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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의 마음은 이재명에게로?

등록 :2021-05-14 05:00수정 :2021-05-14 08:30

 
정치BAR_송채경화의 여의도 레인보우
이해찬 조직 ‘광장’, 이재명의 ‘민주평화광장’ 대거 합류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 9. 11. 연합뉴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 9. 11. 연합뉴스
 
지난 12일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전국조직인 ‘민주평화광장’이 출범했습니다. 민주평화광장은 국회의원, 정치인, 각계 인사 등 발기인만 1만5천여명인 대규모 전국조직입니다. 현재 대선주자로 언급되는 후보들 가운데 조직 규모면에서는 단연 압도적입니다. 이들은 이재명 지사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민주평화광장의 전신인 ‘광장’은 원래 이 전 대표의 조직이었습니다. 2007년 이 전 대표의 대선 출마를 앞두고 전국에 있는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모여 출발한 게 바로 ‘광장’입니다. 이 전 대표가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이후엔 연구재단으로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출범 뒤 14년이 흐른 현재 이 전 대표는 이 조직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와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민주평화광장’은 이 ‘광장’에 민주당의 ‘민주’와 경기도의 ‘평화’ 가치를 담아 이재명 지사의 지지자 모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러나 조직과 사람을 그대로 물려받은 셈이니 이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 지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게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실제로 이해찬 민주당 대표 시절 각각 대변인과 비서실장을 지낸 이해식·김성환 의원 등 이해찬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민주평화광장에 합류한 상태입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시절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조정식 의원은 민주평화광장의 공동대표입니다. 또한 이 전 대표와 이 지사는 이따금씩 만나는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지사 쪽은 “‘될 사람 밀어주기’가 이 전 대표의 원칙”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렇지만 이를 ‘친문 이해찬이 비문 이재명을 밀고 있다’로 단순 해석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이해찬 전 대표가 측근들에게 이 지사를 지지하라고 ‘오더’를 내렸다거나, ‘친문 지지자’들이 이해찬 전 대표를 따라 대거 이 지사를 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먼저 이해찬 전 대표를 ‘대표적인 친문’으로 분류하는 게 애매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이해찬 전 대표와 강성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 강한 마찰이 있었습니다. 바로 ‘혜경궁 김씨’ 사건입니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트위터 사용자(혜경궁 김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표적인 친문이면서 당시 경기지사 예비 후보였던 전해철 당시 의원(현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는데, 이 ‘혜경궁 김씨’가 바로 이 지사의 부인이라는 의혹입니다.검찰 수사 끝에 ‘트위터의 계정이 이 지사의 부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났지만, 친문 지지자들의 이재명 지사에 대한 앙금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이 사건이 진행중이던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해찬 전 대표에게도 ‘이재명 지사를 감싼다’며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해찬 전 대표의 측근이었던 이화영 전 의원(현 킨텍스 대표이사)이 당시에 경기도 부지사로 임명된 것도 ‘이해찬-이재명’의 연결고리로 자주 언급됩니다. 이런 ‘구원’ 때문에 이해찬 전 대표가 이 지사를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열성 지지자들이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이해찬 전 대표의 측근들에게 ‘오더’가 떨어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사실 이해찬 전 대표는 한 번도 이재명 지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은 없습니다. 
 
이 전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민주당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실제로 이 전 대표와 친한 또다른 의원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당의 원로로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누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이 전 대표와 친하면서 이재명 지사를 돕는 의원들은 이 전 대표의 ‘오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 지사를 돕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해찬 당 대표 시절에 당직을 맡았던 한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님은 일절 말씀을 안 하신다. 우리가 알아서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것”이라며 “대표님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잘 만들어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고 광장의 멤버들은 이재명 지사가 이에 대한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평소에 사회를 변화시킬 진보적인 인물이 당이나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합니다. 그는 줄곧 개혁노선이 강하거나 민주화운동 경력이 있는 인사들을 지지해 왔습니다. 이런 기준에서 가장 잘 들어맞는 후보가 이재명 지사가 아니겠냐는 게 당 안팎의 해석입니다. 물론 대선 승리를 위해 ‘당선 가능성’도 고려된듯 합니다. 이재명 지사의 측근인 한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의 복심이라는 분들을 만나보면 이들이 이 지사를 돕고 있는 걸 이해찬 전 대표도 ‘양해’했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더’가 아닌 ‘양해’입니다.이 전 대표와 친한 이들이 이 지사를 돕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현재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이 전 대표가 직접 입을 열지 않는 한 속마음을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대선 경선이 끝나서 민주당 후보가 확정돼야 본심을 밝히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 전 대표가 분명한 속내를 밝히지 않는 한, 이 지사의 ‘이해찬 마케팅’은 계속될 거 같습니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995186.html?_fr=mt1#csidx4d9df9c9af9215ca3ad155b6729b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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