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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매출 1위’ 점포까지 매각하는 사모펀드 MBK, 노동자들 ‘집단삭발’ 항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5/14 08:00
  • 수정일
    2021/05/14 08: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부동산투기꾼 MBK, ‘먹튀매각’ 중단하라” 노동자들 집단삭발식

김백겸 기자 
발행2021-05-13 17:58:17 수정2021-05-13 18:00:05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2021.05.13ⓒ김철수 기자 
 
"MBK가 흑자매장은 돈이 되니 폐점해서 팔고 적자매장은 돈이 안 되니 폐점을 하는 기이한 짓을 하고 있다. 직원들을 먹다 남은 쓰레기 취급하는 그 모습에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13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집단삭발에 참가한 한 노동자는 눈물이 맺힌 상태로 결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노동조합 조합원들도 흐느꼈다.

이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등은 사모펀드 MBK의 잇따른 폐점매각 중단과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집단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번 집단삭발에는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과 주재현 홈플러스비주 지부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전국의 지역본부 본부장 7명 등 총 11명의 노동조합 지도부가 참가했다.

이들은 "20년 넘게 국민들의 장바구니를 책임진 국내 유통 2위 기업 홈플러스가 투기자본 MBK에 의해 산산조각나고 있다"며 "20년 넘게 일해온 일터인 홈플러스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태어나서 처음 머리를 깎는다"고 삭발식의 배경을 밝혔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인 자산매각을 진행해 3조5천억원을 가져갔으며, 현재도 폐점매각을 추진 중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홈플러스 140개 매장 매출 최상위권인 안산점, 가야점을 필두로 대전둔산점과 홈플러스 1호 매장인 대구점까지 현재 폐점매각이 추진되고 있고, 대전탄방점은 올해 2월말로 폐점이 완료된 상황이다.

MBK가 매출이 높은 알짜배기 점포마저 폐점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배경에 있다. 당시 MBK는 홈플러스 인수자금 7조2천억원 가운데 5조원을 차입하는 LBO 방식으로 인수했다. LBO는 인수대상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으로, MBK는 홈플러스 인수자금의 71%가량을 빚을 내 조달한 셈이다.

이후 MBK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지출한 이자비용 합계만 약 1조 2,635억원이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의 영업이익 합계인 9,711억원보다 무려 2,924억원이나 많다.

이같이 무리하게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가 운영정상화보다는 투자비용을 뽑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홈플러스의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2021.05.13ⓒ김철수 기자

노조는 "사모펀드인 MBK는 투자금회수를 위해 홈플러스 매장을 무차별적으로 매각하고 있다"면서 "전국 매출 최상위권 매장인 안산점과 부산가야점 등이 폐점될 위기에 처했을 뿐 아니라 수천 명의 직원들이 고용 불안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지난 6년 동안 폐점매각과 인력감축 등으로 직영직원 4,529명이 줄었고 외주 등 간접고용직원 4,329명 등 총 9천여명의 노동자가 홈플러스를 떠났다고 노조는 전했다.

노조는 "MBK가 지난해부터 자행하고 있는 폐점을 전제로 한 매각은 부동산개발이익을 노린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라며 "MBK는 사모펀드계의 특대형 부동산 투기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MBK가 낸 빚은 MBK가 갚는다. 홈플러스 자산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고 도장찍게 만들었어야 했다"면서 "노동자의 땀과 노력으로 성장시킨 홈플러스를 MBK가 산산조각 내고 있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자른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겠지만 산산조각나 홈플러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홈플러스를 지키는 싸움에 모든 것을 다 걸겠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의 이 같은 횡포에 대해 정부가 나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이 같은 상황은 MBK가 홈플러스에 등장할 때부터 모두 우려했던 상황"이라며 "기업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투자자 이익을 위해 최대한 이익을 뽑아내고 먹튀하는 것이 사모펀드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모펀드인 MBK가 홈플러스에 손댔을 때부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예측됐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며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삭발식을 마친 후 '지키자 홈플러스, 쫓아내자 MBK'라고 적힌 명함 크기의 경고장을 MBK 본사 앞에 뿌리며 항의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 후 MBK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5.13ⓒ김철수 기자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 이후 항의 문구가 적힌 선전물을 던졌다. 2021.05.13ⓒ김철수 기자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 이후 항의 문구가 적힌 선전물을 던졌다. 2021.05.13ⓒ김철수 기자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 이후 서로 안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1.05.13ⓒ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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