사’에 달린 댓글 ‘그 쇳물 쓰지 마라’에 음을 붙인 노래를 직접 통기타를 치며 불렀다.

기자회견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혜영 의원ⓒ민중의소리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 (생략) …

노래를 부르다 ‘자동차도 가로등도 철근도 만들지 말라’고 반복하는 대목에서 눈물이 쏟아진 장 의원은 잠시 노래를 멈추고 “정치가 이렇게까지 기만적이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적어도 청년이 살려고 일하러 가서 죽어서 나와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세월호에서 배운 게 뭐란 말인가”라며 “무더기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산업재해가 85%인데 3년 유예되어서 적용되지도 않는 그 법. 그 법을 가지고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고? 장난치지 말라”라고 말했다.

또 “사실 (항만노동자들의 산재를 막기 위한) 법안도 올라와 있었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 의무가 해수부에 없어서 의무를 두자는 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지만, 국회는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라고 분노했다.

이어 “이선호 노동자는 우리의 친구였고, 누군가의 자식이었다. 누군가의 부모가 되었을지도, 어쩌면 누군가의 연인이었던 그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야 한다”라며 “우리사회, 늘 그렇지 않나. 시끄러울 때 쳐다보지만 다른 뉴스로 넘어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똑같은 사고가 반복된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현실 바라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이선호 노동자 산재사망사고 책임 묻는 1인 촛불 피켓 시위ⓒ민중의소리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도 “특별한 조치가 아니었어도, 기본적인 것만 지켰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라며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치권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우여곡절 끝에 반쪽짜리 법안이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조금씩은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반복되는 산재사망사고에 그 희망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 위원장은 “한 사람의 생명보다 이익과 손실만 따지는 기업,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며 클릭 수만 따지는 언론, 이 낯설지 않은 현실에서 환멸이 난다”고 토로했다.

송명숙 청년진보당 대표는 “구의역 김군, 제주도 이민호, 태안 김용균 등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이런 일이 더는 없도록 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오늘 또 이선호 님의 사고를 마주하고 있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가슴이 저리고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노동자의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교훈으로 새겨야 한다고 했지만, 이번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그래서 참담하다”라며 “모두 알고 있다. 이런 일이 없어지려면 안전한 작업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위험한 일일수록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이 자리 모인 청년, 청년 정치인들과 함께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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